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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지리산 노고단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8.01.25 05:44조회 수 1575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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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산 S여고를 나왔는데 거기 국어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예요.

 

그 분은 키도 크고 살집도 제법 있었지만 화장이며 머리며 늘 예쁘게 하고 다니셔서 챠밍스쿨을

다녔다는 소문이 붙은 노처녀 선생님이였죠.

 

부산대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셨다던데, 목소리와 표정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죠.

 

그 분이 제가 고 2가 되던 여름방학 보충수업 때 해주신 이야깁니다.

(이야기는 수업시간 내내 해야할 만큼 길었지만 요약해서 적어볼께요.)

 

선생님이 대학 1학년 첫 여름방학에 지리산으로 MT를 가셨데요.

 

지리산을 반쯤 올라갔는데 여학생들이 넘 힘들어하기도 하고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지연되어, 그 쯤에서 묶기로 했는데 남자 선배 3명이 자신들은 더 올라가 보고 싶다며 올라가더랍니다.

 

그런데 그 선배들이 밤이 되어도 오지 않자(그 땐 핸펀은 물론, 삐삐도 없던 때여요.)

지리산에서 국립 공원 관리하시는 분들 중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 분과 산을 뒤져 결국 다음 날, 새벽 갈대 숲 부근에서 갈대에 긁혀 엉망이 된 채 정신을 잃고 있던 선배들을

발견했데요.

 

한 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제 정신이 아닌 그들이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리고 들려 준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고 하셨어요.

 

선배 A. B. C가 산을 어느 정도 오르자마자 해가 지더래요.

아시죠? 산은 해가 서서히 지는게 아니라, 갑자기 뚝 떨어진답니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데서 헤메기 시작한 이들은 공포와 피로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죠.

 

그때 어디선가 곡소리가 들렸는데, 그 순간에는 공포도 뭐도 없고 그저 사람소리라는 게 반가웠데요.

 

따라가보니 웬 할머니가 쪽진 머리를 하고 무덤가에서 곡을 하고 계셨는데, 선배들이 사정을 하자

자신의 집으로 안내하더랍니다.

 

할머니댁은 옛날 초가집이었는데, 신발 벗는 섬돌이 있고, 쪽마루에 방문이 하나있고 방안에는

부엌과 통하는 작은 쪽문이 달린 전형적인 옛날 집이었데요. (아시는 분 있으실 거예요.)

 

B,C는 운동화 벗고 방으로 들어가고, A는 등산화를 신고 있었기에 끈 풀 힘조차 없어 쪽마루에

드러누웠다는군요.

 

할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셨는데 큰 놋사발에 하얀 쌀밥을 고봉처럼 쌓은 밥 한그릇과 간장종지 하나, 숟가락 3개였답니다.

 

방문턱에 놓고 세 명이서 정신없이 퍼먹고 염치불구하고 대자로 뻗어 누워있었는데, 그제야 정신이

좀 들면서 슬슬 이성 돌아오더래요.

 

그 때 할머니께서 다시 부엌쪽의 쪽문으로 나가시는데, B가 누워서 가만보니 할머니가 스르륵

나가시더랍니다.

옛날 집은 문지방들이 다 높아서 문을 지나가려면 발을 들고 넘어 나가야되잖아요.

근데 그냥 통과하신거죠.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리산 한가운데 웬 집이며 웬 할머니며 이게 웬 상황인가싶자 작은 소리로

옆에 누워있던 C에게

 

"지금 뭔가 이상하다"

 

고 말했답니다.

 

C도 그즈음 이상한 낌새를 챘을 때였죠.

 

B가 벌떡 일어나 부엌쪽 문을 확 여니, 부엌에 있어야 할 아궁이며 부뚜막은 물론이고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답니다.

 

아예 집안이 아니었던거죠.

 

B와 C가 비명을 지르고 튀어나오자 쪽마루에 누워있던 A도 벌떡 일어나 셋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A는 그나마 신발을 벗지 않아 빨리 튀었지만, B와 C는 운동화를 대충 껴신느라 좀 늦었데요.

 

A가 뛰면서 B와 C를 재촉하며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잡으려는 듯 두 손을 앞으로 내민 상태로

거의 날아오고 있더랍니다. 그 표정은 이세상 사람의 것이 아니었데요.

 

셋은 비명을 지르며 미친듯이 달렸는데, C는 달리기도 늦고 신발 신느라 뒤쳐진 탓에 할머니에게 잡혔는지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더랍니다.

 

A와 B는 구해야 한다는 맘과는 반대로 발이 움직이는 몸을 원망하며 달리다 갈대들이 얼굴이며 팔을 베는 것을 느끼면서 질퍽한 어딘가에서 정신을 놓았다네요.

 

그 후 A와 B는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지만, C는 무엇에 놀랐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해 정신과와

요양원을 왔다갔다하다 결국 자살을 했다는군요.

 

그때 그 산지기 할아버지 말씀이 그 할머니는 지리산에서는 꽤 유명한 할머니 귀신이랍니다.

 

지리산에 노고단 아시죠?

 

거기에 늙을 '노'에 할미'고'를 쓴다던데, 그 할머니를 모시는 단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산타는 걸 싫어하는 저이지만, 이 얘기 때문에 지리산은 더 가기 무섭습니다.

 

C선배 병원에 면회갔던 얘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시던 국어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평소 강인하시던 모습과는 좀 반대여서 의외였거든요.

속정은 깊으셨나봅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한지도 16년이 다되어 가는군요.

 

S여고 4회 졸업생인데 아직도 선생님들이 계실지...

 

추천은 바라지도 않지만, 소심한 노땅이라 악플은 무섭습니다. 자비를 베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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