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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키우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 집안

굴요긔2017.04.13 17:58조회 수 82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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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 참.. 별로 재미없으시죠? "
 
사내는 겸연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녀의 커트라인 안쪽이었다.
사내는 외모도 호감형이었고,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집안이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 아니에요~ 맞선이 처음이시라면서요? 저도 처음일 땐 긴장해서 말도 못하고 그랬어요 호호호! "
" 아, 그렇습니까? "
 
멋쩍게 웃는 사내를 바라보던 여인은, 자신이 대화를 주도해야 함을 느꼈다. 
 
" 저기 그럼 혹시, 취미 같은 건 있으세요? "
" 취미요? 글쎄요 딱히... "
" 음... 그러면 뭐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나 책이나.. 아니면, 예능프로 뭐 즐겨보시는 거나 있으세요? "
" 아니요.. 제가 TV를 안 봐서... "
" 아 그래요...? "
 
대답이 궁색하여 미안했던 사내는, 뭐라도 말해야겠는지 갑자기,
 
" 아, 사실은 저! 혜화씨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
" 네?? "
 
여인은 두 눈을 끔뻑거렸다. 너무나 맥락 없는 칭찬이었다.
사내는 여인의 반응에 당황하며,
 
" 아, 저! 그- 사실은, 부모님이 억지로 맞선을 보라고 해서 나오긴 했지만,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제 인생에 결혼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런데, 혜화씨를 직접 만나 뵙게 되니 생각이 변했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저-, 그..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네. "
" 어머.. "
 
여인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예쁘다는데 좋지 않을 리가 없었고, 얼굴을 붉히는 사내의 순수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속으로 '남편 합격' 도장을 찍어준 여인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여인이 그렇게 나오자 사내의 긴장도 점점 풀어졌고, 맞선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어느덧 사내는, 이런 말까지 하게 되었다.
 
" 어쩌면 인생 첫 맞선에서 제 운명의 상대를 찾은 것 같습니다. "
" 어머 호호호 "
 
여인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동안 주변에서 눈 좀 낮추라며 핀잔을 들어왔었지만, 그게 다 이 정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잣집 며느리가 된 자신을 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을 그네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떠올랐다.
 
" 그래서 말인데...혜화씨와는 깊은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저희 집안의 비밀을 말씀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
" 네?? "
 
사내는 얼굴은 심각해져 있었고, 덩달아 여인도 긴장했다.
 
" 사실...몇 년 전만 해도 저희 집안은 무척 가난한 집안이었습니다. "
" 예?? "
 
전혀 뜻밖의 말에 여인의 눈이 커졌다. 
사내의 표정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 제대로 밥 한 끼도 못 챙겨 먹을 정도였습니다. 한데 어느 날, 저희 동네를 지나던 한 무속인이 저를 보고 그랬답니다. "
 
[ '아귀'의 환생이 '재물의 신'과 같은 날에 태어났구나! 허허~ 신기하도다! ] 
 
" 재물의 신이라는 말에 혹한 저희 부모님은 무속인을 붙잡아 물었고, 무속인은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느냐 타박하며 방법을 하나 알려주었답니다. "
 
[ 저 아이의 생일날에 쥐 한 마리를 줘서 소중히 돌보게 하고, 100일째 되는 날에 온 가족이 그 쥐를 나눠 먹거라. ]
 
" 어머! "
 
쥐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여인. 
사내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 믿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저희 부모님은 그 말을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제 생일날 쥐를 하나 가져다주셨고, 100일째 되는 날에... 으음. "
" 어머어머...! "
" 그러자 정말로 집안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밀려있던 아버지의 월급이 들어오고, 재개발 보상금도 크게 들어왔지요. 저희 집안은 드디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고, 다음 해의 제 생일날에 다시 쥐를 하나 주셨습니다. "
" 어머... "
 
여인은 놀라면서도, 사내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맞선 내내 사내가 했던 말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 하지만, 100일째에 그 쥐를 다시 먹어도 이렇다 할 재물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십몇 년을 수소문해서 그 무당을 찾아갔고, 기억하고 있던 무당이 그랬답니다. "
 
[ 저 아이의 생일날에 닭 한 마리를 줘서 소중히 돌보게 하고, 100일째 되는 날에 온 가족이 그 닭을 나눠 먹거라. ]
 
" 닭이요?? "
" 예. 이번에도 부모님은 그 말에 따랐습니다. 제 생일날에 닭 한마리를 가져다주셨고... 100일째 되는 날에 온 가족이 모여 닭도리탕을 해 먹었습니다. 그러자... "
" 그러자...? "
" 로또에 당첨되었습니다. "
" 어머 세상에! "
 
로또라는 말에 동공이 확장하는 여인!
사내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 부모님은 다시 무당을 찾아갔고, 다음 해의 제 생일에는 개 한 마리를 데려오셨습니다. "
" 어멋! 서, 설마? "
" 예...100일째 되는 날에 온 가족이 모여 보신탕을 먹어야 했습니다... "
" 어머머! "
 
여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인은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기에, 키우던 강아지를 잡아먹는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사내는 그 반응에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 저도 정말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저희 아버지의 사업이 대성공을 거둬, 직원 수백 명을 둔 기업체가 되었습니다. "
" 으음... "
 
여인의 머릿속에 사내 집안의 기업 로고가 떠올랐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 로고가.
여인의 얼굴이 조금씩 풀릴 때, 사내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이제 부모님은 무당을 찾아가지 않고도 알아서 제 생일에 돼지 한 마리를 데려오셨습니다. 그리고... "
" 백일째에 돼지도 잡아먹었나요? "
 
이번엔 그닥 놀라 하지 않는 여인의 표정을 살피며, 사내는 덧붙였다.
 
" 예...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돼지도 키워보면 참 귀엽습니다. 의외로 영리하고 깨끗한 동물이죠... "
" 아..예에... "
" 그래서 저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저는 돼지고기를 못 먹습니다. "
" 예에..그러시구나.. "
 
조금 멋쩍어하는 여인의 얼굴을 보다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내.
 
" 그리고 작년 제 생일날, 부모님은 송아지를 데려오셨습니다. 100일째 되는 날에 온 가족이 그 녀석을 잡아먹었고... 얼마 전 저희 기업은 드디어 국내 300대 기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 와-? "
 
여인은 깜짝 놀랐다. 사내의 집안이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국내 300대 기업에 들어가 있을 줄이야?
예상보다 더한 규모에 여인이 놀라고 있을 때, 사내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 이런 어두운 비밀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결혼한다면, 혜화씨에게 큰 실례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혜화씨와 더 가까워지기 전에 말해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혜화씨는...저희 가족이 될 자신이 있으십니까? "
" 아... "
 
여인은 고민해봤다. 만약 자신이라면 키우던 강아지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부잣집 며느리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가? 게다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부자가 될지도 모르는 집안인데?? 
 
" ... "
 
고민하던 여인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예... 저는 사랑만 있으면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아! "
 
여인의 입에 발린 그 말에, 환해지는 사내의 얼굴!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 아뇨.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제가 더 고맙죠~! "
" 아아! 혜화씨는 정말 마음마저 천사 같으시군요! 부모님이 왜 그렇게 꼭 이 맞선을 보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
" 어머! 너무 띄워주신다~ 호호호! "
" 하하하! "
 
환하게 웃은 두 남녀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서로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둘은, 다음을 약속하며 가게를 나섰다.
웃으며 헤어지기 전, 여인은 문득 물었다.
 
" 아, 그런데 생일이 언제예요? "
 
" 아! 예, 오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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