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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

여고생2016.10.12 15:47조회 수 956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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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냥 누구나 한번씩 살다보면 겪을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아닐수도 있구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닐 무렵, 저희집에 친할머니가 오셨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셨고, 증세가 심각했지요.

가족은 나와 어머니, 아버지, 위로 10살 차이가 나는 누나, 이렇게 넷, 이었습니다.

집은 좀 작은편이었고(평수가), 거실 하나에 방 두개가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당연, 나와 10살이 차이나는 누나는 고3이라 할머니와 방을 쓸 수 없었고, 당연 저와 할머니는 같은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2학년,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시기, 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희집엔 아버지 사업의 이유로 컴퓨터가 있었고

그 컴퓨터는 고3이었던 누나의 방에 있었습니다. 누나가 수험생이라는걸 저는 알지 못했고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게임을 하기 위해 집으로 자주 들어오곤 했죠.

하지만 그것도, 할머니가 오고 나서부터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지만 정신은 나름 온전하신분이셨고, 저에게도 잘해주셨습니다.

 

 제 방은 부엌과 연결된 베란다와 연결되어 있는 방, 이었습니다. 방에는 별도의 창문이 없고, 베란다로 연결된 큰 창문 하나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창문은 책상 앞에 있었고, 침대에 누우면 창문을 바라볼 수 있었죠. 베란다에 성인남성이 서있으면, 복부까지는 보이는, 그런 커다란 창문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침대에서, 나는 바닥에서 잠을 잤습니다.

종종, 할머니가 잠결에 뭐라 하시는걸 들었지만, 워낙 잠에 깊게 들어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쯤, 목이 말라 눈을 떴는데, 할머니가 뭐라고 하고 계시더군요. 부엌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는데.

 

 "가야해, 가야해."

 

하고 할머니가 이불을 개키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어디가요? 어딜 가야하는데요? 물었죠.

그러더니, 창밖을 가리키며 저기 날 데리러 온 사람이 있다. 그러니 가야해. 하시더군요.

잠결이지만, 그래 잠결이지만, 그래도 할머니와의 대화로 어느정도 잠이 깨어있었던 저는 가리키는 창문을 바라보았고

거기에 서있는 한명의 남자를 보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스포츠형 으로 짧게 자른 머리, 가로로 찢어지고 크지 않은 날카로운 눈,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에, 어깨쪽에 하얀 라인이 들어가있던.... 그 남자는 천천히 할머니에게서 시선을 옮겨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촛점 없이 작게 뜨여있는 그 눈이, 천천히 이동해 오는동안, 발 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아 올라왔습니다.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할머니, 누구예요, 저사람? 했더니..

할머니가 너 모르냐고.. 니가 왜 모르냐고 하더군요. 모른다고,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할머니는 저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남자는 이젠 천천히 창문 안으로 손을 뻗고 있었구요. 그 남자에게

 "나가!! 누군데 내방에 들어와!" 하고 소리지르고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어깨를 흔드는걸 멈추지 않으셨구요.

저는 있는힘껏 소리를 질렀고 그 남자는 흘끔 저를 보더니 손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남은 말은..

 "아쉽네." 였습니다. 또박또박, 들려온 목소리. 할머니의 고함소리와 나의 울음소리를 뚫고 들어와, 나의 귀에 들린 그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무서워서, 미친듯이 울었죠. 진짜 집이 떠내려가라고 소리질렀던것 같습니다. 어릴때부터 고함소리가 커서 어머니가 진지하게 성악시켜야하는건가, 고민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아버지가 시끄러웠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셨고, 할머니는 쓰러지셨습니다. 저도 울다가 기절했구요.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고향인 영동의 가족선산에 할머니를 모시고, 저희집은 부산으로 내려와 다같이 집에서 시체처럼 잠이들었습니다. 잠을 자는데, 오랜만에, 내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문이 열리고 문밖으로 보이는 피아노 의자에 누가 앉아있더라구요. 추워,추워, 연신 말을 하면서. 그래서 눈을 떴는데, 할머니셨습니다.

온몸이 물에 폭삭 젖었더라구요. 할머니, 무슨일이예요, 왜이렇게 다 젖었어요. 왜 할머니 방에 안들어와요, 하고 질문을 헀지만, 할머니는 방에 들어오지 않으시고 그 자리에서 계속 춥다는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귓속으로 들리는 바닥으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 똑똑, 하고 물이 계속 장판을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꿈이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할머니가 왜저렇게 젖으셨지, 라는 생각 뿐.

그렇게 꿈에서 일어났고, 다음날, 나는 가족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이 모두 그 꿈을 꾸었고, 우리는 아침을 먹고 무덤에 다시 가보자, 하고 간략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때, 뉴스에서 '영동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라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우리 가족은 모두 밥먹던것을 중단하고 그길로 산으로 갔습니다.

갓만든 새 무덤은, 흙이 단단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죠.

 

할머니의 무덤은 간밤에 내린 폭우에 의해 흙이 모두 아래로 씻겨 내려가 관뚜껑이 물에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그때문에, 할머니가 그렇게 춥다, 춥다, 물에 젖은채 하셨을까요..

그건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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