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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겨울 밤 낚시터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12.11 08:19조회 수 1154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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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낚시에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한 

일년쯤 전에 친구의 권유로 한, 두번 따라 갔던 것이 이제는 주말만 되면 

좀이 쑤셔 집에 그냥 있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주말 

마다 하던 골프보다 돈이 안든다고 좋아하던 집사람도 요즈음에는 낚시로 

인해 계속되는 주말 외박에 진저리를 치는 것이다. 


사람심리가 하지 말라면 더하고 싶은 건가 보다. 처음 한동안은 하도 집 

사람이 난리 아닌 난리를 쳐서 주말에 몇번 집에도 있어 봤지만 눈 앞에 

낚시대가 아른거려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기에 생각해 낸 방법이 집사람 

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새벽 낚시를 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집사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낚시조차도 야밤에 

몰래 다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경영하고 있는 이 

회사가 따지고 보면 장인 어른의 것이고 보니 집사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두달 전인가 부터는 거래처 중의 하나인 어느 작은 중소기업의 김사장 

을 알게 됐는데, 나이도 젊은 사람이 국내 낚시터를 안 가본데가 없을 

만큼 낚시광이었다. 조력이 3년밖에 안된다는데도 내가 보기에는 거의 

달인의 수준이었고 나또한 그를 따라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 

이었다. 


이번에도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얘기하기를 자신이 새로 개척한 낚시 

터가 있는데 그곳은 사람도 별로 없고 팔뚝만한 송어가 낚시대를 들여 

놓는 족족 끌려 나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에야 그 곳에서 낚시를 하기로 약속을 정하고는 저녁부터 눈 

치를 보고 있다가 밤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사람이 잠든 것을 확인하 

고는 낚시대만 대강 챙기고 김사장을 만나기 위해 조심스럽게 차를 몰 

았다. 


그런데 날씨가 왜 이리 갑자기 추워졌는지... 차도 그리 고물은 아닌데 

가는 도중에 시동도 몇번이나 꺼지더니만 약속 장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눈발까지 휘날리기 시작했다. 사실 일년 동안 낚시를 해왔지만 겨울 밤 

낚시는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이런 날씨도 조금은 기대가 되는 점이 있 

었다. 과연 이렇게 매서운 날씨에 잡혀 올라오는 물고기의 손맛은 어떨 

까 하는 이유에서... 



"아, 김사장. 오래 기다렸지?" 

"아뇨, 뭐... 온지는 얼마 안됐는데요... 다만... 저번처럼 사모님 때문 

에 못 나오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참이었죠." 


김사장은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차 트렁크를 열고는 들고 

있던 짐을 집어 넣었다. 


"그게 다 뭔가?" 

"아, 이거요? 낚시할 때 먹을 부식거리하고 또... 반주할 약간의 술이 

예요." 


김사장은 내가 밤에 몰래 빠져나오는 형편을 잘 아는지라 낚시에 필요 

한 제반 물건들을 항상 내몫까지 준비해 오고는 했다. 


"오늘도 역시 사모님 몰래 빠져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를 못하셨죠?" 


밖이 몹시 추웠는지 차에 올라타는 김사장의 말투가 조금씩 떨렸다. 나 

는 히터를 최대로 올리고 차를 다시 몰기 시작했다. 


"응... 매번 미안하네. 자네한테 신세만 지고... 더군다나 오늘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게 만들고..." 

"아이구. 최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님 덕분에 제가 먹고 사 

는데요." 


사실 생각해 보면 그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김사장의 회사는 

나와 거래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산 직전의 자그마한 회사였으니... 


"어쨌든... 내일은 또 뭐라고 핑계를 대나? 요새 마누라 기분이 좋지 않 

아서 더욱 조심 해야 하는데..." 

"훗... 저번처럼 친구 장례식에 갔다고 하시죠? 그때도 속으셨다면서요?" 

"아, 그 방법이 있었구나... 그런데 오늘은 까만 양복을 안 들고 나왔어. 

흠... 그래 그러면 되겠군. 마누라는 한번 잠들면 늦게야 일어나니까 

아침에 집으로 전화 한통을 걸어 사우나에 있다고 해야 겠네. 새벽에 

운동삼아 나왔다가 안마 좀 받고 간다고..." 


김사장은 너털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과 살기 참 힘드시겠어요? 하. 하. 하." 


내가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짓자 김사장은 내 얼굴을 살피더니 말을 돌렸 

다. 


"아, 이제 저 앞에 보이는 이정표에서 우회전하세요. 그러면 좁은 산길 

이 나오거든요? 그 길로 30분 정도만 따라가면 되요." 


창밖에는 한치 앞도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의 많은 눈발이 휘날렸다. 


"최사장님, 운전... 천천히 하세요. 지금 눈 때문에 잘 안보여서 그렇지 

오른쪽으로 조금만 삐긋해도 천길 낭떠러지라고요." 


그때까지는 미처 의식을 안 하고 앞만 보고 차를 몰고 있었는데 김사장 

의 말을 듣고 오른쪽을 힐끔보니 그야말로 아뜩해졌다. 


"그렇네 그려. 후~ 이거 스노우타이어를 좋은 걸로 바꿨으니 망정이지... 

그나저나 꽤 산속 깊숙히 들어가는데... 새벽에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내려가기도 곤란할 것 같으네?" 

"후후.. 진정한 낚시광이 되려면 그런 사소한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거 

예요. 지금 팔뚝만한 월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 하. 하." 


김사장의 사근사근한 태도가 평소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오늘 

따라 더욱 친근감이 갔다. 


"아, 사장님 이제 저기서 좌회전을 해서 쭈욱 따라 올라 가세요.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아, 예... 저 앞에요. 수풀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저 

한가운데에 호수가 있거든요?" 


멀리서 보기에는 자그마한 연못 정도 크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꽤 큰 호수였다. 더구나 산속 깊은데 위치해서 그런지 한 

적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짐을 트렁크에서 

내렸다. 


"이야... 이거 꽤 높은데 까지 올라온 것 같은데? 저기 봐. 아랫마을 

불빛이 까마득하게 보이잖아? 그런데도 이런 곳에 호수가 있다니... 

어떻게 이렇게 괜찮은 곳을 알아냈어?" 

"아... 제가 안 가본데가 어디 있습니까? 올 여름에 누구 소개로 한번 

왔었는데... 겨울에 오면 그만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었군. 자, 우리 이제 자리나 잡아볼까? 그런데 호수가 이렇게 꽝꽝 

얼었는데 뭘로 구멍을 뚫지?" 


겨울 낚시를 처음해보는 걸 티를 내려 했는지 가만 놔두면 김사장이 다 

알아서 할 일을 괜히 들뜬 기분에 주절댔다. 김사장은 자신이 가져온 짐 

속에서 가스 토치를 꺼내더니 불을 붙여 보여 주었다. 


"하. 하. 그건 걱정 마세요. 일단 이걸로 얼음을 대충 녹이고 구멍이 생 

기면 그 곁에 모닥불을 펴놔서 다시 안 얼게 하면 되니까요." 

"아하... 겨울 낚시는 그렇게 하는 거구만. 그럼...이제부터 호수 안쪽에 

자리를 잡고 구멍을 뚫어볼까?" 


나는 빨리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에 랜턴을 손에 '꽉'쥐고 서둘러 얼어 

붙은 호수 위로 올라섰다. 혹시라도 얼음이 깨질까 염려되어 발로 두어 

번 쾅쾅 디뎌보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단단했다. 


"완전 돌덩어리네... 하긴 이렇게 날이 추우니..."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네요 눈발이 아까보다 약해져서... 아, 미끄러운데 

길 조심하세요. 이거야 원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를 않으니..." 


김사장은 앞서가는 내 뒤를 따라 잔뜩 짐을 든 채 입에서 입김을 연신 

토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들고 있는 랜턴의 불빛이 없었다면 순전 

히 반쪽만 남은 희미한 달빛에만 의존해 걸을 뻔 했다. 


"자... 잠깐.. 저기... 저게 뭐야?"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바닥만 보고 걷다가 문득 앞을 바라보았는 

데 한 20미터쯤 앞에 노란 불빛이 언뜻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 희미하 

게나마 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우리처럼 낚시를 하러 온 사람인가?" 


김사장은 목을 길게 빼고 앞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가 본데요? 저는 날씨가 좋지 않아 이 곳에 우리밖에 없을 줄 알 

았는데... 그런데... 이런 한적한 곳에 밤낚시를 혼자서 하러 오는 사람 

도 있나?"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야 둘이고 더 

군다나 차로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지만 저 사람은 혼자서, 더욱이 우리 

가 차를 댄 곳에는 다른 승용차가 보이질 않았으니... -그곳 외에는 

온통 관목들 뿐이라 차댈 곳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이렇게 안 좋은 

날씨에 여기 까지 걸어왔단 말인가? 


"뭐 어쨌든 저기로 가보죠. 모르는 사람하고 말동무하며 낚시하는 것도 

재미니..."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어 앞서가는 김사장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혹... 시, 귀신 같은 거 아닐까? 예전에 잡지를 보니까 호수 같은 곳에 

는 귀신이 많다던데... 빠져 죽은 사람들의 혼령 같은 거 말이야." 

"참나... 내일 모래면 환갑인 분이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때마침 거센 겨울 바람이 불어와 내 뺨을 때렸다. 가끔 들려오는 밤짐승 

의 울음 소리도 기괴하게만 느껴졌다. 


"흠... 어쨌든 내 곁에 꼭 붙어 있게. 난 겁이 좀 많거든." 


잔뜩 겁먹은 내 말에 김사장이 한번 미소를 짓더니 성큼성큼 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김사장과 거리가 멀어질까봐 미끄러운 얼음판을 지치며 

따라갔다. 노란 불빛이 가까워 올수록 내가 좀전에 염려했던 것은 기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 의자에 커다란 파커를 입고 낚시대를 드리우 

고 있는 남자는 내 나이 또래정도 되어 보였고 인상도 무척이나 온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많이 잡으셨어요?" 


김사장이 낚시에 열심인 그에게로 다가가 친근한 말투로 말을 건냈다. 

그러나 그는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런 날씨에 낚시하러 오는 사람이 또 있구만. 나 혼자인 줄 알았는 

데..." 

"옆에 앉아 같이 해도 될까요?" 


그 남자는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여전히 낚시대에 달린 찌만 

을 노려보고 있었다. 김사장은 머쓱해졌는지 나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인상은 괜찮은 것 같은데... 불친절하기 짝이 없네요? 어쨌든 저희도 

이 근처에 자리를 잡죠?"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조금전 김사장이 가르쳐 준 방법대로 두터운 

얼음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꾸준 

히 하니 어느 정도 구멍이 뚫렸고 이윽고 낚시대까지 드리울 수 있게 

되었다. 


"최사장님,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 할까요? 후. 후. 후." 

"예끼. 이사람... 원래, 낚시꾼들은 내기를 하는게 아니라며?" 

"하. 하. 하." 


그 남자가 우리의 대화를 계속 듣고 있었는지 고개를 '획'돌리며 입가 

에 손가락을 대고는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하였다. 우리는 진지한 그의 

표정에 순간 움찔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사장의 말대로 팔뚝만한 송어는 커녕 

입질조차 하지 않아 점점 무료해졌다 그때 김사장이 짐속에서 주섬주섬 

소주를 꺼내더니 내 앞에 들이 밀며 한잔을 쭈욱 따랐다. 


"휴... 모닥불은 있으나 마나네요. 꽤 춥죠? 자, 몸도 녹일 겸... 한잔 

하시죠." 


말술을 마다 않는 나인지라 김사장이 권하는 대로 연거퍼 몇잔을 들이 

마셨다. 술이 올라 기분이 좋아질 때쯤 여전히 쭈그리고 낚시대만 쳐다 

보고 있는 그 남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김사장, 저 사람도 추울텐데 한잔 권해 봐." 


김사장은 나와 그 남자를 번갈아 바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잔 

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자, 아저씨. 한잔 하세요." 


그 남자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손만 삐죽이 내밀어 술잔을 받아 들 

었다. 순간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싸늘한 표정이 감돌았다. 김사장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내 곁으로 돌아왔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김사장에게 말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혹시 저사람... 죄짓고 도망다니거나... 아니지... 

혹시 간첩같은... 그러니까 접선 같은 것을 하기위해 여기있는 거 아냐?" 


엉뚱한 내말에 김사장이 크게 소리를 내어 웃더니 말도 안된다는 듯 얘 

기했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요? 아하, 지금 분위기가 좀 이상하니까 사장님 

이 그런 생각이 드셨나 보다." 

"그런가?" 


김사장은 내게 술을 한잔 더 권하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좋으시겠어요. 사모님같이 훌륭하신 분을 만났으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지금 회사도 처가 소유라면서요?" 

"흠... 그런 셈이지. 장인어른만 안계시다면 이미 내 소유가 되었을 텐 

데... 그 양반... 나이 80이 넘도록 정정하단 말이야." 

"후. 후. 제게도 그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사모님같이 돈많고 

예쁘신 분을 얻었는지... 저도 이제 장가를 가야하니 이왕이면... 

사장님처럼..." 


나는 그런 얘기를 마냥 순진한 얼굴로 하는 김사장을 보고 다소 웃음이 

나왔다. 


"하긴...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하겠지. 하지만 나도 그리 쉽게 

얻은 건 아냐." 


김사장은 호기심이 간다는 듯 내게 바싹 다가 앉으며 물었다. 


"어떻게 했는데요?" 

"왜? 알고싶어?" 

"그럼요..." 


나는 술을 한잔 더 들이켰다. 날이 추워 그런지 취기가 올랐다. 


"왕년의 나는 뒷골목에서 잘나가던 몸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지금의 장 

인이 내게 찾아와 일을 하나 부탁하더군." 

"예? 어떤 일을요?" 

"훗... 내 장인도 주착이지 그 당시 자신의 여비서를 범했던 모양인데... 

알고보니 그녀는 결혼도 한데다가 애까지 하나 있었다는군. 그녀는 그 

사실을 속이고 비서로 일했던 모양인데... 장인이 그걸 알고는 일이 커질 

까봐 나에게 그 비서를 처리해 달라는 거였어." 


취기에 안할 말까지 한 것 같아 '아차' 싶었지만 이미 공소시효도 한참 

지난 옛날 일이라 끝까지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그 당시 내 밑에 있던 애를 시켜서 그 비서집에 강도로 가장 

하고 들어가 비서와 남편을 조용히 없애라고 했는데... 일이 잘못되려 그 

랬는지 강도로 들어간 애가 도리어 비서 남편에게 죽음을 당한거야. 일 

이 꼬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장인은 여기저기에 있는대로 돈을 써서 

그녀 남편을 살인자로 몰아 끝내 감옥에 보냈고..." 

"세상에..." 


나는 다소 놀라는 김사장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로서는 잘된 일이었지. 왜냐하면 내가 그 일을 미끼로 

장인을 협박해 지금의 집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된 거거든? 훗... 내게는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지. 처가 식구들이 조금이라도 내게 섭섭하게 대하 

면 그 일을 들먹여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는 시간도 많이 흘렀 

고, 또 그 사건도 흐지부지 되버리고나니 내가 오히려 기를 못 피고 살 

지 않겠나? 후. 후. 후." 


김사장은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 웃다가 한마디 던졌다. 


"이야... 참, 사람 팔자 시간문제네요. 어디 그런 자리 없나요? 저도 

팔자 좀 고쳐보게... 하. 하. 하." 

"예끼, 이 사람! 정직하게 살아야지. 하. 하. 하. 어쨌든 지난날 얘기는 

그만 접어두고 술이나 따르게. 오늘밤에는 송어는 커녕 피라미 도 

못 잡을 것 같으니... 술이나 마시자구." 


그런데 문득 옆에 있던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유 

심히 내 말에 귀기울인 것 같기도 했고... 


"최사장님. 술이 떨어졌는데요? 제가 차에 가서 마저 가져 올께요." 

"으... 응." 


나는 왠지 남자의 눈빛이 이상해 김사장을 떠나 보내기 싫었다. 그러나 

김사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씩씩하게 차 쪽으로 걸어가 버렸고... 아니나 

다를까 김사장의 뒷모습이 어둠속에 묻혀 안 보이게 되자 갑자기 그남 

자가 낚시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내게로 걸어왔다. 


"내가 아까부터 당신 얘기를 유심히 들었는데... 혹시 당신이... 최상규 

아냐?" 

"마... 맞소만... 당신은 대체...?" 

"훗, 역시 그렇군. 내가... 누구냐고? 방금 네가 얘기한 그 비서의 남편 

이다." 

"이런... 세상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다고 하더니만...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듣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쓸데없이 다 지난 얘기를 끄 

집어내어 화를 자초 했는지... 그 남자는 다짜고짜 내 멱살을 부여 잡더 

니 얼음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나는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힘없이 

뒤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나쁜 ... 네 놈 때문에 난 살인자로 몰려 삼십년동안이나 복역을 하 

고... 불쌍한 내 마누라는 그 충격으로 정신이 돌아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어느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얼어 죽었단 말이다." 


그 남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내 두눈과 딱 마주치자마자 그 남자는 

내 위로 올라타더니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케... 케엑~" 

"너 같은 놈은 ... 너 같은 놈은.." 


막혀 오는 숨을 헐떡이며 어서 빨리 김사장이 돌아 오기를 간절히 빌었 

다. 비록 내가 잘못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었 

으니까... 그때였다. 저멀리서 김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거기서 뭣들 하시는 거에요? 왜 싸우시죠?" 


그 남자는 김사장의 말에 움찔 놀란 듯 내 목에 주었던 힘이 약간 느슨 

해졌다. 난 그 틈을 타 재빨리 그 남자를 밀치고 벌떡 일어나 김사장의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 


"김사장, 도와줘. 저 미친 놈이 다짜고자 나를 죽일려고..." 

"예? 뭐라고요?" 


어둠속에서 들리는 김사장의 목소리를 향해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런 

데 김사장의 모습이 아련히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 발이 허공을 딛 

고는 얼음이 깨져 있는 호수의 차디찬 물속으로 빠져버렸다. 


-풍덩- 


"사... 살려줘.. 김사장... 나... 여기 빠졌어." 


갑자기 밀려드는 한기에 있는 대로 소리를 쳤다. 물속으로 몇번을 빠졌 

다가 올랐다가 하며 쳐다보니 어느새 그 남자가 다가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김사장... 나 좀 꺼내줘... 도대체... 어딨는 거야?" 


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한참을 쳐다 보다가 커다란 널판지로 내 위 

를 덮었다. 순식간에 어둠과 추위에 둘러 쌓인 나는 안간힘을 써서 그 

널판지를 밀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무거운 돌 같은 것으로 눌러놨 

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얼음물과 널판지 사이에 작은 틈으로 간 

산히 코만 내밀어 숨을 쉬는데 김사장과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다치신데 없어요?" 


"괜찮다. 얘야..." 


"제 말이 맞죠? 저 놈이 30년전 그 일을 시킨 놈이라구요. 아버님은 괜 

히 모략에 말려들어 애꿎은 날들을 감옥에서 보낸거구요." 


"그래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았구나... 내가 출옥한지 여섯달도 안돼... 

장성한 너를 만나게 되고... 더군다나 네 ♥♥의 원수도 갚을 수 있게 

됐으니..." 


"오늘도 최사장은 집에다가 어디간다고 말을 안하고 나왔으니... 제가 

의심 받을 리도 없고... 더욱이 최사장을 빠뜨릴려고 팠던 저 얼음 

구덩이도 내일 아침까지는 다시 얼어 버릴테니 당분간 최사장의 시신은 

찾지 못할 거예요. 천상 내년 봄에나... 날이 풀린 후 발견될 테니... 

그 사이에 최사장의 장인을 없애야죠. 아, 물론... 그것도 제가 완벽 

하게 일을 꾸밀거구요." 


"고맙다. 얘야... 저, 최사장이란 놈... 네 ♥♥가 죽은 것과 똑같이 

고통스런 추위를 느끼며 얼어 죽어야만 해. 그래야 죽은 네 ♥♥나 내가 

편히 눈을 감을테고...." 



가빠오는 숨을 몰아쉬며 아무리 널판지를 두들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밀려오는 한기에 심장박동이 점점 느려지는 것을 느꼈고... 또한 

점점 온몸에 감각이 없어지며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코와 입으로는 

차디찬 물만이 들어오고 있었고...... 들리지도 않을 중얼거림만이 

계속 될 뿐이었다. 


'사... 살려줘... 으... 추워... 너무 춥단... 말이다....' 



출처 - 공포이야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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