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썩어가던 것

여고생2017.09.03 12:52조회 수 1239추천 수 4댓글 2

    • 글자 크기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들.

그리고 그 기억.

나중에서야 그 당시의 인상과는 다른 사실을 알아차리고 소름 끼치는 일이 자주 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의 일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 가던 길은 한 쪽이 논인 시골길이었다.

도중에는 망해버린 마네킹 공장이 있고, 그 너머에 싸구려 과자 가게가 있었다.

 


마을은 논 저편에 있어 점처럼 보일 뿐.

마네킹 공장은 이미 망한지 시간이 좀 흘렀던 모양이어서,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폐쇄된 공장 부지 구석에는 이리저리 흩어진 마네킹의 잔해가 쌓여 있고, 그것이 철조망 사이로 보였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기분을 나쁘게 했다.

 


공장 부지는 폭이 넓은 도랑이 둘러싸고 있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흐리고 썩어가는 물.

이리저리 쌓여있는 대량의 쓰레기.

 


어느 날 지나가다 문득 평소에는 지나 다니지 않는 공장의 뒷편으로 가 보았다.

도랑의 상태는 도로 쪽보다도 나빴다.

수많은 쓰레기 중에는 상반신만 떠 올라 있는 여자 마네킹도 섞여 있었다.

 


하얗게 떠올라 있는 그 얼굴은 쓰레기통 같은 도랑에서 마치 점같이 보였다.

끌어 올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인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물이 너무 더럽고 떠 있는 곳도 멀어서 포기했다.

 

 
다른 녀석이 혹시 끌고 올라오면 안 될테니 이 발견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당분간은 그 마네킹의 상태를 보러 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렇지만 슬픈 것은 날마다 그것이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흰 피부는 변색되기 시작하고, 윤기도 사라져간다.

드디어 풍성한 머리카락이 빠져나가 드문드문해진다.

 


윤기를 잃은 피부는 검게 움푹 파여나가고 심지어 쥐가 갉아먹은 것 같은 부분도 보였다.

이제 원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이미 나는 완전히 흥미를 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수면을 가득 덮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서,

한치 아래도 보이지 않는 더러운 물에 대부분이 잠겨져 있었다.

 


간신히 수면으로 보이는 부분도 물을 흡수해 보기 흉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은 이미 단순한 쓰레기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한 번 더 보러 갔다.

그렇지만 이미 그것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그 길을 지나가게 되는 일도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문득 생각이 나서 추억의 장소를 자전거로 가게 되었다.

그 도랑에도 갔다.

 


경치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논은 매립되어서 주택가가 들어서 있었고, 공장 부지는 주차장이 되었다.

마네킹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나는 문득 알아차렸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무서운 사실을.

 


플라스틱이 그렇게 썩어가는 재료인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나에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썩어가는 과정과 똑같지 않은가..

 


진실은 이제 더 이상 알 수 없다.

단지 한 때는 그리운 추억이었던 일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억이 되었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제목 글쓴이 추천 수 조회 수
머리를 쓰는 여직원4 해류뭄해리 3 4074
모쏠 소개팅 최대 난제3 title: 이뻥태조샷건 4 3637
헤밍웨이도 감탄하고 간다는 K-문학3 title: 이뻥태조샷건 3 3595
아는 사람만 안다는 비누5 title: 이뻥태조샷건 3 2715
제대로 미쳐 돌아가는 군대 신체검사 근황4 title: 연예인1버뮤다삼각팬티 3 2095
방송에서 메시가 최고라 했더니 호날두한테 진짜로 문자옴 ㄷㄷ2 title: 하트햄찌녀 3 1896
수면마취 깰때 의사가 날카롭게 말하는 이유2 title: 하트햄찌녀 3 1919
어느 중학교의 선생님5 title: 양포켓몬반지의제왕절개 3 1912
보지가 안쳐져서 빡침3 LastKingka 4 2148
운동 고수5 몽크니 3 2412
다소 충격적인 아들 성교육 하는법...5 title: 연예인1버뮤다삼각팬티 3 2887
옛날 아빠 차 특징 ㄹㅇ4 title: 연예인1버뮤다삼각팬티 3 2694
뼈때리는 후기3 샤샤샤 3 6475
친언니가 눈좀 낮추라고 맨날 핀잔 줘요4 샤샤샤 3 6626
중국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애들봄2 티끌모아파산 3 5057
여자 트레이너에게 커피받은 후기4 티끌모아파산 3 5088
대신 죽어드립니다 피살인 청부업자 manhwa3 title: 썬구리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3 6365
일하는 아가씨가 자꾸 먹을걸 싸가요3 샤샤샤 3 7341
여자친구 학벌이 너무 좋아서 걱정이다...txt4 샤샤샤 3 10985
여사친이랑 카톡인데.... 이제 정말 끝인것 같네요5 샤샤샤 3 7054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