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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쿠폰 200장 손가락 튀김

굴요긔2017.04.14 15:33조회 수 102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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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점! 9회말 기적 같은 동점입니다! ]
 
" 오! "
 
이삿짐을 정리하던 사내는, 가장 먼저 연결해놓은 TV 화면을 보며 자리에 앉아 쉬었다.
작은 원룸인데 이삿짐 정리할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어쩌면 작아서 더 힘든 건지, 벌써 밥 시간 때를 한참 지난 뒤였다.
그때 현관문 밖에서,
 
' 배달이요~ '
 
" 네~! "
 
사내가 주문한 중국집 음식이 마침맞게 도착했다. 그는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어 주었다.
배달원 아저씨는 곧장 입구에서 철가방을 열었다.
그때 방 안에서-,
 
[ 홈런! 역전 홈런입니다! 9회말 투아웃 기적 같은 역전 홈런-! ]
 
" 이런 씨?! "
 
아저씨의 입에서 욕설이 터졌다. 
 
" 아오! 저게 역전을 해?! 망할! 이번엔 좀 따나 했더니! "
 
그 모습을 본 사내는, 아저씨가 무언가 스포츠 토토 같은 것에 관련이 있을 것이라 속으로 짐작할 뿐, 굳이 혼잣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혼자서 투덜대며 음식을 다 내려놓고, 사내에게 쿠폰을 건네주었다.
사내는 만 원짜리를 내밀었고, 아저씨가 잔돈을 꺼내는 사이에 무심히 쿠폰을 살폈다.
 
[ 10장 - 군만두 ] [ 20장 - 잡채 ] [ 40장 - 탕수육 ] [ 60장 - 깐풍육 ] [ 80장 - 양장피 ] [ 200장 - 손가락 튀김 ]
 
사내의 시선을 끈 건 '200장 - 손가락 튀김'이었다.
 
" 이건 뭐에요? 손가락 튀김? "
" 아 그거? 그냥 장난식으로 한 내기입니다~ 누가 쿠폰을 200장이나 모으겠습니까? "
" 아 예... "
" 그럼, 맛있게 드십쇼~ "
" 네~ "
 
배달원 아저씨가 돌아간 뒤, 사내는 TV 앞에서 볶음밥을 펼쳐놓고 먹었다.
 
" 오! 맛있네? "
 
자주 음식을 시켜먹는 그로서는, 이사 온 곳에서 마음에 드는 배달 식당을 발견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맛에 만족한 사내는, 중국집 쿠폰을 제대로 챙겼다. 잠시 잠깐, 그의 시선이 '200장 손가락 튀김'에 머물렀다.
 
 
.
.
.
 
 
' 덜컹! '
 
" 자주 시켜 드시네~ "
 
배달원 아저씨가 철가방에서 볶음밥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내는 웃으며,
 
" 예~ 맛있어서요. 이 동네에서 여기가 가장 낫네요~ "
" 하하 뭘 좀 아시네~ "
 
아저씨는 웃으며 돈을 받고 쿠폰을 건네주다가, 
 
" 쿠폰 많이 모으셨겠네? 우리 집 탕수육 괜찮으니까 먹어봐요~ 쿠폰이라고 섭섭하게 드리지 않으니까~ "
" 아 예. "
 
아저씨가 돌아간 뒤, 사내는 쿠폰 서랍에다 쿠폰을 챙겼다. 이미 들어찬 쿠폰의 숫자가 수북하여 40장은 넘어 보였지만, 사내는 셀 것도 없다는 듯 서랍을 닫았다.
 
.
.
.
 
' 덜컹! '
 
" 쿠폰은 안 쓰시나? "
 
철가방에서 짬뽕을 내려놓은 아저씨가 미묘한 얼굴로 물었다. 사내는 멋쩍게 웃으며,
 
" 네? 아 네.. 그냥 좀 더 모으려고요. "
" 한 백 장 넘지 않았나? 뭘 그렇게 모아? "
" 그냥 뭐.. "
" 혹시... '손가락 튀김' 시키려고 그래? 그러지 마! 그거 그냥 장난이야~! 주방장 새끼가 그냥 장난으로 넣어놓은 건데! "
" 아 예에 뭐 그냥... "
 
얼버무리는 사내의 모습에, 아저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 아 좀, 200장 모으지 마! 주말에도 받아줄 테니까~ 주말에 집에 있을 때 양장피 같은 거 시켜서 먹어~ "
" 예에~ 예에~ "
 
사내의 대답이 건성이라, 아저씨의 인상이 풀어지지 않았다.
 
.
.
.
 
" 백구십육...백구십칠...백구십팔...백구십구...이백! "
 
사내는 바닥에 200개째 쿠폰을 포개놓은 뒤, 핸드폰을 들었다.
 
[ 네~ 14번지 103호요~ ]
 
" 예. 짬뽕 하나랑요. 그리고...쿠폰 200장 모았거든요? "
[ ... ]
 
수화기 너머,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내는 좀 떨떠름했지만,
 
" 손가락 튀김...주세요. "
[ ...네. ]
 
한참의 침묵 뒤에, 작은 대답이 들려왔다. 사내는 고개를 갸웃하며 통화를 끊고는, 기대했다. 과연, 손가락 튀김이 무엇일까? 단순히 손가락 모양 튀김이라면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
.
.
 
" 늦네... "
 
사내가 주문을 한 지 1시간이 되어가지만, 도착하지 않았다. 평소의 신속배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역시 손가락 튀김 때문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 쿵! 쿵! 쿵! '
 
" 음! "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사내가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매일 배달하던 그 아저씨가 서 있었다. 다만, 평소 때와는 달리, 붉게 충혈된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내는 그 살벌한 눈빛에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 
 
" ... "
 
아저씨는 말없이 사내를 노려보다가, 철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안에서 짬뽕과 평범한 '탕수육'을 꺼내놓는데-
 
" !! "
 
그릇을 내려놓는 아저씨의 손가락이 하나가 짤려 있었다! 핏물 가득 밴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 손!
 
" 서, 설마...! "
 
사내는 놀란 눈으로 그 손을 보았고, 아저씨는 사내를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 맛있게 드십쇼...손가락 튀김...! "
" ... "
 
아저씨는 철가방을 철컹! 소리가 나게 닫고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며, 아저씨를 향해 물었다.
 
 
" 저기...쿠폰은 안 주세요? "
 
" ..... "
 
.
.
.
 
' 바삭! '
 
탕수육을 씹으며, 사내는 쿠폰 서랍을 열었다. 
200장이 들어있었던 그곳에, 피 묻은 쿠폰 한 장이 들어가 놓여-,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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