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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두드리는 소리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7.03.30 10:33조회 수 1042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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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겪은 일입니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기말고사와 기말고사 대체 레포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지 모범생 축은 아니었으나 대체 레포트를 받은 과목은 제가 꽤나 좋아했던 과목이었기에 상당히 철저하게 준비하고 공들여 레포트를 써 가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졌습니다. 그런 중……







쿵.

쿵.

쿵.






오른쪽 벽에서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먹으로 벽을 치는듯한, 그러나 그다지 세지는 않고…… 마치 노크하듯 두드리는 그런 소리.



당시 연립주택이었던 저희 집은 ㄷ 자 형태로 되어, ㄷ자의 가운데 빈 공간이 계단이고 그 양쪽이 집이었습니다.

즉 제 방은 옆방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ㄷ 자의 가운데 축 부분에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옆집에서 떠들거나 벽에 뭔가가 부딪치면 소리가 울리곤 했기에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쿵.

쿵.

쿵.






잠시 끊긴 듯하던 그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사온 지 얼마 안 되던 때라 옆집 사람들과는 안면밖에 없었지만 적당히 나이 든 분들이 저렇게 밤에 몰상식하게 할 분들은 아니실 거라 생각하며 의아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에 슬슬 짜증이 치밀었습니다.

사실 나름대로 열심히 레포트를 작성하던 중이어서 신경이 예민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신경 끄자 신경 끄자 하며 꾹꾹 참고 있는 와중에도 그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쾅!




결국 저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세차게 내리쳤습니다.

분명 옆집에도 크게 울렸을 겁니다.

그리고 작성하던 레포트를 저장하고, 제 메일로 발송했습니다.

학교나 어디서건 출력해서 참고하며 뒷마무릴 할 생각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왠지 시끌벅쩍해서 눈이 떠졌습니다. 새벽 6시경,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보자 옆집에 경찰들이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여기 사십니까? 잠시 실례합니다."






한 형사가 저를 보고는 한쪽으로 데려가서 뭔가 어젯밤 이상한 일 없었느냐, 무슨 소리 듣지 못했느냐 등등을 물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냐고 무슨 일인지 알아야 대답을 할 거 아니냐고 했고,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젯밤, 옆집 부부가 싸우다가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남편이 바로 자수해서 현재 조사 중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수사에 관련되었을 법한 이야기는 다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잠시 멍해 있었지만, 20살이 다 되어가는 남자였으니 그 정도 충격은 넘어갈 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어제 밤에 있었던 벽을 두드리던 소리를 얘기해주고, 그 당시 시간은 레포트를 저장했던 시간을 보면 된다고 얘기하고는 같이 제 방으로 들어와 파일이 저장된 시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틀 뒤 나름의 죄책참, 벽을 두드렸을 때 내가 나가봤다면.. 이라는 죄책감으로 우울해 있던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삐삐(당시엔 삐삐를 썼습니다)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그 형사가 받았는데 다짜고짜 그 레포트의 저장 시간이 확실한지, 그 시간에 벽을 두드리던 소리가 계속되었는지, 언제부터, 얼마나 그 소리가 들렸는지... 저번에 이야기한 사실들을 다시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마치 왜 나가보지 않았느냐고 꾸짖듯이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짜증을 냈던 것, 열 받아서 벽을 쳤던 일, 짜증난다고 레포트를 저장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던 일...

다시 한번 반복해서 사건 정황을 진술하다가, 죄책감에 오히려 화가 난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왜 자꾸 반복하게 하느냐고. 왜 속을 뒤집는 거냐고.



잠시 곤란한 듯 혀를 차던 형사가 말했습니다.




"시간이 맞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시간이 10시 경으로 나왔는데 파일이 저장된 시간은 11시 15분이잖습니까. 남편은 11시가 되기 전에 경찰서로 와서 자수했는데……"






"…"






후일담이지만, 군대에서 야간 근무 중에 고참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그 소리 말이다. 차라리 귀신이 낸 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낫지 않냐? 혹시라도 부검이 잘못된 거고, 그 아줌마가 그 때까지 살아 있어서 살려달라고 벽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두드렸던 거라면…… 그 아줌마, 널 얼마나 원망하면서 죽어갔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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