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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7.05.11 19:11조회 수 157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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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댁에는 개가 있었다.

아마 시바견 잡종이겠지만, 새하얗고 깨끗한 털을 지닌 개였다.

 


이름은 코로.

코로는 동네 들개들의 큰형님 같은 존재라, 코로가 돌아다닐 때면

뒤에 다섯에서 아홉마리, 많으면 열다섯마리씩 개들이 따라다니곤 했다.

 


그런 큰형님 개가 왜 할아버지댁에 있었냐,

그것은 또 괴상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 할아버지는 선생님으로 일하셨었다.

어느날, 평소처럼 출근하러 역에 갔는데, 코로가 있더란다.

 


부하들 없이 코로 혼자서만 있어서

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코로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냐, 코로? 이 주변은 네 영역이잖아. 부하들은 어디 갔어?]

코로는 할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낑낑대며 아양을 부리더라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전철이 도착했기에 할아버지는 그대로 출근했다.

 


일을 마치고 다시 그 역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코로가 거기 있었다.

 


할아버지는 왠지 모르게,

다시 코로에게 말을 걸었다.

 


[코로 너, 우리 딸이 만나고 싶은게냐?]

왠지 모르게 우리 엄마랑 코로를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란다.

 


그래서 코로를 집에 데려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엄마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코로는 엄마를 만나자,

달려들어 어리광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우리 집으로 올래?] 라고 물었고,

코로는 [멍!] 하고 짖고는 그대로 집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지역 보스격인 개가 할아버지댁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집에 온 다음날, 어디서 소집이라도 한건지

들개들이 한가득 할아버지댁 정원에 모여있었더라나.

 


가족들이 다들 놀란 건

그 개들이 기강이 잡혀있었다는 점 때문에서였다.

 


코로는 집안을 드나들며 밥도 먹고 하는데,

부하 개들은 결코 집에 발 한번 들여놓질 않았다.

정원에는 드나들지만, 결코 집안으로는 들어올 생각을 않았다고 한다.

 


아침에는 코로가 선두에 서서 수많은 개들과 함께 나가, 거리를 돌다가 밤에 돌아왔다.

그런 생활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반년 가량 들개들이 정원에 드나드는 일이 이어졌지만,

어느밤 개들이 낑낑 울더란다.

 


한밤 중 내내 개들이 낑낑대며 울어,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코로 곁에 붙어다니던 부하들이 모두 사라졌다.

 


아마 보스 자리를 물려줬던가 빼앗겼던가 했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부터 넘버 투가 부하들을 이끌고 돌아다녔거든.

그리하여 코로는 할아버지댁에 완전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는 코로에게 주려고 개목걸이를 샀다고 한다.

그리고 싫어하는 코로에게 억지로 채워줬다.

 


하지만 분명 낮에는 목걸이를 차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밤만 되면 목걸이가 벗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벗겨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목걸이를 채워줘도 밤만 되면 벗겨지더라는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도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

 


[뭐, 지금까지는 이런 거 없이 지내왔을테니.. 미안하다, 미안해.]

코로는 [멍! 멍!] 하고 두번 짖더란다.

 


그 다음날, 코로는 어디선가 목걸이를 가져와

엄마 앞에 내려놓았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채워줬으면 하는 것 같아

엄마가 목걸이를 채워주자, 그 목걸이는 계속 쓰고 다녔다고 한다.

 


엄마가 나를 낳고 나서,

코로는 내 좋은 놀이상대가 되어주었다.

 


귀를 잡아당기고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그렇게 내가 난폭하게 굴어도 코로는 결코 화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걸이만은 달랐다.

내가 목걸이에 손을 대려하자, [크르르..] 하면서 화를 내곤 했다.

 


다른 곳은 아무리 만져도 가만히 있는데,

목걸이에는 손도 못 대게 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개였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코로도 너무 늙어 움직이질 못하게 되었다.

그 무렵 이미 20년은 넘었을 거라고, 할아버지는 말하셨다.

 


코로가 위독해질 무렵,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작별인사를 하게 되었다.

모두 울면서 코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작별인사를 전했다.

 


한사람씩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움직♥♥도 힘든 코로가 머리를 들어 쓰다듬어 주는 사람을 바라보더라.

 


아직 어려서 죽음이라는 게 뭔지 명확히 알지 못하던 나였지만,

그때 처음으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어째서인지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현관문 열어도 괜찮을까? 코로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 같아.]

나도 그런 기분이었다.

다섯살 난 여동생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날은 현관문을 열어놓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 코로는 없었다.

움직일 수 없었을텐데, 없었다.

 


코로가 언제나 사용하던 밥그릇 위에는 코로가 목에 찼던 목걸이가 놓여있었다.

코로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던걸까..

 


이틀이 지나, 내 꿈에 코로가 나왔다.

말을 하거나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 얼굴을 할짝할짝 핥고는 저벅저벅 걸어갔을 뿐.

 


나는 꿈속에서도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줬다.

다른 가족들도 모두 같은 꿈을 꿨던 것 같다.

 


코로가 인사하러 왔었다고, 엄마도 여동생도 말했었으니.

아버지는 원래 꿈을 안 꾼다며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지만, 아마 만나셨겠지.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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