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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과 숨바꼭질한 친누나

title: 하트햄찌녀2023.04.05 21:59조회 수 10725추천 수 5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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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게에 간간히 올라오는 ‘장산범 이야기’를 보고


예전에 제 친누나가 해준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숨바꼭질 할 때 술래가 부르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처럼 가사만 봐도 멜로디가 절로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요,


저희 누나한테는 아마 이 노래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노래일 것 같습니다.

 


3년 전 쯤 저희 누나와 누나 동기는 대학 교양 수업에서 받은 1박 2일 보육원 봉사활동 과제를 위해 


강원도의 한 작은 보육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소개 받은 보육원은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에 위치해있어서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자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해주고 


청소, 빨래 같은 잡무도 하고 나름 국문과답게 아이들 맞춤형 한글 수업도 진행하는 등 


열심히 봉사활동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원장선생님께서 저녁 전까지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고 오라며 자유시간을 주셨고,


계획에 없던 자유시간이라 무엇을 할 지 고민하는 누나에게 한 아이가 근처에 있는 폐교에서 놀자고 했다고 합니다.

 


속으론 정말 가기 싫었지만 아이들의 간절함을 저버릴 수 없었던 누난 결국 폐교로 가게 되었고 


문제의 숨바꼭질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누가 먼저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걸 또 하겠다고 했던 그 때가 자신이 아직도 원망스럽다고...

 


무튼 누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숨바꼭질을 시작하게 됩니다.


술래로 걸린 아이가 부르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에 맞춰서요...

 

누나는 최대한 빨리 술래에게 들켜 술래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동기한테 양해를 구하고 술래가 있는 반 교탁 아래 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노래를 다 끝낸 술래가 하필 반을 뛰쳐나가 다른 반부터 둘러보더랍니다.

 

누나는 정말 아차 싶었죠.


마음 같아선 자기 여기 있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마치 자기는 이런 유치한 건 하기 싫은 어른처럼 보여 아이들한테 상처가 될까봐 미안해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그냥 무서워도 참고 술래가 다시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몇 분 뒤에 복도 끝에서 술래 아이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를 부르면서요.

 


그런데 조금 이상했대요.


노랫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술래의 발자국 소리도 함께 들렸는데 아까의 발자국 소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대요.


마치 성인 남자의 발소리처럼 발이 땅에 닿는 소리가 크고 묵직했고 동시에 무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나더래요...

 

발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노랫소리가 누나가 있는 반 안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누나는 그때부터 갑자기 오한과 공포가 느껴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뒷문에서 시작된 노랫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자신이 있는 교탁 바로 앞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누난 자기가 떠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떨었다고 했습니다.


무서워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데 울면 들킬까봐 울지도 못하고 겨우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교탁 아래에 숨어있는데...

 

자기 눈을 의심했대요.



다 해진 누런 한복을 입은 어떤 사람이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자기 앞을 지나가더랍니다.


다리만 보였지만 분명 아까 술래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이랑은 전혀 다른 한복 차림이었고


몸도 어린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고...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그 사람이 자기 앞을 지나가는 그 순간에도


술래 아이의 목소리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랫소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대요...

 

다행히 그 사람이 나갈 때까지 누나는 들키지 않았고, 노랫소리도 점점 멀어졌다고 합니다.   

 


긴장이 풀린 누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얼마 뒤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는 술래의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고 합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자기 앞을 지나간 그 사람이 누군지,


대체 어떻게 아이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뒤로 누나는 숨바꼭질은커녕 숨바꼭질 노래만 나와도 무서워서 눈에 눈물이 맺힌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소리를 흉내 내서 사람을 홀리는 속성이 ‘장산범’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그 날 저희 누나와 장산범이 숨바꼭질을 한 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더 무서워지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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