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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제 방이 생겼어요

여고생2016.11.02 13:46조회 수 784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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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주 어릴 적 이야기인데요.

7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해였다고 하네요.


그 때 즈음, 저의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요. 저는 그 때 너무 어려서 장례 끝나고 할아버지를 묻는 산에는 데려가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며칠이 지났는지는 자세히 기억할 수 없지만 어린나이지만 저만의 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방은 저희 할아버지가 쓰시던 방이었죠.


그 방은 문이 두개 있는데, 한 문은 밖과 연결 되어있으며 다른 한 문은 부엌과 바로 연결되어있는 문이죠. 


부엌엔 창문이 없어서 불을 끄면 칠흑 같이 어두워지는 터라 밤마다 무서워했어요. 

그치만 제 방에서 자려면 어쩔 수 없었고, 제 방에서 처음 잔 날이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었는데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두운 부엌에서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였기에, 엄마가 밤에 뭘 주시려나보다- 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가까이 있지도 않은 채, 저 멀리서 손짓만 하면서 제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아, **아-"


이상했습니다. 평소 엄마라면 절 부르다가 저한테 오셨을 텐데 계속 절 부르시기만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엄마?"


라고 물었는데 대답 없이 역시 손짓만 하더군요. 미묘한 기분이었지만, 엄마니까 당연히 이불 속에서 나가려고 했죠. 

하지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안 돼, 엄마가 아니야."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득 무서움이 잔뜩 밀려온 저는, 냅다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밖에 있던 세숫대야에 엎어져서 차가운 물을 잔뜩 뒤집어쓴 채로 안방으로 가서 울면서 아빠한테 갔죠.


이게 웬일인지, 엄마는 아빠와 함께 침대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엄마를 흔들어 깨우고, 엄마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습니다. 의아한 듯 저를 보며 왜 왔냐고 물었고, 

저는 덜덜 떠는 채로 부엌에 누가 있다고, 무서워죽겠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문을 열고 불을 켰습니다.


이게 웬일일까… 엄마와 닮은 형체가 있던 그 자리에는 물웅덩이가 있었습니다. 

엄마께선 설거지를 하고, 항상 물기를 닦기에 (물기가 있으면 미끄러지니까) 부엌에 물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있던 자리에 누가 물을 부어놓은 듯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만약 엄마가 아닌 닮은 형체가 있던 그 자리. 그 형체에게 아무 생각 없이 갔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오싹합니다.


저에게 엄마가 아니니까 가지마라고 말했던 그 사람은 아마도 할아버지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장례가 끝나지만 할아버지 방엔 아직 할아버지가 계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거의 기억이 없지만, 제가 하나뿐인 친손자라서 애기 때부터 무척 예뻐하고, 

진지 드시고 나면 절 데리고 바깥바람 쐬어주러 다니시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셨대요. 할아버지께 너무 감사드리는 일입니다.


[투고] 아이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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