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링반데룽 Part.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8.01.09 12:10조회 수 1359댓글 1

    • 글자 크기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는 오래 전에 독수리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는 독수리산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독수리들이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수리산 너머에는 이기대라는 천하 절경이 펼쳐진 바닷가가 있습니다. 기암괴석이 많지만 지역 주민 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기대를 가기 위해선 독수리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 날, 노래미가 제철이라 친구와 함께 이기대로 노래미 낚시를 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가서 포인트를 잡았는데, 짭짤한 손맛에 해가 저무는 줄 몰랐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에 독수리산을 넘어가려니 주변은 칠흑 같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미니 랜턴으로 왔던 길을 더듬어 독수리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중간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올 때는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서 몰랐는데, 산을 도로 넘어 오려니 저희가 온 길이 왼쪽이었던가? 오른쪽이었던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오른쪽으로 합의를 보고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랜턴도 없으면서도 어디로 간 건지, 목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친구를 부르며 계속 주변을 헤맸고 그러다가 처음 갈림길까지 돌아왔습니다.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고 산을 오를 때나 넓은 고원 등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을 지칭하는 등산 용어가 문뜩 떠올랐습니다. 달도 없는 깜깜한 산을 헤매다보니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차분히 맘을 가라앉히고, 계속 오른쪽 길에서 돌았으니 이번엔 왼쪽 길로 친구를 부르며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한참을 가도 길만 이어져있을 뿐 도무지 끝이 안 보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헤매다 도착하니 약수터가 나왔고,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움직이려고 보니 너무 오래 켜놓고 있어서 그런지 랜턴이 꺼졌습니다.

마침 구름 사이로 달이 희미하게 비쳤고, 그 달빛을 따라 약수터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곳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지만 처음 보는 곳이었습니다.

걷다보니 뭔가 군에서 쓰는 물건들이 많이 보였고, 그 가운데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예비군일거라 생각되어 길이라도 물어 보려고 멀리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길 좀 묻겠습니다."

공터에 있는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지금 입고 있는 군복하곤 많이 달랐습니다. 분명 흔히 보던 군복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다가가려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간첩'

그 때만 해도 간첩선이나 간첩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왔으니, 간첩이라 생각하니 콧등이 오싹오싹 해졌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 씩이나.

숨죽이고 한참 지켜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서로 마주보고 꼼짝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같이 고개를 푹 숙인 모습.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좀 더 다가갔습니다. 10미터 정도 되는 거리까지 다가가자, 갑자기 다섯 명이 일제히 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윽, 다섯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거리며 숨이 콱 막혔습니다. 제가 본 것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철모 속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거무죽죽한 해골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너덜너덜 군복도 다 헤어지고 땅에서 오랫동안 묻었다가 꺼낸 것처럼 흙이 묻어 삮아버린 모습들이었습니다.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습니다. 
뒤돌아서 달아날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엉덩방아 찧고 뒤로 슬슬 기어갈 뿐이었습니다.

해골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도 깜박거릴 수 없고 시선을 외면하기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에 해골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 간신히 힘을 내 독수리산을 거의 굴러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분뇨처리장 근처였고, 전 친구고 나발이고 택시 잡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이야 시들해졌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며칠동안 식은땀 흘리며 자다가도 몇 번이나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알게 되었는데, 용호동에는 예전에 일본군이 판 진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군의 망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동굴도 있다고 합니다.

[투고] 법왕님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5812 실화 산케베츠 불곰 사건2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1353 1
5811 실화 인형을 주워왔더니....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353 1
5810 2CH 왕따가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1 갠차나여? 1353 2
5809 실화 밤중의 방충망 두드리는 소리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353 0
5808 혐오 우한 바이러스로 욕먹는 중국 전통시장.jpg1 Jazzyf 1353 0
5807 실화 부산 구포역 괴담1 skadnfl 1353 0
5806 Reddit [Reddit] 아들에게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354 1
5805 실화 15년전 절에서 겪었던 신기했던 일3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354 2
5804 Reddit 손금5 title: 아이돌뉴뉴뉴 1354 2
5803 실화 묘비위의 할아버지1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354 1
5802 2CH [2ch] 배달 아르바이트2 화성인잼 1354 3
5801 미스테리 아프리카 바다괴물, 그리구....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안구정화죽돌이 1354 0
5800 실화 질투가 부른 참극1 title: 메딕셱스피어 1354 0
5799 실화 군대 전산실 귀신이야기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1354 0
5798 기묘한 공포게임 중 생존자를 만났다.gif2 웨이백 1354 1
5797 실화 관악역...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타난 이유2 Lkkkll 1354 1
5796 실화 영안이 틔고난뒤 썰 4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355 1
5795 단편 동전 두 개가 없는 뱃사람1 여고생너무해ᕙ(•̀‸•́‶)ᕗ 1355 1
5794 실화 여인의 비웃음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355 2
5793 실화 객귀를 쫓는 법4 title: 하트햄찌녀 1355 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