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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앞 날이 보이는 약수터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12.11 08:18조회 수 146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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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땡. 땡.- 

마루 위에 걸린 커다란 자명종에서 새벽 세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김 
사장은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습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 
터 앉았다. 옆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김사장의 부인이 게슴 
츠레하게 눈을 뜨며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휴, 오늘도 약수터에 가시게요?" 

김사장은 어두운 방안을 더듬거리다가 머리맡에 놓인 스텐드를 켰다. 

"흠... 당연하지. 운동해야 하잖아?" 
"참나, 무슨 바람이 불어 매일 새벽에 운동이유? 그러다 오히려 병이 더 
나겠수. 나이도 낼 모래면 환갑인 사람이..." 

김사장은 혀를 끌끌차며 한심하다는 듯 부인을 나무랬다. 

"따라오지 않으려면 가만히나 있지, 왜 새벽부터 타박이야? 그리고 내가, 
건강하게 살고 싶어 운동 좀 한다는데 시비거는 거야? 뭐야?" 
"어이구 그놈의 성격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난 당신 생각한다고 
몇마디 한 것 뿐인데..." 

김사장은 부인의 주눅 든 목소리에 다소 화가 풀렸는지 눈을 한번 흘기 
고는 궁시렁거리며 운동복으로 갈아 입었다. 

"나도 요새처럼 추운 날에는 약수터로 운동가는 게 싫다고... 하지만 장 
박사가 그러잖아? 건강에는 뭐니뭐니 해도 새벽 운동이 제일이라고..." 

부인은 반쯤 일어나 앉고는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크게 했다. 

"아함... 그래요.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그, 먹지도 않는 약수는 
제발 떠오지 말아요. 비싼 돈 주고 생수를 사먹으면서 왜 매일 같이 
약수는 떠오는 건지... 원..." 
"거참. 여편네가 오늘따라 왜 이래? 조용히 안해!" 

참을대로 참았다는 듯 소리를 버럭 지르자 부인은 횡하고 다시 자리에 
드러 누우며 말했다. 

"어서 다녀오시기나 해요. 난 더 잘테니." 

김사장은 한동안 서서 부인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방구석에 
놓인 약수통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흠... 역시 새벽공기는 상쾌하군." 

겨울 새벽의 싸늘한 바람이 김사장의 뺨에 한줄기 불어왔다. 김사장은 
양팔을 크게 벌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오른손에 약수통을 들고 자 
그마한 동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지난밤에 산에 올라갔던 등산객들이 간혹 
술에 취해 내려올 뿐 김사장처럼 약수통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 
은 보이지를 않았다. 

"쯧쯧쯧... 세상 참 희한해 졌단 말이야. 어떻게 술을 먹고 등산을 해? 
그러니 나이 사십도 안돼 성인병이다 뭐다하면서 고생들을 하지."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흥분을 하더니 잠시 뛰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조금전 집에서 부인이 
자기에게 했던 여러 가지 말들이 자꾸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마누라가 내가 운동하는 걸 왜 싫어하지? 혹시..." 

며칠전 본 신문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어떤 부인이 남편 몰래 보험을 
들어놓고 죽여버렸다는 기사와 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할려고 멀쩡한 
남편을 사고로 위장해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는 것 등등이... 

"이 여편네가 지금 딴짓하고 있는 것 아냐?" 

평소 사람을 꽤나 의심하는 성격답게 새벽에 들은 몇마디 말이 너무 크 
게 가슴에 와닿았다. 

"흠... 그리고 그간 내가 벌어놓은 돈만으로도 젊은 놈팽이는 실컷 살 
수가 있으니... 이제 그만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 아냐? 아니야, 벌써 
사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지." 

그러고보니 얼마전부터 부인의 행동 중에 의심이 가는 점이 하나씩 생 
각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여느때보다 일찍 집에 갔더니 한 
창 웃고 떠들며 전화를 하던 부인이 갑자기 어쩔줄 몰라하며 전화를 끊 
던 사소한 일까지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이거... 이러다가 나도 제 명에 못 죽는 거 아냐?"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더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부인에 대한 
의심이 자꾸 떠올라 허탈한 기분에 다리의 맥이 풀려 더이상 산길을 올 
라갈 힘이 나지 않았다. 

"몸 조심해야되. 사실 이 세상에 누구를 믿어? 아무리 30여년간 같이 살 
아온 마누라라고 해도... 따지고 보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들어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뿜어내는 담 
배연기가 하늘로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젠장... 평생 가족들 때문에 일만했는데... 이제 나이먹고 나니... 
몸도 여기저기 아파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별것도 아닌 일이 점점 커다랗게 느껴지며 우울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담배가 거의 타 들어갈 때쯤해서는 허탈한 마 
음에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흑... 흑... 정말로 덧없는 세상이야. 남은 게 뭐냔 말이야. 젊어서는 
돈때문에 허덕이고 늙으막해지니 마누라한테 구박이나 받고..." 

결국은 머리를 다리사이에 파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간혹 등산객들이 
빈 약수통을 곁에 두고 훌쩍이는 김사장을 보고는 깜짝 놀라 힐끔힐끔 
쳐다보며 멀찍이 돌아가기도 했다. 김사장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니 더욱 
더 서글픈 생각이 들어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제는 사람들까지도 나를 피하는 구만. 이런... 엉엉~~" 

감정의 장난이 결국은 김사장으로 하여금 못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츰 자신도 왜 이렇게 암울한 생각까지 들게 됐는지 느끼지 못 
했다. 그때였다. 등쪽에서 서늘한 냉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김사장의 어깨를 살포시 감쌌다. 

"엇? 누... 누구세요?" 

김사장이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초라한 행색을 한 
마른 남자가 씨익 웃으며 서있었다. 

"왜... 이렇게 이른 새벽에 여기서 울고 계시죠?" 
"다... 당신은... 누구쇼?" 

마른 남자는 김사장 옆에 털썩 주저 앉으며 재미있다는 듯 말을 걸었다. 

"누구긴요. 당신처럼 약수를 뜨러 온 사람이죠. 그런데 지나가다 보니 당 
신이 너무 서글프게 울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아... 그러세요? 흠... 전... 그저 지나온 인생을 생각하니.." 

김사장의 속을 꽤뚫어 보는 것처럼 마른 남자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갑자기 인생이 서글퍼지고 살기 싫어지셨군요? 돌이켜보면 그렇게 아 
웅다웅 살 필요도 없었는데... 인생을 나름대로 즐기며 살아도 됐을 
것을 하고요..." 
"그... 그렇죠. 더구나 나이까지 들고보니 더욱..." 

갑자기 마른 남자가 김사장의 약수통을 발로 툭툭 건들며 말했다. 

"약수... 안 뜨실거예요?" 
"아하... 떠야죠. 그런데..." 

김사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른 남자는 차디찬 손을 내밀어 김사 
장을 일으켜 세웠다. 

"자, 제가 잘아는 약수터가 있는데 같이 갑시다. 그곳에 가면 선생님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 지실거예요." 

김사장은 왠지 모를 힘에 이끌려 마른 남자를 따라 나섰다. 머리위에는 
반쪽만 얼굴을 내밀은 달이 을씨년스럽게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어디까지 가실려고 하세요? 벌써 꽤 깊숙히 들어온 것 
같은데..." 

마른 남자는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김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사장은 날카로운 그의 눈매에 잠시 기가 질려 움찔하였다. 

"앞날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예? 앞날이... 요?" 
"예... 그러니까 선생님의 미래를..." 

김사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흠... 그야... 앞날을 볼 수 있다면... 
보고야 싶죠...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고..." 
"그러면 저를 잠자코 따라 오세요. 좋은 것을 보여 드릴테니..." 

마른 남자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허기적 허기적 어두운 산길을 올라 
갔다. 김사장은 약간 무서워졌으나 이미 내친 걸음이라 그의 뒤를 다시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체격으로 보나 뭘로 보나 여차하면 
저리도 야윈 남자 정도야 한방에 날리고 도망갈 수 있겠다 싶은 안도감 
도 들었고... 

"자, 여기예요. 다 왔어요." 
"여기에 뭐가 있는데요?" 

김사장이 의아한 얼굴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괴괴한 달빛만이 조용히 
비추어 사방이 깜깜해 잘 분간이 가지를 않았는데 자신의 앞에서 졸졸 
졸 하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남자는 김사장의 손을 잡고 그 물흐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안내 
를 했다. 김사장이 눈에 힘을 주어 자세히 살펴보니 거칠게 파여진 돌 
속에 한방울씩 물방울이 떨어져 자그마한 약수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 
다. 

"이... 이게 뭐예요?" 

마른 남자는 피식하고 한번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너무 지난날을 아쉬워하는 것 같기에 제가 앞날을 볼 수 있는 
약수터로 모시고 온 거죠. 자, 자세히 물 속을 들여다 보세요. 뭐가 
보일 겁니다." 

김사장은 희미하게 비쳐지는 웅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물밖에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점차 희끄무래하게 영상이 나 
타나기 시작했다. 

"엇? 저... 저건..." 

물속에서는 김사장과 부인이 신나게 싸우는 장면이 보였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저런 적이 여지껏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럼 진짜로 앞날의 
일이... 

"선생님의 눈에 보이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랍니다. 뭐가 보이죠?" 

김사장은 마른 남자와 웅덩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더듬거렸다. 

"제... 제가 마누라와 싸우는 데요... 헉... 그런데... 왜..." 
"아하... 그래요? 앞날이란건 알지 않는게 더 좋을 때가 있죠. 하지만 
보고 말았으니...반드시 그 일은 일어날겁니다. 혹시 보지 않았다면 몰 
라도..." 
"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마른 남자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앞날이란... 자신의 의지와 많은 상관이 있죠. 그래서 이렇게 될 것 
같다고 마음을 먹으면 안될 일도 잘 되는 경우가 허다 하잖아요? 같은 
이유죠." 
"이런... 그럼 안 봤다면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 
"훗...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젠장." 

김사장은 약수 웅덩이를 한참동안 다시 쳐다보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휴... 그래도 저는 저 정도의 일만 봤으니 다행이네요." 
"흠...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음... 아,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것 같군요. 저는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요?" 

마른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하고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 
했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김사장의 머리 속에 밀려왔다. 


"이, 마누라가. 정말 왜 이래!" 
"아이고, 내가 못살어. 허구헌날 야밤에 운동이랍시고 돌아다니더니 저 
양반이 돌았나?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왜 소리를 질러... 아이고 내 
팔자야." 

김사장은 한시간째 부인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결혼 후 30여년동안 
이토록 심하게 싸운 것은 처음이다시피한 엄청난 부부 싸움이었다. 
결국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달려나와 엉겨붙은 둘을 뜯어 말리는 사태 
까지 발생하고 종내에는 민첩한 시민 신고정신이 발휘되어 경찰까지 달 
려 오고 말았다. 


"내참... 살다보니 남사스러워서..." 

파출소 안에서 김사장은 부인과 나란히 앉아 취조를 받고 있었다. 

"아니, 겨우 그정도 일가지고 동네사람들이 모두 자는 한밤중에 그랬단 
말이예요?" 

이순경이 서로 눈을 흘기고 있는 김사장 내외를 바라보며 나무랬다. 

"아니, 글쎄 그게요... 이놈의 여편네가... 하늘같은 남편이 말을 하면 
믿어야지.. 자꾸 따지고 드니까..." 
"뭐라고? 아니... 하늘같은?" 

다짜고자 날아드는 부인의 손바닥이 김사장의 뺨에 정확히 명중하자 코 
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어, 어... 이 여편네가 돌았나?" 

김사장이 벌떡 일어나 아무생각없이 자신이 앉고 있던 의자를 냅다 집 
어 던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의자는 부인의 얼굴을 강타하고 바닥에 
떨어졌고 부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김사 
장은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서있는데 이를 지켜보던 이순경이 다짜고짜 
김사장의 팔을 부여잡고는 유치장으로 떠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니, 김사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경찰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데 폭력을 휘둘려요? 어쨌든 일단 여기서 기다리세요." 

김사장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태에 멍하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후 유치장에서 풀려난 김사장은 낙심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 부인을 
불러냈다. 부인은 그간의 일이 조금은 미안했던지 많이 얌전해진 태도로 
김사장의 넋두리를 잠자코 들었다. 

"어쨌든... 내가 때린 건 미안했고... 그나저나, 참 희한한 일이야..." 
"뭐가요?" 
"아, 그게 말이야..." 

김사장은 부인과의 어색해진 분위기도 가라앉힐 겸 며칠전 약수터 가는 
길에 만났던 마른 남자와 또 그 약수터에서 앞날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 
를 쉬지도 않고 해댔다. 

"여보. 정말 그런게 있어요? 신기하네요?" 

부인은 김사장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재미있다는 듯 되물었다. 

"글쎄... 나도 귀신에 홀린 것 같긴 했지만... 정말 그날 내가 본 장면 
하고 똑같더라니까? 나중에 파출소에 가는 것까지..." 
"햐... 마치 옛날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얘기네요." 

김사장은 부인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신기해 하는 것을 보고는 예전 신 
혼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땐 지금의 이 표정처럼 참으로 여리고 순진한 
아가씨였는데... 

"어쨌든... 내일은 회사에 일찍 가봐야하니 먼저 자겠소. 며칠 고생했더 
니 피곤하기도 하고... " 
"예, 그러세요." 

부인의 친절한 말투에 왠지 마음이 포근해져서 잠자리에 들었다. 


"여보. 회사 가시는 길에 집앞 은행에 들러 여기 적힌 계좌번호로 돈 좀 
부쳐 주세요." 

김사장의 부인은 출근길에 늦은 김사장을 붙잡고 쪼그맣게 접은 쪽지를 
내밀며 말했다. 

"흠... 회사에 늦었는데... 나중에 부치면 안될까?" 
"안돼요. 중요한 거니 가시는 길에 꼭 부치세요. 아참, 그리고 주민등록 
증 가지고 계시죠? 요새는 실명제라 돈 부칠때 확인한단 말이예요." 
"알아. 주민등록증은 늘 가지고 다닌다고. 그나저나 늦었는데..." 
"에이,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잠시 들렸다 가세요. 
"아... 알았소. 그럼 다녀오리다." 


김사장은 부인의 배웅을 뒤로하고 집 앞에 있는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은 말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는데 김사장은 씩씩하게 걸어들어가 
번호표를 뽑아 들고는 조금전 부인이 건네준 쪽지를 펴들었다. 

"어디다가 돈을 부치라는거야? 이거 원 눈이 많이 나빠져서... 돋보기 
가... 어디있더라?" 

김사장은 품에서 부시럭 거리며 낡은 돋보기를 꺼내어 끼고는 부인이 적 
어준 쪽지를 읽었다. 


[여보... 이글을 읽을 때쯤에는 모든게 결판이 나 있겠군요. 그래요. 전 
더이상 당신의 이상한 성격에 못견디겠어요. 30여년동안 당신과 살면서 
헤어지려고 많이도 생각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근래에는 잠이 든 당 
신 얼굴만 봐도 미워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당신을 소리 소 
문 없이 죽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훗... 오늘 새벽에 당신이 말해준 그 약수터를 갔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로 서글픈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당신이 말한 그 마른 남자 
가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그를 따라 그 약수터로 갔더니... 

제가 본 앞날이 무엇이었는 줄 아세요? 바로 당신이 계신 그 은행 건물 
이 그 시간에 무너지는 것이었어요. 건물안에 있던 사람들은 시멘트 덩 
어리들에 깔려 처참하리만치 찢어지고 으깨져 죽어가는데... 여기 저기 
서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들도 보였고... 더욱이 불까지 나서 죽은 
시신들의 형체는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고... 

처음에는 너무 놀라 한동안 숨도 제대로 못쉬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신을 깨끗이 죽일 방법이 떠오르더군요. 건물이 무너지는 시간에 
맞추어 당신을 그곳으로 보내면.... 아무에게도 의심 받지 않고... 
게다가 죽은 사람의 신원이 확인되면 보상도 많이 받을 수 있겠죠? 참, 
주민등록증은 잘 가지고 계시죠? 호. 호. 호. 

아,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요... 그 은행 옆가게가 가스집인데... 그 집 
에서 먼저 폭음이 들리고 불이 날거에요... 그 다음은... 건물이... ] 


김사장이 사색이 되어 어쩔줄 몰라 멍하니 서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두 
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냄새지? 옆집에서 가스가 새나? 이상한데...?" 

출처 - 공포이야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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