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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가 깨지는 이유

포이에마2021.11.01 22:33조회 수 31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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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가 깨지는 이유

[잡담] 강화유리가 깨지는 이유 : 클리앙 (clien.net)



(모공에 코렐 그릇이 깨졌다는 글이 있던데,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끄적대는 글입니다)


자동차 업계인입니다. 


코렐도 강화유리tempered glass의 일종이죠. 강화유리는 미관상 장점이 커서 여기저기 많이 쓰입니다. 건물 내외장재로도 쓰이고, 코렐처럼 그릇에도 쓰이고, 자동차 선루프 따위에도 쓰이고...


그런데 가끔씩,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강화유리가 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참 억울하고 짜증나는 일이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생돈이 깨지니까요. 조사하는 입장에서도 귀책 판정이 영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강화유리 파손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강화 유리 내의 불순물의 열팽창에 의한 응력 폭발

2. 강화 유리 표면 파손에 의한 응력 밸런스 깨점에 따른 폭발


먼저 아래 첫 번째 사진을 보죠. 

11.jpg


산산조각이 났군요. 그런데 어디가 시작점인지 짐작되시나요? 

네. 화면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 부분이 trigger point입니다. 이 부분을 확대해 보면 뭔가 이상한 게 보입니다. 


22.jpg


화면 중앙의 수직파단면 중간 즈음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박혀 있는 게 보일 겁니다. 


이게 뭐냐면요, 강화유리 제조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니켈황화물입니다. 대개는 생산 공정에서 다 제거되지만, 운이 없으면 이 불순물이 아주 작은 공 모양으로 강화유리 내에 남게 되죠. 그리고 이 불순물은 금속이다 보니 열에 의해 부피가 커집니다. 문제는 (정상 상태에서) 이 불순물을 둘러싸고 있는 강화유리는 열팽창율이 매우 낮다는 거죠. 결국 니켈황화물이 열의 의해 부피가 커지면 주변의 강화유리를 조금씩 밀어내게 되고, 그 힘이 한계를 넘는 순간 주변의 강화유리가 파단되고 (이게 불순물이 위치한 파단면입니다), 이렇게 촉발된 충격으로 인해 강화유리 내에 잔존하는 응력이 순식간에 터져나와 결국 유리 한 장이 통째로 와장창 하는 겁니다. 강화유리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열처리tempering를 통해 강도를 높인 제품인데, 그 반대급부로 잔존 응력이 커지는 거라서요. 


그럼 두 번째 케이스는 뭐냐, 원리는 동일합니다. 강화유리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표면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이런 스크래치는 위의 경우에서 니켈황화물이 trigger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코렐 식기는 1m 정도에서 떨어뜨려도 안 깨지지만, 작은 스크래치가 있는 코렐 식기는 그렇지 않을 수 있죠. 아니면 온도 차이가 상대적으로 큰 식기세척기 사용 도중/직후, 또는 설거지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뽑기 운이라도 바랄만한 상황이겠습니다만, 

- 강화유리 식기는 가급적 철 수세미를 사용하지 않는다,

- 오래 쓴 식기에는 불가피한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한 시기에 그냥 폐기하고 새 제품으로 쓴다,

- 스크래치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라면 폐기한다,

정도가 되겠네요. 


스크래치가 있는 강화유리 식기를 식기세척기에 넣지 않고 조심히 손설거지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반대입니다. 

이유는요, 

- 만일 손설거지 도중에 깨지면 정말로 크게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뭐, 동맥이 끊기거나 하진 않겠지만, 힘줄이라도 다치면 자칫 영구적 손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정말 재수 없으면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파편이 각막에 박힐 수도 있고요. 

- 식기세척기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괜히 가전 삼신기겠어요. 그러니 식기세척기 쓰세요. 


뭐, 그렇다고요. :)


ps. 두 번째 사진에서 강화유리가 최초로 깨진 부분 - 그러니까 니켈황화물 입자를 둘러싼 두 개의 파편 - 은 흔히 나비 형상의 대칭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의 패턴을 가리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릅니다. 진짜로요. 



포이에마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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