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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공구함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2018.04.13 01:45조회 수 1303추천 수 5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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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초등 학교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글쎄, 아주 새 건데 이런걸 누가 버렸네, 아깝게] 퇴근길에 아버지가 예쁜 공구함 하나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들고 오신 물건은 한눈에도 잘 마른 나무로 곱게 깎인 아주 모양 좋은 나무공구함이었습니다. 평소에 남이 버린 물건 주워 쓰는걸 못마땅해 하시는 성격의 아버지셨지만 새것과도 같은 그 정갈한 모양새에 마음이 끌리셨던지 선뜻 길에 버려진 걸 주워 오신 겁니다.



집에 있던 때에 절은 공구함에 비해 색깔이고 결이고 나무랄 데 없는 그 작은 상자가 우리도 마음에 들어 동생과 나는 들여다보고 공구를 끌어다 넣어보며 한동안 쓰다듬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밤에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놀던 동생이 아침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한겁니다. 병원에 데려가면 열을 내린 뒤 별말 없이 감기약정도만 쥐어주고 보내고 집에 오면 또 고열에 시달리고... 이틀을 그렇게 앓던 동생을 보던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시...]하며 아버지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때 엄마는 동생이 느닷없이 아프기 시작한 날이 바로 아버지가 공구함을 들고 오신 날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별로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밑지는 기분으로 엄마와 아버지는 공구함을 앞마당으로 끌어내려 성냥을 그었습니다. 그때 저도, 그리고 우리 집 검둥이도 모두들 그 장면을 지켜봤고 저는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을 떠올립니다.



공구함은 잘 마른 나무답게 불을 지핀지 얼마 되지 않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캠프파이어를 해보신 분들이 계실 테니 장작의 타는 모양새를 잘 아시겠지만, 붉은 혀로 묘사될 만큼 불꽃의 색깔은 밝은 오렌지 빛을 띠고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게 보통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무상자에서 나오는 불꽃은 그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는 묘한 모습이었습니다. 



불꽃은 섬뜩하리만치 푸른 빛깔을 내며 2층 건물만큼의 높이로 치솟았고 칼 모양의 날카로운 모양으로 바람이 분명 부는데도 전혀 불꽃의 미동 없이 하늘로만 뾰족하게 치솟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짐승의 소리 같은 알 수없는 비명음. 평소에 순했던 검둥이가 불꽃을 주시하며 제 뒤에 몸을 숨긴 채 미친 듯이 짖어댄 것 까지...



그리고 그 공구함을 태운 이후.



모든 게 기괴했던 그 순간이 지나고 동생은 정말 거짓말처럼 말짱해졌습니다. 또한 그 일이 있은 후로 저는 길에 버려진 물건은 절대 줍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같이 따라오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투고] 무서버님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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