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늘은 제가 본 귀신 중에 제일 선명하고 동생과 함께 봤던 귀신 경험을 쓰러 왔어요!
오늘도 글재주 음슴..
마찬가지로 아직 남친도 음슴..
그러므로 음슴체로 가겠음..
때는 뱌아흐로 2002년 월드컵을 치루는 년도라 온 국민이 들떠있던 때였음
확실하게 2002년인지 2003년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그때 즈음이였던 것 같음..
초여름 주말.
우리집은 온가족이 달콤한 늦잠에 빠져있었음
근데 갑자기 천지가 울리는 듯한 큰 소리로 '쿵!!!' 하는 소리가 나는거임.
나란 여자. 한번 자면 업어가도 모르는 여자임
그런 내가 놀래서 깰만큼 큰 소리 였음.
화들짤 놀라서 일어났는데 아부지,어무니,동생. 모두가 그 소리에 놀라서 거실로 뛰쳐나왔음.
난 진짜 전쟁난 줄 알았음.
뭔일이 싶어서 베란다로 나가 밖을 보는데..
요즘생긴 신식 아파트는 내가 안 살아봐서 모르겠는데..
대부분의 아파트가 호수 적힌부분이 옆에서 보면
────┐ ←요렇게 튀어나와있잖음?
────┘
│
│
내가 살던 호가 3-5호 였는데
우리 호 적힌 저 튀어나온 곳에 왠 여자애가 떨어져있는게 아니겠음....?
피가 낭자하거나 그러지 않아서 현실감이 안 느껴진 나는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음.
어무니가 와서 '이런거 보면 안돼' 하고 눈을 가려주셔서 그제서야 나는 베란다를 나왔음.
그 여학생은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교복이 뭐였는지 아직도 확실히 기억함.
녹색 체크무늬 조끼에 마찬가지 녹색 체크무늬 교복치마.
805호에 살던 여학생이였는데 주말에 부모님이 안 계신 사이 자살을 한거였음.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어릴 땐 귀신이 보였음.
근데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건 처음 봐서 너무너무 무서웠음..
그 당시에 난 정말 순수한 중딩이였던 지라...
곧 장 방에 들어가서 이불 뒤집어 쓰고 기도했음.
나 24년 평생 종교란걸 가져본 적이 없는 여자임.
근데 너무 무서워서 기도했음ㅋㅋㅋㅋ
예수님부처님천지신명님 다 찾으면서 기도한게 그때가 처음인 것 같음ㅋㅋㅋ
기도 내용이 뭐였냐면..
언니가 언니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좋은데로 가세요..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언니 좋은데 가서 행복하게 사세요.
예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언니 좋은데 갈 수 있게 해주세요ㅠㅠ 제발여ㅠㅠ 저 무서움..
이런 내용이였음..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 당시의 나는 진짜 완전 진지했었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 일,이주가 지났나..
평소엔 기억 안나지만 집을 오갈때마다 그 튀어나온 곳을 의도적으로 안보려고 노력하던 때였음.
저녁 7시~8시가 되서 어무니가 늦은 저녁을 준비하시는데 된장찌게에 넣을 두부가 없으셨나봄
난 두부 심부름을 가게됐음..
가뜩이나 무서워서 왠만하면 해지기 전에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던 때였는데 너무너무 무서웠음..
그래서 동생놈을 끌고 심부름을 같이 가게 됐음.
14층에 땡 하고.. 아 내가 살던 곳이 1405호 였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동생이랑 딱 탔는데...
그날 따라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가 너무 음산한거임..
귀신을 봐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음
착 가라앉고 차가운 분위기.
뭔가 촉이 안 좋았음.
동생도 느꼈는지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음.
엘리베이터 층은 한층 한층 내려가고..
13,
12,
11,
10
.
.
8...... '땡!'
천천히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8층에 땡 하고 섰음.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리는데
동생이랑 나는 얼어붙었음.
그 죽은 여학생이 스르륵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음.
내 생에 귀신을 그렇게 가까이, 선명하게 본 적은 처음이였음.
그 여학생이 떨어졌을 때 피를 흘리지 않아서 인지 너무 멀끔한 모습으로 스르르 들어왔음.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왔다면 사람인줄 알았을꺼임.
흡사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스르르
말 그대로 스르르 엘리베이터를 탔음.
진짜,..... 동생이랑 나랑 미치는 줄 알았음..
난 오른쪽 벽 귀퉁이에 내 동생은 왼쪽 벽 귀퉁이에 붙어서
양쪽 손잡이를 손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잡고 있었음.
그 여학생은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서 있었음.
엘리베이터 문 앞에 그 여학생이 서있는데 자꾸 힐끔힐끔 몸을 돌리면서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 지는거임 진짜
B1층으로 내려가는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우리 아파트가 1층에 사람이 안 살고 가스벨브관 같은 게 있어서 1층을 B1층이라고 불렀음.
그래서 따지고보면 우리 집은 15층. 그 여학생 집은 9층. 뭐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패스하고..
내가 살던 호가 3-5호라고 했잖음?
근데 우리 호 바로 맞은편에는 경비실이 있었음.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경비실이 보이는 구조.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귀신과의 동행은 엘리베이터가 B1층에 도착하면서 끝나게됐음.
B1층에 땡! 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나랑 내 동생은 그 순간 우사인볼트가 스퍼트하는거 마냥
그 여학생을 통과해서 경비실까지 미친듯이 뛰어갔음.
헉헉 거리면서 숨을 돌리다가 생각났음.
'어? 우리 앞에 그 여자 있었는데 어떻게 바로 지나온거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였음..
나랑 내 동생은 현실도피 했음. 사람일꺼다. 사람일꺼야. 우리가 나가기전에 나갔을꺼야.
그렇게 온 아파트를 뒤져서 있을리도 없는 그 여학생을 찾아 헤맸음.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게 아님..
그 여학생 귀신은 나에게 여러모로 생전 처음이라는 단어를 안겨준 여학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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