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수로변 아파트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6.08 23:56조회 수 2251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대학 시절 이야기다.

대학교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나는 자취를 했다.

대학교 근처 아파트 1층 방이었다.

 

수로가 많은 거리라, 살고 있던 아파트 뒤쪽에도 폭 5m 정도의 수로가 있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수로가 내려다보인다.

수로에는 잉어가 많이 헤엄치고 있어, 종종 창문을 열고 빵찌꺼기 같은 걸 던져주곤 했다.

 

어느날 밤, 문득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지난 터였다.

자다가 새벽에 깬 건 처음이었기에, 왜 이런 시간에 눈을 떴나 의아해하던 찰나.

 

창밖에서 찰박, 찰박하고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오는 걸 깨달았다.

잉어가 튀어오르기라도 하는건가 싶어 창을 보았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창문에 달라붙은채 조금씩 올라오는게 보였다.

 

창밖에는 사람이 서 있을 공간 따위 없다.

창문에 딱 붙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자,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놈의 상반신이 커튼 너머로 보이게 될 무렵, 그놈이 천천히 손을 뻗어 창틀에 댔다.

 

창을 열려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잠겨있는 덕에 창은 움직이지 않았고, 창틀이 끼긱하고 소리를 낸다.

놈은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그 소리로, 내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려는 듯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이불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숨만 가볍게 몰아쉬었다.

서로 움직임을 멈추고 커튼 너머로 기척을 살피는 시간이 흘러간다.

 

실제로는 아마 5분도 되지 않았겠지만, 내게는 영원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문에 달라붙은채, 서서히 2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뒤, 놈의 발끝만이 보일 무렵, 2층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커튼 너머로, 놈의 발끝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놈이 2층 방, 천장 바로 위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2층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알 바가 아니었다.

단지 움직이지 않은 채, 호흡조차 한없이 얕게 쉬며 윗방의 기척을 엿볼 뿐이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미동도 않은채 오로지 기척을 죽이고, 윗방의 기척을 살필 뿐이었다.

 

그 사이 윗방에서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7시 지날 무렵, 옆집 샐러리맨이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뛰쳐나가 잠옷 차림으로 그 뒤를 따랐다.

 

큰길로 나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후 한동안 친구네 집에 묵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몰인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윗방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때 수로에서 올라온 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아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6870 실화 주유소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648 1
6869 실화 귀신은 있습니다.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627 1
6868 실화 창문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919 1
6867 실화 제발..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965 1
6866 실화 저고리끈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073 1
6865 실화 의문의 주소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247 1
6864 실화 계단 위의 소녀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829 1
6863 실화 지나갈 수 없는 길의 남자아이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750 1
6862 실화 지나가는 그림자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528 1
6861 실화 [실화]어느 여인의 죽음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394 1
6860 실화 [실화]수초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998 1
6859 실화 [실화]독일에서 겪었던 이야기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623 1
6858 실화 비오는 날1 title: 고양이3티끌모아티끌 1067 1
6857 미스테리 [토미] #2 상어 뱃속 발견된...미스테리의 시작ㅣ토요미스테리ㅣ디바제시카 여고생너무해ᕙ(•̀‸•́‶)ᕗ 486 1
6856 전설/설화 과학자들, 거대한 이집트 오벨리스크는 인간의 작품이 아니다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955 1
6855 실화 해녀1 화성인잼 1731 1
6854 실화 노란 매니큐어1 화성인잼 1200 1
6853 미스테리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ufo 발견4 title: 메딕셱스피어 1897 1
6852 단편 외딴섬의 무당귀신1 익명_ddc990 477 1
6851 혐오 (약혐) 피멍든 손톱 타임랩스.gif2 익명_54f5ea 671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