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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처음 보던 날... 2007년 아산

형슈뉴2017.10.19 06:33조회 수 1703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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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군 전역 후 23살이 되었을 무렵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6.25 이전 출생으로 제 또래의 아버지들에 비해 나이가 많으십니다. 때문에 제가 군에서 전역할 무렵 벌써 환갑이 지나셨고,사업 일선에서 은퇴하시어 충청도 아산으로 이사하여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저는 군에서 막 전역한 혈기 왕성한 20대였고,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를 벗어나 낯선 시골 환경에서 무료함을 견딜 길이 없었습니다.
흔히 번화가라 불리는 천안 터미널 근처에 가려면 버스로 한시간이 넘게 걸렸고, 그 버스마저도 배차간격이 한 시간 가량이나 되었습니다.
친구도 몇 없던 저는 집에서 몇달을 허투루 보내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고, 정말이지 제 2의 사춘기가 온 것 같더군요.
혈기는 왕선한데 풀 곳은 없고... 전역 전에 보람차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나오니 할 게 없었습니다.
결국 알바라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군입대 전에 다니던 대학은 자퇴해서 학생도 아니었고... 돈이나 벌어야겠다 싶더군요.
당시 하던 게임에 현질이나 하자 이런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알바를 하려고 해도 할 곳이 없더군요.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2007년 당시에 아산 포스코아파트 근처는 황무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는 왕복 1차선 도로에는 인도도 가로등도 없고, 화물트럭만 쌩쌩 달릴 뿐이었습니다. 차도 면허도 없던 저는 밖으로 나가기 자체가 쉽지 않았지요.
 
그런데 며칠 후, 1차선 도로 중간에 덩그러니 있던 주유소 옆에 미니스톱 편의점이 생기더군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사장님은 알바를 구하고 계셨고, 저는 야간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포스코아파트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인도도 없고 가로등도 없기 때문에, 갓길로 걸어서 출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저는 곧 자전거를 장만하여 출퇴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로등이 없어서 매우 깜깜했기 때문에, 자전거 앞뒤로 발광되는 여러 장치들로 풀무장을 하고 달렸습니다. 화물트럭이 많고 대부분 쌩쌩 달려서 정말 위험했거든요.
 
갓길을 달릴때에는 뒤에서 지나가는 차도 조심해야 하지만,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도 조심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사람은 자전거보다 느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던 저쪽으로 가고 있던 반드시 저와 마주치고 지나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출근 길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갓길로 많이 걸어 다니시더군요. 그 날도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자전거 라이트를 켜고 신나게 달리는데, 저 앞에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오고 있더군요. 그런데 좁은 갓길에서 마주오는 사람을 피하려면 어느정도 제가 도로 쪽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뒷차와의 거리를 조율하며 달려야 했습니다. 대부분 뒷차가 오는 기척은 엔진 소리나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알게 됩니다.
어쨋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달리는데 아무리 달려도 앞사람과 저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도 분명히 제 쪽으로 오고 있고, 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니요. 설사 앞 사람이 저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하더라도 자전거를 탄 제 속도가 훨씬 빨라 분명히 지나치게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뭔가 멀미한 것처럼 울렁거리는 게 상황판단이 쉽게 되지 않더군요.
 
그때 뒤에서 화물트럭이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헤드라잇 불빛이 환하게 비쳤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고 트럭이 잘 지나가게 옆으로 비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봤는데 그 사람, 아니 그 여자가 바로 제 앞에 있더군요. 100m쯤은 멀리 떨어져있던 것 같은 그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앞으로 돌리는 순간 바로 제 얼굴 앞에 있었습니다.
 
화물트럭의 환한 헤드라잇 불빛에 비친 그 여자의 얼굴은, 마치 그림 같았습니다.
하얀색 도화지에 두꺼운 유성 펜으로 거칠게 그린 것 같은 얼굴이기도 하고, 어느 공포영화에선가 본 자루를 뒤집어 쓴 허수아비의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눈은 위로 찢어져서 저를 노려보았고, 입은 빨갰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달려오는 화물 트럭 앞으로, 자전거 채로 고꾸라졌습니다.
 
정말로 자전거 채로 미끄러져 화물트럭의 바퀴에 짓밟힐 뻔 했습니다. 아마도 밟혔다면 즉사였겠지요.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종이 한장 차이로 트럭과의 충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귀신에 대한 공포와 충돌에 대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동시에 저를 스쳐 지났고, 사지가 떨리며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번에 알겠더군요. 간신히 자전거를 일으켜 갓길 너머 논으로 구르듯이 빠져나가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하얀 옷의 그 여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도무지 자전거를 다시 탈 엄두가 안났기 때문에,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 끌고 걸어서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사장님 얼굴을 보니 귀신 봤다는 얘기도 못하겠더군요.
 
그 해 시골생활이 너무 힘들어 홀로 서울로 상경했고, 아직도 서울에서 자취 중입니다. 미니스톱 편의점은 현재 없어졌더군요. 1차선 도로는 확장되어 넓어졌고 주변에 상가도 많이 생겼습니다. 아무튼 그 길은 예전부터 위험해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길이라고 하더군요. 아무쪼록 지나실 때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를 본다면, 속도를 줄이고 안전운행 하시기 바랍니다.
출처:밤놀 베스트 - 귀신을 처음 보던 날... 2007년 아산 http://bamnol.com/?mid=best&document_srl=97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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