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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노인을 위한 금고는 없다

굴요긔2017.04.14 15:22조회 수 54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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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고급스러운 서재.
의자에 앉은 노인이 은은한 미소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집안 가득 퍼져있는, 어울리지 않는 청국장 냄새가 노인을 미소 짓게 했다.
 
실크 겉옷의 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어 열어보는 노인.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
.
.
.
.
.
 
" 이 노인네가 진짜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금고가 어디 있는지 빨리 말하라고! "
 
집기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저택의 거실. 의자에 포박된 노인을 향해 다섯 명의 파워레인저가 윽박지르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파워레인저 가면을 쓴 다섯 명의 강도들이었다. 
남자로 보이는 레드, 블랙, 블루. 여자로 보이는 핑크, 옐로우.
이제 막 온 집안을 뒤집고 온 듯, 숨을 몰아쉬는 그들의 모양새에선 답답함이 느껴졌다.
 
" 빌어먹을! 이렇게 안 나오면, 진짜 금고가 없는 거 아닙니까?! "
" 야 레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 노인네가 집에 돈을 쌓아놓고 있다며?! "
 
리더처럼 보이는 레드를 향해 블랙과 핑크가 짜증을 토해냈다. 
레드는 대답 대신 노인의 멱살을 붙잡고 윽박질렀다!
 
" 씨뱔!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이면 나도 더는 노인공경 못 해?! 어?! 금고 어딨냐고!! "
 
한데, 레드의 위협에도 노인은 피식 웃는 것이 아닌가?
거칠게 손아귀를 틀어쥐는 레드!
 
" 이 미친 노인네가?! 진짜로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
 
노인은 흐흐 웃음을 흘리다가, 여유 있게 말했다.
 
" 죽이겠다고? 피를 보겠다고? 자네들이 그럴 수 있을까? "
" 뭐? "
 
노인은 다섯 가면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 자네들 중에 사람 죽여본 사람? 없지? " 
" ?! "
 
아무도 대답을 못 하자,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 그럴 거야. 자네들은 그렇게 무서운 범죄자들이 아니거든. "
" 무슨 개소릴-! "
" 들어봐. 자네들이 내 집에 쳐들어와 나를 이 꼴로 만든 지가 벌써 40분이야. 그 사이에 나에게 무슨 위험한 일이 일어났지? 없어. 그냥 방석 없는 의자가 좀 불편할 뿐이야. "
" ... "
" 만약 내가 자네들이었다면, 지금쯤 손가락 하나쯤은 잘랐을 거야. 이렇게 말로만 위협하고 있진 않았을 거라고. "
" 이익...! "
 
레드는 잠깐 움찔했다가, 위협하듯 크게 고함쳤다!
 
" 그래! 손가락이 잘리고 싶어?! 소원이야?! 어?! 그렇게 해줘?! 어?! "
 
그러나 노인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무시하고, 모두를 둘러보며 자기 할 말만 했다.
 
" 그리고 이렇게 보면, 자네들의 구성도 의심스러워. 서로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아? "
" 뭐?! "
" 자네들이 서 있는 모습을 봐. 한 동료라기엔 너무 서로 동떨어져 있잖아? "
" ?! "
 
" 저쪽에 둘이서만 따로 떨어져 있는 파란 가면이랑 노란 가면 말이야. 둘은 서로만 애인 사이고, 나머지 셋이랑은 별로 잘 모르는 사이지? 아까부터 단 한번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데, 둘이서만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어. 게다가 둘은 이런 범죄가 처음인 일반인일 걸?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가 말이야. "
 
노인의 시선이 향하자 블루와 옐로우가 움찔 놀라며 손을 잡았다.
레드의 음성이 떨려 나왔다.
 
" 이, 이 노인네가...? "
" 다음으로 저 검은색! 저 친구는 진짜 도둑이 맞아. 아마, 이 중에 우리 집 보안을 털어낸 자가 있다면 저 친구일 거야. 유독 비밀스러운 부분들만 골라서 거침없이 뒤지더라고. 다만, 자네들을 대할 때 격식을 차리고 있어. 자네들이 생각 없이 막 뒤지는 모습이 짜증 날 만 할 텐데도, 화 한 번 안 내고 다시 가서 제대로 확인을 하더란 말이야? 내 생각에는- 빨간 가면 자네가 초대한 전문가 같은데? "
" 으음... "
 
노인의 말에, 블랙은 낮은 신음을 삼키며 팔짱을 꼈다. 
덩달아 당황하는 레드! 노인의 고개가 그에게로 향했다.
 
" 빨간 가면 자네. 그래, 자네가 확실히 이 그룹의 리더야. 하지만 자네가 실제로 알고 지내던 사람은 저 분홍색밖에 없어. 나머지는 다 자네가 초대한 사람들이야. 아마 자네가 내 집 금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겠지? 그래서 사람들을 모은 중심이 됐을 테고 말이야. "
" 그...! "
" 그리고 자네를 향한 분홍의 강압적인 태도를 보아하니, 자네의 약점을 잡고 있던지, 아니면 자네의 잔소리 심한 마누라겠군? 안 그래? "
" 이, 이 영감이...?! "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는 가면들! 그때, 노인이 눈을 서늘히 빛내며 말했다.
 
"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았느냐는 거야. 불과 얼마 전, 내가 거의 모든 재산을 현금화해서 금고에 숨겨둔 사실을 말이야. "
" ! "
" 여, 역시! 금고가 있었잖아 이 노인네! 어딨어?! 어?! "
 
레드가 다시 노인의 멱살을 강하게 조일 때-, 노인이 가면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 이거 좀 놓고, 내 제안을 들어보는 게 어때? "
" 뭐?! "
" 금고 위치가 알고 싶다며? "
" 큭... "
 
레드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멱살을 놓고 한 발짝 물러났다.
노인은 피식 웃더니, 모두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 내 금고는 모두 다섯 개야. 희한한 인연이지? 자네들도 다섯인데 말이야. "
" ... "
" 그래서 내가 자네들의 사이를 궁금해했던 거야.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그것이거든. "
" ? "
 
제안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는 그들에게, 노인이 씩 웃으며 물었다.
 
" 너희들...내 금고를 각자 하나씩 가지지 않을래? "
" 뭐?? "
" 무슨! "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가면들!
노인은 여유 있게 말했다.
 
" 그렇잖아? 어차피 너희들은 그렇게 친한 사이들도 아니고..사실상 이 도둑질만 끝나면 영영 안 볼 사람들 아니었어? "
" 그-! "
 
레드가 뭐라 말하려 나설 때, 노인이 말을 끊으며 나머지에게 빠르게 물었다!
 
" 말해봐! 수익 배분이 어떻게 되지? 빨강이 가장 크지 않아? "
" ! "
" ! "
 
동요하는 가면들! 노인의 목소리가 커졌다!
 
" 내 금고 속에 든 현금은 모두 400억! 금고 하나당 100억씩 돈이 들어있다! 한 사람당 100억을 가져갈 기회란 말이다!! "
" 이, 이 노인네가?! "
 
레드가 놀라 소리쳤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았다.
 
" 어차피 자네들은 그냥 돈만 나눠서 흩어지는 게 더 편한 사이 아닌가?! 분배한답시고 모여서 뒤통수 맞을 일도 없고!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고 할 것 없이, 정당하게 나누는 게 자네들에게도 좋지 않겠냔 말이야! "
" 이익! "
 
분노한 레드가 다시 노인에게로 손을 뻗을 때-, 그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 잠깐 기다려봐 레드! "
" ?! "
 
블랙이었다.
 
" 저기, 왜 100억씩입니까? 전재산이 400억이라고 했는데, 왜? "
" 무슨...?! "
 
레드의 당황한 모양새를 보는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좋은 질문이야 검정. 왜 100억일까? 다섯 개의 금고 중 하나는 현금이 아닌 내 추억의 물건들이 들어있거든! 옛날 사진이나, 편지나, 일기장 같은... 쉽게 말해서 자네들에겐 '꽝'이지. 그래서, 더 재밌지 않아? 자네들 다섯이 금고 하나씩을 나눠 가진다! 다만, 한 명만은 재수 없게 꽝으로 무일푼! 어때? 게임이란 건 이래야 재밌잖아? "
" ... "
 
노인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화가 난 레드가 블랙의 손을 뿌리칠 때-,
 
" 재밌네요. 그렇게 하죠. "
" 뭣?! "
 
핑크가 한 발짝 다가와 제안에 동의했다! 
당황한 레드가 핑크를 돌아보지만, 곧이어 블랙도!
 
" 저도 찬성합니다. "
" 이...! "
 
레드가 두 사람을 보며 당황할 때, 노인이 멀리 떨어진 블루와 옐로우를 보며 소리 질렀다!
 
" 자네들은 어때? 자네들도 동의하지? 어차피 자네들은 둘이서 나눠 가져도 되니까 페널티가 적잖아? "
 
둘은 서로를 보며 망설이다가, 귓속말을 나눈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빙긋 웃으며 레드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네도 동의하는 것으로? "
" 이익...! "
 
레드는 몸을 떨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노인이 알아챈 대로, 그들의 사이는 비즈니스 관계였던 것이다.
갈등하다가, 노인을 향해 윽박지르는 레드!
 
" 그래 좋아, 그래서 일단 금고가 어딨는데?! "
" 그래서 일단은, 내 손을 좀 풀어주지? "
" 큭...! "
 
레드는 잠깐 망설이다가, 노인의 묶인 손을 풀어주었다.
손목을 쓰다듬으며 만족하는 노인. 곧, 모두를 둘러보며 여유 있게 말했다.
 
" 난 평생 남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며 회장님 소리를 듣던 사람이야. 그런데 이렇게 자네들에게 휘둘리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주도권을 내가 가져야겠어. "
" 뭐야?! "
" 조건 하나에 정보 하나! 그것이 내 게임의 룰이야. "
" 뭐,뭣? 조건?! 이 노인네가 어디서 개수작을?! "
 
레드가 발끈했지만, 노인네의 다음 말은 가면들을 동요하게 했다.
 
" 정보가 있어야 꽝을 피할 수 있을 텐데? "
" ! "
" 익...! "
 
모두가 멈칫하는 사이, 노인은 레드를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
 
" 자네가 내 손을 풀어주었지? 이번에 자네에게만 정보를 하나 주겠네. "
" 뭐?? "
" 가까이 와. 귓속말을 해야 하니까.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좋잖아? 꽝을 피하려면 말이야. "
" 아, 음...! "
 
레드는 당황하면서도, 쭈뼛쭈뼛 노인에게 다가가 귀를 내밀었다.
 
[ 엄지는 안전해 ]
" ?! "
 
노인의 속삭임에,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쳐다보는 레드! 
그 시선을 느낀 노인이 눈치 좋게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 아참! 내 금고의 열쇠는 따로 없어. 모두 내 지문으로만 열 수 있지! 각각,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 "
" ! "
 
당황하는 가면들과 레드! 
한데 노인의 말은, 거부감이 드는 점이 있었다.
 
" 잠깐잠깐! 열쇠가 지문이라고?! 노인네 지문이 있어야만 금고를 열 수 있다는 건, 뭐하자는 거야?! 우리가 한 명씩 노인을 데리고 다니란 말이야?! "
 
레드의 반박에, 노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어 펴 보이며 하는 말.
 
" 걱정하지 마. 내 손가락을 모두 절단해서 한 명씩 나눠줄 테니까. "
" ?! "
 
흠칫 놀라는 가면들!
노인은 서늘히 웃으며 말했다.
 
" 이 정도는 해야, 내 게임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자네들이 믿어주지 않겠어? "
" ... "
 
가면들은 노인의 기세에 압도당한 듯, 할 말을 잃었다.
노인은 빙긋 웃으며 온화하게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 어쩌면 자네들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 이 몸뚱어리는 얼마 못 살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어. 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든, 자네들에게 주든, 나에겐 아무 차이가 없다는 거지. 그저 난 재미만 있으면 돼. "
" ... "
" 참고로 금고는 이 집에 없고 모두 흩어져있어. 자네들은 내게서 금고의 정보를 얻어낸 다음, 내 손가락 하나씩을 뜯어서 가져가면 되는 거야. 혼자서 안전하게 금고의 돈을 가지고 아무도 모르게 떠날 수 있다는 것이지. "
" 으음... "
 
신음을 삼키는 가면들에게, 노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 그래서 내 조건 말인데... 내가 지금 한 가지 무척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누가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
 
자기도 모르게 노인에게 집중하는 가면들!
 
" 자네들 중에...나와 가까운 사람이 있지? "
" ! "
 
티 나게 당황하는 가면들! 
 
" 아아~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아. 누군지 밝힐 필요 없이, 그냥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줘. 어차피 내 짐작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
 
노인이 말하며 모두를 둘러볼 때, 눈치 보던 그들 중 핑크가 빠르게 나섰다!
 
" 있어! "
" ?! "
" 흠! 역시! 좋아. 자네에게도 정보를 하나 주지. "
 
다른 가면들이 놀라 핑크를 돌아보지만, 핑크는 무시하고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 검지의 금고는 돈이 들었어. ]
" 아! "
 
노인의 속삭임을 듣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는 핑크. 다른 가면들의 시선이 그런 핑크의 모습을 쫓았다. 그들의 마음에 불안감과 정보에 대한 갈망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외면하는 핑크의 입은 굳게 다물어진 듯했고, 자연스럽게 나머지 가면들의 시선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 목이 마르는데...물 한 컵만 가져다 줄 사람? "
 
" ! "
 
달렸다. 가면들이, 달렸다!
 
.
.
.
 
' 꿀꺽 꿀꺽 꿀꺽 '
 
" 하~! "
 
물 한잔을 원샷한 노인이 물컵을 옆 사람에게 건넸다. 숨을 헐떡이는 블루에게 말이다.
 
" 좋아 파랑. 귀를 가까이. "
 
블루는 얼른 귀를 가져다 댔고, 나머지 가면들이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중지의 금고는 돈이야. ]
" ! "
 
블루는 묵묵히 옐로우에게로 돌아갔다.
둘이 귓속말을 속삭이려던 그 순간 노인이 갑자기, 모두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내밀었다!
 
" ?! "
 
뜬금없는 노인의 욕설에 당황하는 가면들! 
한데, 
 
" 이번엔 이 손가락의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거야. 그리고 원한다면, 곧바로 이 손가락을 가지고 떠나도 좋아. "
" ! "
 
크게 동요하는 가면들! 특히, 방금 중지의 정보를 얻은 블루의 동요가 가장 컸다! 
 
" 어때? 이렇게 한 명씩 떠나서 금고를 가질 수 있다면, 안전하게 자기 몫을 챙길 수 있지 않겠어? 중지 금고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전화로 내 말이 거짓말인지, 진짜인지도 확인할 수 있고 말이야. "
" 으음... "
 
침을 꿀꺽 삼키는 가면들. 그 중, 블랙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 그, 그래서...뭘 하면 됩니까? "
 
순간, 노인의 눈빛이 서늘해지며-,
 
" 지금 당장, 가면을 벗는 자에게 알려주지. "
 
" ! "
 
당황하는 가면들! 
 
" 그, 그건... "
 
서로 눈치를 볼 뿐, 섣불리 행동에 나서는 자들이 없었다. 그만큼 가면을 벗는다는 건 커다란 부담이었다.
일단, 레드와 핑크는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정보가 있었기에, 꽝일지도 모를 중지의 금고 때문에 위험부담을 질 생각은 없었다.
반면 블루는 몸이 달았다. 그는 중지의 금고가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꾸만 옐로우를 돌아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블루!
곧, 둘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 ?! "
 
블루가 노인의 앞으로 나섰다! 
모두의 시선이 블루에게 향하고, 천천히 손을 가면으로 향하는 블루.
 
한데 그 순간!
 
" 벗었습니다! "
" ?! "
 
급히 돌아보는 블루의 눈에, 가면을 벗은 블랙의 모습이 보였다!
 
" 이, 이런! "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블루! 
블랙-, 수염 가득한 거친 인상의 중년인이 성큼 걸음으로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 이게 제 얼굴입니다. "
" ... "
 
노인은 블랙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 흠..내가 모르는 얼굴이군.. 자네는 역시 단순히 도둑질 전문가였어. 좋아, 중지 금고의 위치를 알려주지. 종이와 펜을 가져와. "
 
블랙은 얼른 종이와 펜을 가지러 갔고, 그 모습을 보는 블루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티를 내지 않으려 다스리는 블루.
얼마 뒤, 쪽지를 작성하여 건넨 노인이 물었다.
 
" 그래서, 지금 내 중지를 잘라줄까? "
" ... "
 
블랙은 블루를 힐끔 돌아보았다. 
필사적으로 무심함을 유지하는 블루. 블랙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 이 금고가 어떤 금고인지 확신을 못 하니까...조금만 있다가 하지요. "
" 흠..그러던가. "
 
블랙은 뒤로 물러났고, 블루의 충혈된 눈동자가 그의 손에 든 쪽지로 향했다.
 
" 자-!! "
 
시선을 집중시킨 노인이 이번엔 검지를 들었다.
 
" 이번엔 이거야. 이 손가락의 금고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거야. "
" ! "
 
단번에 집중하는 가면들! 그중에서도 핑크의 몸이 달아올랐다!
 
" 이번에도 가면 속 얼굴을 보고 싶은데... "
 
자기도 모르게 손이 움찔하는 핑크! 
한데,
 
" 아까하고는 조금 달라. "
" ? "
 
노인이 들었던 검지를 그대로 숙이며, 옐로우를 가리켰다!
 
" 저 여자의 가면을 벗겨줘. 그러면 알려주겠어. "
" !! "
" ?! "
 
깜짝 놀라는 가면들! 
옐로우가 당황하며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 ... "
 
잠깐의 적막이 흐르다가, 순간! 옐로우를 향해 달려드는 핑크!
 
" 꺅?! "
 
옐로우가 놀라며 한발 물러나는 사이, 블루가 반사적으로 끼어들어 핑크를 붙잡고 막아섰다!
뒤쪽 레드를 향해 소리치는 핑크!
 
" 이 병신! 도와주지 않고 뭐해?! "
" 큭! "
 
마지못해 달려들어 블루를 잡아떼는 레드!
 
" 당신들 무슨! 무슨!! "
" 아 옘병!! "
 
두 사람의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빠져나간 핑크가 옐로우의 가면을 잡아갔다!
 
" 꺄악! "
 
옐로우가 발버둥 쳐 보지만, 거침없는 핑크의 손아귀에 가면이 벗겨지고!
 
" 아, 안돼! "
 
급히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는 옐로우!
한데 그보다 빨리,
 
" 역시-!! "
 
노인의 커다란 외침에 돌아보는 가면들.
 
" 역시 너였구나? 혜화야. "
" ... "
 
고개 숙인 옐로우, '홍혜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노인은 씁쓸하게, 과거를 회상하듯 말했다.
 
" 1년 전에... 천애 고아 신세가 되어 지낼 곳이 없다던 너를 내 집에 받아들인 그 날부터...내 몸이 이 지경이 되었더구나? "
" ... "
" 처음에는 너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었지. 그런데... 네가 내 재산의 상속권이 있다고? "
" 읏...! "
 
인상을 찡그리는 홍혜화!
노인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 그래서 실험을 해봤지. 사후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어. 그러자,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추더구나? 그렇게 살갑던 아이가 말 한마디도 없이 말이야. "
" ... "
" 그리고 내가 모든 재산을 현금화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이렇게? 여기서 보게 되는구나 혜화야. "
" 으... "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얼굴이 되는 노인.
 
"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다면...이럴적 집을 나간 내 누이의 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면...내 재산을 네게 다 물려주었을 텐데. "
" ?! "
 
깜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드는 홍혜화! 
 
" 그, 그럴- "
" 그럴 리가 없다고? 왜? 왜 그렇게 생각하지?! "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 난 평생 돈만 버느라 주변에 사람이 없어! 어차피 죽은 다음에, 내게 돈이 무슨 소용이 있지? 우리 집안에 유일하게 남은 핏줄에게 못 줄 이유가 뭐냔 말이다! 이 멍청한 년아! "
" 그, 그런...그런...! "
 
아연실색하는 홍혜화. 그 모습을 보는 노인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했다.
둘을 중심으로 무거운 침묵이 흐르던 그때,
 
" 끝났어? 할 말 끝났으면 정보나 주지그래? 내가 가면 벗겼잖아! "
 
핑크의 깨는 톤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 ...흠. "
 
노인은 홍혜화를 일별하고, 펜을 들고 쪽지에 무언가를 써 내려 갔다.
눈을 빛내며 다가가 몸으로 가리는 핑크. 완성된 쪽지를 노인에게서 건네받자마자, 
 
" 좋아! 이제 검지 손가락 잘라줘! "
 
그 발언에 다른 가면들이 더 놀라 쳐다보았다!
반면, 노인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무심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노인의 고개가 향하는 곳은, 뒤쪽의 레드였다.
 
" 어이. 줘도 되나? "
" 뭐야? 내가 달라는데 저 새끼한테 왜 물어?! 저 새끼가 리더 같아?! "
 
톤이 날카로워지는 핑크! 그러나 노인은 무시하고 레드에게 재차 물었다.
 
" 마지막으로 묻지. 줘도 되나? "
" ... "
 
레드는 갈등하는 모양새였다. 핑크는 뒤를 돌아보며 신경질적으로,
 
" 이 영감이 왜 이래?! 야야! 이 영감한테 주라고 한마디 해! "
" ... "
" 이 새끼가 뭘 멍 때리고 있어?! 네가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해 이 새끼야?! "
 
레드는 부들부들 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저 병신.. 이봐! 이제 됐지? 빨리 손가락 잘라 달라고! "
 
노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 저기 서랍에 작두가 있을 거야. 가져와. 수건이랑, 구급상자도! "
 
빠르게 서랍으로 다가가 작두를 가져오는 핑크. 뒤이어 수건과 구급상자를 가져오는 블랙.
 
" 징그러운 거 못 보는 사람은 고개 돌려. "
 
노인은 무심하게 말한 뒤, 작두에 손가락을 장치했다. 
망설임이 있을 거라 생각한 가면들의 예상과는 달리, 곧바로! 
 
" 꺅! "
" 으음...! "
 
노인의 검지가 잘려 떨어졌다!
실제로 행하는 노인의 모습에 가면들의 몸이 굳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지혈제를 바르고, 수건으로 손을 감싸 쥐는 노인.
 
" 큭...얼른 가져가! 시간이 지나서 쭈그러들면 금고가 안 열릴지도 몰라! "
 
잠깐 망설이던 핑크는, 노인의 말에 얼른 손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레드를 돌아보며,
 
" 이제 다신 나를 찾지마 이 병신아!! "
 
바쁘게 외친 뒤, 저택을 빠져나가는 핑크!
나머지 가면들의 복잡한 시선이 그의 뒷모습을 쫓았다.
 
곧, 블랙이 노인을 향해 물었다.
 
" 괜찮습니까? "
" 아아... 마약이라도 하고 싶군... "
" ... "
 
가면들은 섣불리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결국, 노인이 먼저였다.
 
" 다음은, 저 파란 가면 얼굴 좀 볼까? "
" ! "
 
움찔 놀라는 블루에게로 향하는 시선! 
곧바로, 블랙이 그에게로 향했다.
당황한 블루가 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하던 그때!
 
" ?! "
 
홍혜화가 먼저, 뒤에서 블루의 가면을 벗겨버렸다!
 
" 혜, 혜화야?! "
" 됐어! 어차피 다 들켰다고! "
" 음... "
 
노인은 벗겨진 블루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 몇 번 본 얼굴이군? 친오빠라더니, 아니었지? "
" ... "
 
블루는 인상을 찡그리며 침묵했고, 홍혜화가 노인에게로 향하며 시선을 빼앗았다.
노인에게 귀를 가져다 대는 홍혜화.
 
" 이거 참, 오랜만에 가까이서 보는구나? "
" ... "
 
노인의 이죽거림에도 홍혜화는 애써 무표정을 유지했다. 피식 웃으며, 귓속말하는 노인.
 
[ 새끼손가락의 금고는 돈이다. 네가 내 말을 믿을 수 있다면 말이다. ]
" ... "
 
인상을 찡그리며 물러나는 홍혜화. 곧장 돌아가서 블루와 귓속말을 나누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노인은 별안간,
 
" 하나만 물어보자!! "
" ?! "
 
큰소리에 놀란 둘이 돌아보고, 노인이 강렬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
 
" 둘 중에 누구의 계획이냐? 그놈이 나를 죽이고 내 재산을 빼앗자고 꼬신 거냐, 아니면 혜화 네가 빼앗는 걸 도와달라고 꼬신 거냐? "
 
미간을 좁히는 두 사람. 박노인은 가만히 직시하며 말했다.
 
" 솔직하게 말해 봐. 이것도 정보 하나 줄 테니까. "
" ! "
" 자, 잠깐! "
 
레드가 불만스럽게 나섰다!
 
" 뭐야?! 저놈들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잖아 그건! "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레드를 무시했다.
 
" 다음은 너희 둘만 가능한 걸로 할 테니까 기다려. "
" 큭... "
 
레드가 입을 다무는 사이, 블루가 앞으로 나섰다.
 
" 제가 그랬습니다. 혜화가 당신의 유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신을 죽여 유산을 가로채자고 혜화를 꼬셨습니다. "
" 흠... "
" 하지만, 당신이 기대하는 일은 없습니다. 혜화는 내 제안을 거절하지도 않았고, 전혀 망설이지도 않았습니다. "
" ... "
 
노인의 차가워진 눈이 홍혜화에게로 향했고, 그녀는 고개 돌려 피했다.
 
" ...그래. 정보를 줘야겠지. 이번에 줄 정보는 새끼손가락 금고의 위치다. "
" ! "
 
놀라는 홍혜화와 블루! 
노인은 펜을 들어 거침없이 금고의 위치를 적기 시작했다. 다급히 앞으로 달려가는 블루가 쪽지를 받아 들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묻는 노인.
 
" 잘라줄까? "
" ... "
 
블루는 홍혜화에게 돌아가서 귓속말을 나눴다. 그리고-
 
" 뭐 오빠? "
"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해볼게.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
 
홍혜화의 얼굴은 불안해졌다.
 
"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
" 아니, 너는 여기서 정보를 얻어야지. "
" ... "
 
홍혜화는 마뜩잖았지만, 블루는 이미 노인에게로 가서 손가락을 요구하고 있었다.
 
" 그래... 가져가라고! "
 
노인은 망설임 없이 새끼손가락을 잘라내었다!
 
" 큭...! "
 
블루는 떨어진 손가락을 얼른 집어 들고는, 홍혜화에게 달려가 당부한 뒤 그대로 저택을 떠났다.
그 모습을 보고 레드가 짜증 난 투로 노인을 다그쳤다.
 
" 이봐 노인네! 아까 그 말이 뭐야 어서! 우리한테만 기회를 준다며?! "
" 아- 그랬지. 너희만 할 수 있는 조건을 준다고 했었지... "
 
노인은 수건으로 손을 감싸며 히죽 웃었다. 곧, 서늘한 눈빛으로 홍혜화를 노려보며 말했다.
 
" 저년을 죽여버려. "
 
" ?! "
" 뭣?! "
" !! "
 
깜짝 놀라는 셋! 
홍혜화가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 뭐, 뭐라는 거야!! "
 
사정없이 흔들리는 홍혜화의 두 눈이, 나머지 두 남자에게로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과 마주친 홍혜화!
 
" 뭐, 뭐예요?! 미쳤어요?! "
" 크윽... "
 
인상을 찌푸리던 블랙은, 급히 돌아서 노인에게로 가 말했다!
 
" 중지! 중지를 잘라 주십시오! "
" ... "
 
노인은 블랙을 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 그래도 사람 죽이는 쓰레기까지는 아니란 건가? 최무정. "
" ?! "
 
블랙의 눈이 부릅떠졌다!
 
" 어, 어떻게?! "
 
예상 못 하게 불린 자신의 이름에 당황하는 최무정!
노인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자네도 역할이 있었지. 김 변호사가 저들을 설득하려면 자네가 필요했을 거야. 전문가도 없이 저택에 침입해 금고를 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자네 덕분에 의심을 덜 수 있었어. "
" 무, 무슨...?! "
 
최무정의 두 눈이 흔들릴 때, 더 놀란 홍혜화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자, 잠깐만! '김 변호사' 라고...?! "
 
기쁘게 웃는 노인! 
 
" 그래! 김 변호사! 너에게 내 유산이 전액 기부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가, 다시 너를 찾아가 도둑질을 하자고 제안한 그 김 변호사 말이야! "
" ! "
" 김 변호사가 자네들을 이 무대까지 올리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어. 안 그래 김남우 변호사? "
 
최무정과 홍혜화의 고개가, '레드'에게로 급히 돌아갔다!
 
" ... "
 
우두커니 서서 바닥을 보고 있는 레드!
 
" 마, 말도 안 돼...! "
" 네, 네가?! "
 
레드- 김남우가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 아 아-! "
" 뭐야...? 뭐냐고...?! "
 
대혼란의 최무정과 홍혜화! 
곧, 최무정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김남우의 멱살을 붙잡았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다 계획된 일이라고?! "
" 마, 말도 안 돼! "
 ... "
 
대답 없는 김남우 대신, 노인의 입이 열렸다.
 
" 그는 내 일을 도왔을 뿐이야. "
" 뭐?! "
 
최무정과 홍혜화가 돌아보자, 노인은 홍혜화를 노려보며 담담히 말했다.
 
" 내 복수를 말이지. "
" 아...! "
"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혜화 너를 끝까지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너를 가리키고 있더라도, 어쩌면 네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어... 틀렸지. 네가 맞더구나? "
" 아...으... "
" 난 참 어리석게도, 그래도 너를 한 번 더 용서해보고 싶었어. 네 뜻이 아닐 거다, 너와 붙어 다니는 그놈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따라야 했을 것이다... 아니었네? "
" ... "
 
노인은 입술을 비틀어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곧, 충혈된 눈으로 톤을 달리해,
 
" 생각해봤다.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까? 어떻게 복수를 해야 내 기분이 풀릴까? 그래! 너희들이 좋아하는 돈! 돈을 이용하기로 했지. 돈 때문에 나를 죽이려 했으니, 돈 때문에 죽게 만들면 되는 거야! "
" 으으...! "
 
" 자, 잠깐만! 그럼 100억 금고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 "
 
다급히 끼어드는 최무정! 그에게 중요한 건 돈이지, 노인의 복수가 아니었다!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 나는 돈으로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금고 속 100억은 모두 진실이야. '
" ! "
 
의외라는 듯이 놀라는 홍혜화와 최무정!
한데, 이어지는 노인의 말은 그들의 눈을 부릅뜨게 했다!
 
" 단, 금고를 열자마자 폭탄이 터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렇게나 좋아하는 돈과 함께 폭사하겠지. "
" 무..뭐?? "
" 아아...?! "
 
부들부들 떨던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이, 이런 미친! "
" 어떡해! 오, 오빠! "
 
급히 핸드폰을 집어 드는 홍혜화!
 
그 순간!
 
" 지금-!! 조건을 하나 걸겠다-!! "
 
노인의 고함에 움찔하는 그들! 노인은 정확히 홍혜화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 금고 중에는 '안전'한 금고가 있다! 거기엔 폭탄이 들어있지 않아서, 돈만 챙길 수 있다! "
" 아?! "
" 헤화 네가 지금 그놈에게 전화를 걸어 살린다면, 안전한 금고는 최무정에게 주겠다! 하지만 네가 그놈을 살리지 않는다면...네게 안전한 금고를 알려주겠어. "
" ! "
 
노인은 기쁘게 웃으며,
 
" 너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거야. 100억이냐, 그놈이냐. "
" 아..으... "
 
홍혜화의 두 눈이 흔들렸다! 최무정의 다급한 시선이 홍혜화에게로 향했다!
노인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홍혜화에게,
 
" 고민된다면 김 변호사에게 물어봐. 이 기회는 아까 김 변호사에게도 주었던 거니까. "
" ?! "
 
급히 돌아보는 둘! 김남우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 김 변호사가 내 일을 돕는 대신에, 본인의 복수도 끼워달라고 하더군.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애증의 여인을 죽여달라고 말이야. "
" ... "
" 하지만 나는 그에게도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 게임 도중에 안전한 금고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지. 김 변호사가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자신의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 거야. "
" ... "
 
김남우의 굳은 얼굴이 바닥에 고정되었다.
 
" 하지만 그는, 100억 원을 선택했지. 어때? 혜화 너는 어떻게 생각해? 100억이야, 사랑이야? "
" 아... "
 
홍혜화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러나, 핸드폰을 쥔 손은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다급해지는 최무정!
 
" 이, 이봐 아가씨! 남자친구를 죽일 셈이야?! 어?! 아가씨 살인마야?! "
" 아..아니 난...! "
 
고개를 흔들면서도, 전화를 걸지 않는 홍혜화!
 
" 어서 전화를 걸어서 남자친구를 살리라고! 뭐해?! "
" 아..으...! "
" 뭐하냐니까?! 어?! "
 
계속되는 최무정의 압박에도 갈등만 하는 홍혜화!
마구잡이로 소리치는 최무정! 갈등하는 홍혜화!
 
끝내-,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질렀다!
 
" 싫어요!! "
" 뭐, 뭣?! "
" 저, 전화를 하지 않겠어요! "
" 이런...?! "
 
노인의 얼굴에 만족이 피어났다.
 
" 하-, 훌륭하군. "
" 으... "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그럽게 말했다.
 
" 괜찮아. 전화해서 살려줘. 그래도 혜화 너에게 정보를 줄게. "
" ?! "
" 괜찮다니까? "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망설이다, 전화를 거는 홍혜화. 한데,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 . ]
 
" ?! "
 
놀라 커지는 홍혜화의 눈! 
노인의 얼굴에 만족의 웃음이 터졌다.
 
" 아-! 이젠, 정말로 가장 기쁘군! 아픈지도 모르겠어! 하하, 어쩌지 혜화야? 그는 100억을 혼자만 가지고 도망갈 생각인 것 같은데? "
" 아...아아..! "
 
충격에 흔들리는 홍혜화! 
노인이 부드럽게 그녀를 불렀다.
 
" 정보 받아가야지? 메모는 필요 없을 거야. 너도 잘 아는 곳이니까. "
 
홍혜화는 충격에 빠져있다가도, 정보라는 단어에 깜짝 홀린 듯,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 네 어미의 묘다. ]
" ! "
 
혜화의 눈이 놀라 커질 때, 곧바로 자신의 엄지를 잘라버리는 노인!
 
" 꺅?! "
 
기겁한 혜화가 뒤로 물러나지만,
 
" 어서 열쇠를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혜화야? "
" 아... 아! "
 
손가락을 덤벼들듯이 숙여 집는 홍혜화! 다른 두 남자의 눈치를 보다가 황급히 달려 저택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최무정이 움찔할 때,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뭐해? 내가 아까 말한 조건을 잊어버린 거야? "
" ...? "
 
" 저년을 죽이면, 정보를 주겠다고 했잖아? 난 지금, 그 정보를 미리 건네주었다고 생각하는데? "
" !! "
 
사정없이 흔들리는 최무정의 눈!
잠시 뒤, 이를 악문 최무정이 벼락같이 저택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 ... "
" ... "
 
남겨진 김남우와 노인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노인!
 
" ?! "
 
그 손가락을 김남우를 향해 던졌다.
 
" 수고했네. 안전한 금고는 2개야. "
" 아..! "
" 이제 그만... 마무리를 좀 해 주겠나? 쉬고 싶군... "
" ... "
 
굳은 얼굴의 김남우는,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 들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 금고의 위치는 자네 사무실 지하야... "
" ... "
" 아파...너무 아파...쉬고 싶어...도와주게... "
 
" ...수고하셨습니다. "
 
김남우가 노인의 몸에 주사를 놓았다.
 
" 아- "
" ... "
 
미간을 좁히며 복잡한 심경으로 노인을 바라보던 김남우. 곧, 바닥의 손가락을 주워들고 저택을 떠났다.
 
" ... "
 
홀로 남겨진 노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손가락이 성한 손으로 품을 뒤적거리는 노인. 반지 케이스를 꺼내어,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 들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약지만 남은 피투성이 손에 반지를 끼우는 노인.
 
" 인생은 혼자야... "
 
마지막 유언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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