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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린 아이의 순수함은 어디까지

굴요긔2017.04.13 17:59조회 수 869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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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이게 여기 있었네? "
 
고향 집의 창고를 바쁘게 정리하던 사내는, '야구 카드' 뭉치를 발견하고는 감회에 젖어 멈췄다.
 
" 뭔데 오빠? "
 
근처에서 정리를 도와주던 그의 약혼녀가 다가와 묻자, 사내는 카드 뭉치의 노란 고무줄을 벗겨내며 펼쳤다.
 
" 내가 어릴 때 진짜 열심히 모았던 카드야. 마해영 카드 모으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었는데..햐~ "
 
옛 추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 짓는 사내.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나온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여인은 이때다 싶었는지, 사내의 기분을 살리려고 크게 호응했다.
 
" 오~ 반짝이 멋있다! 오빠 이걸로 자랑 좀 하고 다녔겠는데? "
" 그럼! 내가 마해영 뽑았을 때 애들이 얼마나 부러워했었는데~! "
 
감회에 젖은 얼굴로 카드를 내려놓는 사내. 그 주변을 뒤적거리니, 죄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이었다.
 
" 하나도 안 버리셨네..참..하나도 안 버리셨어.. "
 
오래된 장난감을 하나씩 집어 들며 미소 짓는 사내. 부모님 생각이 떠오르는지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그 안색을 살피던 여인은, 괜히 밝게 호들갑 떨며 '로봇' 장난감을 옆에서 들어 올렸다.
 
" 와~ 이건 되게 비싸 보인다~! 이런 거는 나중에 우리 애한테 물려줘도 되겠는데? 어때? "
" 응? "
 
시선을 돌려, 여인의 손에서 로봇을 받아드는 사내. 
 
" 이건...? "
 
가만히 로봇을 바라보던 사내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갔다. 
조금씩 동공이 확장하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사내! 
순간-,
 
' 와장창-! '
 
" 꺅?! "
 
사내가 로봇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버린 로봇!
 
여인이 깜짝 놀란 눈으로 돌아보자, 사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 아니..아니..아니야..아니야... "
 
알 수 없을 말을 하며 창고를 뛰쳐나가는 사내!
 
" 오, 오빠?! "
 
영문 모를 얼굴로 로봇의 잔해를 힐끔거린 여인이 사내의 뒤를 쫓았다.
 
.
.
.
 
사내는 골목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곁으로 다가온 여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 오빠...괜찮아? 무슨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랐어? 왜 갑자기 그랬던 거야? "
" ... "
" 저 로봇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말해봐. 나한테는 다 털어놓아도 괜찮잖아. "
 
사내는 말없이 땅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 ...사실을 알게 되면 네가 나를 혐오하게 될 거야. "
" 뭐?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
" ... "
 
사내는 갈등하다가, 옛날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 아주 어렸을 때 즐겨보던 드라마가 있었어. 거기서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던 어떤 남자가, 그 집 아이한테 장난감을 사주는 장면이 있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싼 장난감이 생겼다고 좋아하기만 했었지..어떻게 생각해? "
" 어,엉? "
 
설마 하며 커지는 여인의 눈동자. 
사내는 괴로운 얼굴로,
 
" 아까 그 로봇을 보고 기억이 났어. 그거...우리 아버지가 사준 게 아니야. "
" 뭐?? "
" 우리 엄마와 바람 피웠던 동네 아저씨가 나한테 사줬던 거야.. "
" 아! "
 
깜짝 놀라는 여인! 사내는 입술을 떨며 자책했다.
 
" 내가 그 로봇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알아? 난 정말.. 정말 쓰레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
" 오빠.. "
 
머리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는 사내. 옆에서 안타깝게 보던 여인이 팔을 둘러 위로했다.
 
" 아니야 오빠. 오빠가 너무 어려서 그랬던 거야. 어릴 때는 뭐가 뭔지도 구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그럴 수가 있는 거야! 내가 가르치는 유치원 애들도 보면 다 그래! 오빠는 그냥, 새 장난감이 생긴 게 순수하게 기뻤을 뿐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오빠 잘못 아니야! "
" ... "
 
여인의 계속된 위로에, 조금은 괜찮아지는 사내의 얼굴. 
여인은 곧,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 아니 근데, 오빠는 무슨 그런 거로 혐오라는 말까지 써? 오빠도 가만 보면 참~ 소심해! "
" 으음... "
 
여인은 괜히 사내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는,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 으이구~, 바람 좀 쐬다 들어와요 소심남! "
" ... "
 
홀로 남은 사내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과연, 그날의 일을 알고서도 그녀는 똑같이 말해줄까?
 
 
[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좋아하죠? 우리 엄마랑 바람 피우고 로보트 사주시면 안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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