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역사

조선의 법을 어겼다

상숙달림이2021.10.08 07:56조회 수 691추천 수 2댓글 2

  • 2
    • 글자 크기


조선의 법을 어겼다



조선 중기, 가장 존경받는 대학자 퇴계 이황에게는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가 된
둘째 며느리 류 씨가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결혼 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던 터라,
이황은 평생을 외롭게 살아갈 며느리가 걱정스러웠지만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라는 유교적 규범에 얽매여
남은 인생을 쓸쓸히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집안을 돌아보던 이황은
며느리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란도란 분명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습니다.

순간 이황은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안을 살펴보니, 며느리는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인형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인형 앞에 술상을 차려 놓고는
그 인형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여보, 한 잔 드세요."

그리고는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던 이황은
평생 한 지아비만 섬겨야 한다는 조선의 법을 어기고
며느리를 재혼시켜주고자 며느리 류 씨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귀가가 늦어진다는 억지 트집을 잡아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쫓겨난 며느리 류 씨는 친정으로 가는 도중
자결을 하려다 친정아버지에게 건네라는
시아버지의 서찰이 생각나서 읽어 보게 되었고
서찰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이것을 전하면 친정에서 너를 재가시켜 줄 것이다.
행복을 바란다'는 내용으로 며느리의 장래를 위해
걱정하는 시아버지의 간절한 사랑과 바람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러 해가 흐른 뒤, 어느 날 이황은
한양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상도 아침상도 모두 이황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식사가 차려졌고,
간이 입에 아주 딱 맞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길 떠날 준비를 하는 이황에게
집주인은 한양 가는 길에 신으라며 잘 만들어진
버선 두 켤레를 건네어서 신어보니
이황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이황은 그제야 둘째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잘 정돈된 집안과 주인의 사람됨을 보니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황은 며느리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재가해서 잘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며 행복한 마음에 길을 떠났고,
며느리 류 씨는 떠나는 시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때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더욱더 어두운 곳에서 그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만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뭉쳐 있는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으면
그것들은 한이 되고 아픔이 됩니다.

시아버지의 배려 깊은 사랑은
며느리에게 남아있던 응어리진 한과 슬픔을
눈 녹듯이 녹아내리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슬프고, 괴로워도
자기를 이해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겨낼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은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치유제다.
- 파블로 피카소 -      



상숙달림이 (비회원)
  • 2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42 역사 조선시대에도 음식 배달이 있었다?!4 몬스터X 205 2
241 역사 슈퍼카를 뛰어넘은 하이퍼카2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119 2
240 역사 이성계가 얼마나 잘싸웠길레 이순신급이라는지 알아보자2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독도는록시땅 13929 2
239 역사 90년대 청소년 인기 폭력 비디오2 김이토 447 2
238 역사 흔치 않은 친일파2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 446 2
237 역사 빌보드 사상 단 20번 뿐인 역사를 만든 BTS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230 2
236 역사 희귀한 사진들5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616 2
235 역사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음식3 title: 풍산개루돌프가슴뽕은 6236 2
234 역사 1952년 대한민국(미군이 찍음)2 강군님 227 2
233 역사 이집트 역사의 위엄3 posmal 464 2
232 역사 1960년대 한국군...jpg2 누가뭐래도꼰 378 2
231 역사 상처투성이 불교 그림 어떻게 되살렸을까?5 친절한석이 434 2
230 역사 방사능으로 대대로 고생한 과학자 가문의 진실3 마그네토센세 447 2
229 역사 20세기 초 몽골의 컬러 사진.jpg2 뚝형 545 2
228 역사 30년전에는 없던 한국인 질병3 MERCY 573 2
227 역사 0차 세계대전 러일 전쟁2 prisen 392 2
226 역사 19세기 끝판왕 영국 사진5 title: 이뻥태조샷건 1145 2
225 역사 남자한테 불리했던 조선시대 통금2 패륜난도토레스 10369 2
224 역사 전범 도조 히데키3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439 2
223 역사 너 황제 하지 말아야했어 ㅡ ㅡ....예술가가 더 어울리던 황제6 벨라 355 2
첨부 (2)
0930_1.jpg
177.1KB / Download 4
0930_3.jpg
123.9KB / Download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