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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실화괴담] 단편 모음 26 발피상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09.30 21:45조회 수 1726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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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피상

 

 

 

 

 

 

 

 

우리 외할머니 댁은 나가노 현의 깊은 산 속

'신슈 신마치' 라는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을까.
그 해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곳은 산과 논밭밖에 없고, 민가도 드문드문 했다.마을 버스도 
아침, 저녁으로 두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 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아무것도 없는 촌구석에 가지 않았겠지만
그 해엔 나와 친했던 친구가 가족여행을 떠나버려서, 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 가게에 가자, 아무리 졸라대도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가 차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기에
아버지는 '모처럼 조용하게 놀러 온 거잖니.'하며 꿈쩍도 않으셨다.  

 

 


유일하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은

이웃 집에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가 놀러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때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친해지곤 해서 나와 K군 은 함께 놀게 되었다.

 


논다고 해도 그런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놀이, 탐험 정도밖에 없었다.

 


외할머니 댁에서는 1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으로 갔었다.
그 곳에 간지 3일째 저녁이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가 지나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할 무렵.
여름이라고는 해도 시골에선 해가 빨리 떨어진다.

 


나와 K는 그때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산에 들어가보았다.

 


처음엔 사람이 다닐 법한 길로 올라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산짐승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에 들어 서 있었다.

 


'어라, 저게 뭐지?'

 

K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석같은 것이 서 있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도소신같은 느낌에 높이가 50cm정도 였던 것 같다
도소신이란 도로와 행인을 지키는 신이다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나와 K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서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았다. 

 

 


도소신 같긴 했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평범한 도소신은 남녀 2명이 사이좋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조각해 놓은 것인데 


그 비석은 네사람이 선 채로 서로 얽혀 있었고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 었다.  

 

 


나와 K군은 불길해져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주위도 어슴푸레해져서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 었다.

내가 K의 손을 잡아 끌어 돌아가려고 하자, K가 비석아 래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가로세로 4cm정도의 나무 상자였다.


 반 정도는 땅에 묻혀 있고, 반은 땅위에 드러나 있었다. 

 

 


'뭐지?'  

 

 


나는 영 불길했지만 K는 나무 상자를 파내고 말았다.

부분부분이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겉에는 헝겊같은 것을 두른 흔적이 있고 먹물같은 것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불경같은 어려운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뭔가가 들어 있어 !'

 


상자가 부서진 부분에서 빼꼼하니 뭔가가 보였다.


K는 그것을 빼내보았다.벨벳같았다.


검고 반질반질한 매듭같은 것으로 묶인 완장처럼 보였다.

 

 


직경은 약 10cm 정도.  

 

 


원형이었고, 5개의 동그란 돌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돌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 광택이 났고 기분 나쁘면서도 몹시 아름다웠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내꺼다 !!!'  

 


K는 그렇게 말하고 그 완장을 차 보려고 했다.  

 


'하지마 !'  

 


나는 울며 불며 말렸지만,

 


K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께에 -----------엑'   

 


K가 완장을 찬 순간
이상한 새 울음 소리같기도 하고, 
원숭이 울음 소리 같기도한 기묘한 울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했고, 
나와 K는 겁이나서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는 완장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 뒹굴뒹굴거리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어서엄마가


'빨리자!'


하며 혼이 나고 있었을때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이런 한밤 중에 누가 예의도 없이...'

 


 할아버지가 궁시렁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K의 아버지인 모양이었다.
반주로 붉어져 있던 할아버지의 얼굴빛이 갑자기 싸악 창백해졌다.

전화를 끊은 후, 

할아버지가 방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나에게 달려 왔다.  


나를 험하게 일으키고는   

 


 '너 !!!! 오늘 어디갔었어 !!!!뒷산에 간거냐? 산에 들어갔어?????'     

 


할아버지가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화내시는 것을


처음 본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가 내는 큰 소리를 듣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 할머니와 엄마도


내얘기를 듣고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아.. 설마...'

 

 

'그럴지도 모르겠구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자엄마는

 


'그거 미신 아니었어요 ?'

 


라고 말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도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K의 집으로 갔다


K의 집 현관문을 열자 몹시 불쾌한 냄새가 났다.


먼지 냄새 같기도 하고 , 뭔가 시큼한 냄새였다.  

 


'K!!!! 정신 차리거라 !!!!!!!!'

 


거실쪽에서 K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 어갔다.


나와 할머니도 그 뒤를 따랐다.


거실로 들어가자 그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


그곳에는 K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K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다. 


K는 의식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눈을 뜨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고 입은 반쯤 벌 리고하얀 거품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다들 K의 오른팔에서 무언가를 벗겨 내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완장이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상태가 달랐다.   


아름다웠던 매듭이 풀려서 풀린 실 한올한올이


K의 팔을 찌르고 있었다완장에서부터 손이 검어져 있었고


그 검은 실들은 마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완장에서 팔을 찌르고 있는 실들이 K의 팔 안에서 움직이 고 있는 것 같았다.  

 


'발피상이구나 !!!'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외치고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는 K의 팔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마치 피부아래에서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 는 것만 같았다.  


곧 할아버지가 돌아왔다.손에는 사시미용 칼이 들려 있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할아버지는 말리려는 K의 부모님을 뿌리치고 K의 할머니 에게 소리쳤다. 

 


'이제 이놈 팔은 못쓴다 ! 아직 머리까지는 안갔어!!!' 

 


K의 할머니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칼을 K의 팔에 내리쳤다.


 K의 부모님은 비명을 질렀지만,


K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K의 팔에서는 피 한방울 조차 흐르지 않았다.


대신 무수히 많은 머리카락이 잘린 팔에서 흘러나왔다.  


잘린 팔 안에 있던 검은 것들은 이젠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서 근처 절에서 스님이 와주었다.


스님은 K를 침실로 옮기고,


밤새도록 불경을 읽었다. 


K군에게 불경을 읽어주기 전에


나를 위해서도 불경을 읽어 주셨고


나는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K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큰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팔은 이미 못쓰게 되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몇번이고

 


'머리까지 안가서 다행이야..'

 


하고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발피상'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좀처럼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단, 髮被喪 이라고 쓰고


'칸히모'


라고 읽는다는 것


/(※ 역자 주: 역자의 판단 상, '칸히모'를 한자 음독인 '발 피상'으로 번역)


그리고 그 도소신은 '아쿠'라는 이름이라는 것만은 할머니에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투고하게 되고,


다시 한번 진상이 궁금해져서 지난 주말에 외갓집에 다녀왔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문헌과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 것 에 지나지 않지만 사전을 찾아보며 열심히 알아내보려고 노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발피상'은 주술의 한 종류인 듯 하다.


그것도 별로 좋지 않은 계통 


옛날, 아직각 마을이 다른 마을과의 소통없이 살아가던 시절 


그때는 주로 마을내에서 혼인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흔히들 '피가 진해진다'고 하듯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많았다.


지금처럼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그런 아이들은'흉한 아이' 라고 불리며 꺼려졌다.


그리고 그 '흉한 아이'를 낳은 여자도 '흉한 어미'라고 불렸다. 


그러나


'흉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도


태어나자마자 분별 할 수 있었던게 아니었고,


어느정도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 '흉한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 '흉한 모자 母子'는 마을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게다가 그 살해방식이라는 것이 '흉한 어미'가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이게 하고


그 '흉한 어미'또한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흉한 어미'는 죽은 뒤에도 마을에 재앙을 가져온 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발피상'이라는 것이 생겼다.


머리카락 발髮 씌울 피 被 잃을 상 喪 자를 써서 '발피상' 이라고 하는 이것은


'머리카락'을 사용한 주술로 '좋지 않은 일'을다른 이에게 '덮어씌운다'는 의미이다  


흉한 어미의 머리카락 다발을 이용하고흉한 아이의 뼈로 만든 구슬을 박은 주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웃마을(이라고는 해도 거리상으론 상당히 멀었다고 한다) 땅에 묻어재앙을 다른 마을에 덮어 씌우려고 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완장 형태였지만 목걸이등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저주라는 것이 반드시 보복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들의 마을의 '발피상'이 묻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파내어 다시 원래 마을에 묻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도소신인 '아 쿠'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온 '발피상'을 알아차리게 되면그 위에 '아쿠'를 세워 봉인했다. 


'아쿠'는 본래 '카쿠'라고 불렸으며,비석에 새겨진 사람에게고통을 전가하는 것으로,


??마을에 다시 재앙이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웃 마을로 향하는 길이 마침 뒷산에서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발피상' 이라는 풍습은 없어졌지만이미 만들어진 발피상의 효력은 아직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할머니에게 들은 말에 의하면,


K는 큰 병원에 가게 되었고스님의 독경때문인지


그때는 이미 머리카락은 한올도 남아 있지 않았고베인 팔은 안이 텅빈 피부 가죽만이 남아 있었다. 


다행이 목숨은 구했지만 K는 평생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의사가 말하길,     


뇌에 자잘한 머리카락 굵기의무수히 많은 구멍이 나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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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 그것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니까,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다.

시골에 살고 있었던 탓에 나는 어릴 적 게임 같은 것보다는 밖에서 노는 일이 더 많았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나, A, B, C 4명은 리더 격이었던 C의 집 근처에 있는 제법 깊은

숲에서 매일 같이 해가 질때까지 놀곤 했었다.

몇년이나 그 숲을 누비고 다녔던지라, 숲의 구조는 모두들 훤히 꿰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숲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갑자기 A가 사라졌다. 
설마 길을 잃은 것인가 싶었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온 길을 되돌아오며 A를 찾았다. 
5분도 걸리지 않아 C의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A의 옆모습이 보였다.
 

나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안 오고.]

A [응... 야, 근데 이런 곳에 우물이 있었냐?] 
 

A가 가리킨 곳을 보니 확실히 그 전까지는 본 적이 없던 우물이 있었다. 
뚜껑이 씌워진 채 지붕에 두레박이 매달려서 뚜껑 위에 올려져 있었다.
 

A [그치? 없었지?] 
 

A의 말에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한참 호기심이 왕성했던 우리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공포는 곧 흥미로 변해서, 우리는 우물의 뚜껑을 열어 보기로 했다.
우물은 지름 1m 정도의 크기였다.
 
밑바닥은 뚜껑을 열자 간신히 보일 정도로,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C [자, 손전등도 있으니까 누가 한 번 내려가볼래?] 

C의 제안에 모두들 찬성하고, 
가장 몸집이 작았던 내가 우물 밑으로 내려가게 됐다. 
두레박 줄에 매달려 내려가면서, 
나는 의외로 우물이 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위에서 친구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보였지만, 
그 모습은 굉장히 작게만 느껴졌다.
 

우물 밑바닥에는 낙엽이 가득 깔려 있었지만, 
모두 축축해서 아주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B [뭐라도 있어?] 
 

가지고 온 손전등을 켜서 주변을 비춰 보았지만 마땅한 것은 없었다. 
 

나 [아무 것도 없어!] 
 

그렇게 대답하고 위를 올려다 본 순간,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던 우물 안이 캄캄해졌다.
 
 

몇 초 동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뚜껑이 닫힌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 [장난치지말고 빨리 열어줘!] 
 

아래에서 열심히 소리쳤지만 뚜껑은 전혀 열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재수 없게도 유일한 빛인 손전등마저 깜빡이기 시작했다.
 

울상이 되어 소리쳐도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손전등의 불이 꺼지고 나는 완전한 어둠 속에 갇히게 됐다.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좁은 공간에서 완전한 어둠에 갇힌 공포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와중에도 나는 계속 소리쳤다. 
그러자 문득 지금까지 꺼져 있었던 손전등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어두운 공간에 빛이 돌아온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뚜껑을 열어주기를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친구들은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물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 앞의 벽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아까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조금 위쪽에 손잡이 같은 것이 있었다. 
두레박 줄을 잡고 조금 기어 올라가 손잡이를 잡아 당기자 비밀문처럼 우물 벽이 열렸다. 
나는 무섭다기보다는 [우와! 꼭 닌자 같아!] 라고 흥분하고 있었다.

다시 줄을 타고 내려와 열린 구멍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다다미 4장 정도의 구멍 안에는 인형, 인형, 인형... 종류도 크기도 
서로 다른 인형들이 여기저기에서 전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가장 안 쪽에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보였다.
 

조금씩 빛을 가져가니 
서서히 그것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해진 바지를 입은 다리, 새까만 손과 셔츠, 가슴팍까지 자란 머리카락...
 

그리고 그것의 얼굴을 비춘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닥치는대로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저항했지만, 
무엇인가가 내 위에 올라타고 나를 단단히 눌렀다. 
 

손에서 떨어진 손전등이 내 가슴 위에 올라탄 인형을 비추는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C의 집에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C를 두들겨 팼다. 
 

나 [바보! 개자♡! 죽어버려!] 
 

온갖 욕을 늘어 놓으며 때려대자
 

C의 아버지가 나를 뜯어 말렸다.
 

A도 B도 C도 모두 울면서 나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내가 의식을 잃고 있던 동안 일은 이렇게 흘러갔다고 한다. 
 

내가 우물 안으로 내려간 후, 
내 생각대로 C의 제안으로 잠깐 뚜껑을 닫기로 했었다고 한다. 
잠깐 나를 놀래켜주고 다시 뚜껑을 열 생각이었지만, 
막상 열려고 하니까 아까는 쉽게 들었던 뚜껑이 꿈쩍도 않았다고 한다.
 

닫을 때는 2명이 쉽게 들었던 뚜껑인데, 
3명이 달라붙어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큰일이라고 생각한 C는 그대로 달려가 아버지를 부르러 갔다고 한다. 
그 사이 A와 B는 나의 절규를 들으며 필사적으로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뚜껑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C가 아버지를 데리고 왔을 때는
 

이미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A와 B는 완전히 지쳐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C의 아버지가 [열리지 않는다면 부숴버려야지.] 
라며 들고 온 커다란 망치가 있어서 그대로 뚜껑을 때려 부쉈다고 한다.
 

하지만 우물 밑바닥에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급히 C의 아버지가 우물 밑바닥으로 내려가자, 
벽의 구멍 안에서 인형들에게 둘러싸인 채 
가슴에 인형을 껴안은 내가 자고 있었다고 한다.
 

잠든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B의 아버지까지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눈을 뜨기까지 A, B, C 세 명은 꼬박 하루를 내 옆에서 지샜다고 한다.
 즉, 나는 하루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C의 아버지 [계속 이 집에서 살았지만 저런 곳에 우물은 없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C의 아버지가 하신 말을 듣자 다시 온 몸에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 후 우물은 메꿔졌다.
 

스님까지 불러서 한 공사인 걸 생각하면 
아마 어떤 원한이 얽힌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안 쪽에 있었던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사체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알 방법조차 남아 있지 않다.
 
 
아직도 나는 우물이나 인형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보면 아직도 그 날의 공포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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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친구들과 1박 2일로 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바다에서 신나고 놀고 숙소에서 게임도 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습니다. 모두들 체력이 소진된 터라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습니다.
제가 가운데 누워서 자고 있는데, 오른쪽에 누워 있던 친구가 무척이나 잠꼬대가 심했습니다. 차라리 코라도 골면 나을 텐데, 자꾸 옆에 발로 차고 제 배위에 발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막 잠이 들려고 한 순간이어서 순간 짜증이 났습니다. 친구에게 화를 내려고 눈을 뜨고 옆을 봤는데, 친구는 이불을 잘 덮은 채 조용히 자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포근하게 자고 있기에 마음 약한 저는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으니 오른쪽에
누운 친구가 다시 팔 다리를 제 몸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버럭 나서 친구를 째려봤는데, 친구는 조용히 자고 있었습니다. 자는 척 하는 게 아니라, 미동
도 하지 않은 채 얌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희는 각자 이불을 덮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팔다리를 올려놓으려면 이불을 걷어내야 합니다.
친구는 이불을 얌전히 덮고 있었고, 이불을 펄럭이는 소리도 없었습니다.
친구가 장난치려면 움직임이 느껴졌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어느 순간 제 몸에 팔다리가 올라온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눈을 잠은 채로 그저 잠들기를 바랐습니다.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여전히 팔다리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너무 무서워서 차마 눈을 뜰 수 없었지만, 혹시 친구가 장난치는 것일 수도 있
기에 눈을 떠보았습니다.
 
친구는 여전히 그대로 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저 사이에 흐릿한 형체의 여자가 누워있었습니다.
그 여자의 팔 다리가 저에게 오르다 있었습니다.
여자는 저를 보면 살며시 웃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그 날 밤 마지막 기억입니다.
네,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천에 뜬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잠을 왜 이렇게 오래 자냐고 했지만, 저는 잠이 아니라 기절을 했었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지만,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른쪽에 누웠던 친구는 그런 일 없었다고 하더군요.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지만, 아주머니는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상식적으로 있으리 없는 일이고, 괜히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큰일이니까요.
 
그런데 점심을 먹다가 음식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박집 근처에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좋아하는 음식점 아주머
니께서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해준 이야기입니다.
 
민박집 근처에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다른 지방에서 일을 해서 돈을 보내주고, 부인은 갓난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가 죽어 있더랍니다.
무언가에 의한 압사.
부인이 갓난아이를 옆에 눕혀 놓고 잠들 잤는데, 실수로 다리를 올려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것
입니다.
남편은 부인은 엄청나게 추궁했고, 부인은 아이를 잃은 슬픔과 자책감에 결국 자살을 했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이라도 제가 겪은 일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날 밤 본 여자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이 왠지 무섭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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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
 
 
 
 
 
 
 
 
현재 저는 서른을 앞둔 성인 여성입니다. 지금 투고할 이야기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겪은 일입니다.
1.
저희 가족은 고향을 떠나면서 이사를 자주해왔습니다. 처음엔 울산으로 가서 몇 달을 살다 최종적으론 포항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포항에서 살면서도 자주 이사를 했습니다. 특히 제가 중학교에서 고교를 다닐 시점에 중점적으로요.
 
전세나 월세의 형태로 집을 전전해오던 저희 가족은 저의 중학교 생활 때문에 되도록 학교와 가까운 주택에 세를 급히 들었습니다. 주택은 1층으로 이루어진, 한 지붕 2세대 주택이었어요.
 
처음 이사를 와선 1년 정도 잘 살았습니다. 그 무렵의 소녀들이 그렇듯 가위도 눌려보고 악몽에도 시달렸습니다만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겐 그렇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흔희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고, 수면마비라거나 스트레스성이라거나 이런 저런 핑계거리가 풍부한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헌데, 사건은 제가 중2가 되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주인집 댁이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어 주가 되는 주택의 안채가 비게 된 것이죠. 헌데, 신기하게도 주인집 아저씨는 그 비어있는 안채에 저희 가족을 싼 가격의 전세에 살게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가족은 싼 가격에 좁은 집에서 넓은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뜻밖의 기회에 주인집 아저씨의 호의를 받아 안채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저는 거실이 넒은 집은 난생 처음이어서 굉장히 들뜬 마음이었어요. 안방은 부모님과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남동생이, 작은 방은 저와 저의 여동생이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계절이 여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복을 입고 있던 기억이 있으니, 여름이 분명해요.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뭔가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면이 좁은 것으로 둔탁한 시멘트
벽을 긁어내리는 소리였습니다.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처음엔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정도로 방향성이 없었던 데다, 소리도 미약했
습니다. 그때만 해도 밖이나, 다른 집에서 내는 소음이라고 생각하고는 잠결에 뜬 눈을 다시 감으
며 잠을 청하려 했죠. 그런데, 그 소리가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겁니다.
 
누군가가 계속 손톱으로 벽을 긁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날이 밝으면 다시 등교를 해야 하는데, 벽
긁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가 없자 짜증이 나더군요. 그 와중에 여동생은 무사태평한 얼굴로 자
고 있으니 더 짜증이 나서 이불을 걷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의 불을 켰습니다.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죠.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4방의 벽을 돌아가며 귀를 대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소리가 책상이 붙은 벽. 주방과 마주한 벽에서 소름끼치게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맞은 편 벽에서 누군가 정말 벽을 긁어내는 소리였습니다.
 
그제야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어요, 잠은 자야했기 때문에 방문을 열고 나와 거실을 걸어 바로
옆인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컴컴한 주방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불을 켜니 아무 것도 없었
죠. 이상하다싶어 작은 방과 마주한 벽에 다시 귀를 대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
다.
 
주방에서 죽치고 있어봤자, 나오는 것도 없었기에 전 다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절 괴롭히
던 그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더군요. 마음이 너무 불안했지만, 너무 긴장해서 피곤했던 나머지
눕자마자 잠들었던 거 같네요.
 
그리고 날은 밝았지요.
 
하지만 그 일은 그날 하루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또는 며칠을 걸러서 그그극- 하
고 벽을 긁어내리는 소리는 절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그저 소리만 들렸던 거라, 하루 이틀 계속 지
나가 무시할 만한 신경이 되더군요. 헌데, 어느 순간 벽 긁는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대신, 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런데 이번엔 침대 밑에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잠이 확 깨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순간 심장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로 누군가 침대 매트를 받친 나
무판을 쳐올렸습니다.
 
쾅-!
 
하고 베개를 통과한 둔탁한 소리가 귀로 파고들었습니다. 전 혼비백산해서 비명을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제 비명 소리에 놀란 부모님께서 안방에서 튀어 나오셨고, 자고 있던 여동생도 잠
에서 깨어났을 정도였습니다. 놀라서 우는 저를 안아 주신 엄마에게 ''누가 침대 밑에서 주먹으로
쳤어!''라고 횡설수설하며 매달리자, 제가 악몽을 꾸다 놀라 그러신 줄 알고 달래 주시더군요. 부모
님께서 침대 밑을 확인해보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밤중에 한참을 부산스레 움직이다 조금 진정이 돌듯 보이자, 절 방에 보내시곤 부모님은
다시 안방으로 가셨습니다. 전 침대에 누워 정말 꿈이었던 건지, 가위로 헛소릴 들었던 건지 긴가
민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불 꺼진 방안은 다시 잠든 여동생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전 잠이 오지 않
아서 가만히 누워 베개에 귀를 대었죠. 조용했습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던지 잠이 솔솔 오더군
요. 그리고 선잠이 들었습니다. 헌데, 다시 귓가에 손톱으로 뭔가 긁어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반사적으로 눈이 번쩍 뜨였죠. 온 신경을 집중에서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그 소리가 이번엔 여자의 기니 손톱으로 나뭇결이 거친 나무판을 긁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
습니다. 그리고 전 천천히 베개를 치워 매트에 귀를 대었습니다. 매트 전체를 울리듯이 귓가로 파
고는 드는 소리는 나무판을 긁어내는 소리였습니다.
 
침대 밑에 뭔가 있다. 그런 직감이 들었습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을 휘젓더군요. 공포때문인
지 귀도 멍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하게 침대 밑에서 들려온 소리에 전 퍼뜩 일어나 불을 켰
죠. 그리고 한참을 침대 밑의 어두운 곳을 노려만 보았습니다.
 
저 밑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 무서워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었어요. 하지만, 공포
물이 늘 그렇듯이 확인하려하면 아무 것도 없어 사람 놀리는 기분이 들게 하지 않습니까. 
큰마음 먹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침대 밑으로 눈을 댄 저의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날부터 자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가위에는 눌리지 않았지만 멀쩡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들
리는 괴상한 소리는 겨우 중2 소녀였던 저를 불면증이 걸릴 정도로 몰아세웠습니다.
 
밤엔 집에서 시달리다가 잠은 늘 학교에서 자다보니 수업 중에 혼나기 일 수였습니다. 결국 하교하
자마자 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했죠. 그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 하며 무서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그랬
더니 저희 어머니께서 그런 경험을 하셨다는 겁니다.
 
모두 아버지를 일터에,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집에 혼자 있으면 헛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분명
혼자 있는 집안에서 누군가 거실을 다다 소리가 날 정도로 뛰어 다니거나, 어린 남동색의 블록 장
난감이 든 바구니를 뒤엎는 소리.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세차게 내려가는 소리.
 
처음에 이런 소릴 들었을 때는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답니다. 그래서 거실이 소란스러워지자 남동
생이 벌써 하교해서 집에 왔나보다 하고는 "**야, 왔어?" 라며 거실로 나오니 아무도 없더랍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공포에 떠는 모습은 없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선 귀신이 있다고 믿는 분이
셨고, 무엇보다 외할머니께서 무속에 관련된 분이셔서 그런지, 저의 어머니께선 집안에서 일어나
는 괴상한 일에 왠지 무덤덤하게 반응하셨습니다.
 
저도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신기할 만큼 안심이 되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신기하
게도 신경 쓰지 않게 된 후부터 작은 방에서 밤마다 절 괴롭혔던 괴 소음을 차츰차츰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덤덤하시던 저희 어머니를 행동하게 만든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2.
원인은 저에게 있었죠. 전 교우관계가 꽤 원만한 학생이었습니다. 불량학생도 아니었고, 친구도 많
았으며, 아직 싸운 일도 크게 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따라 학교에 가기가 싫더군
요. 네, 사실 학교가고 싶은 날이 없었지만, 그날처럼 학교가기 싫은 날이 없었습니다.
 
저희 집과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겨우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란 굉장히
쉬웠습니다. 하지만 학교 정문을 몇 걸음 앞두고 전 생전 처음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등교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학교에는 가야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었던 터라 학교를 등
지면서도 매우 불안했습니다. 한참을 집과 학교 주변만 어슬렁거리다가 1교시의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전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집엔 어머니께서 계셨지 때문에 걸리면 혼난다는 기분에 몸
을 숨겨 보일러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전 등교만 하려고 하면 학교를 눈앞에 두고 가고 싶지 않아져서 도망쳤습
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죠.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어머니께서 그 날 아침, 절 주시하셨나
봅니다. 또 보일러실 앞에 숨어 있는데, 어머니께서 오시더군요.
 
어머니는 화내지 않으셨어요. 그냥 조용히. "일어나.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라면 절 데리고 안방
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며, 왜 학교 안 갔냐고 물으셨습니다. 하지만
전 대답해 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따돌림 당한 것도 아니고, 친구와 싸운 것
도 아니고, 담임이 싫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만 뚝뚝 흘리면 모르겠다고 하니, 어머닌 알았다 하시며 오늘까진 집에서 쉬어라고 해주셨습
니다. 그리고 내일 부턴 꼭 학교에 가는 거다. 하면서 절 다독여 주셨어요.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의 배웅을 집 대문 앞까지 받으면서 전 등굣길에 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문 앞까지 잘 왔습니다. 들어가면 담임선생님께 혼나는 게 당연한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들떴습
니다.
 
며칠 만에 학교에 오니 좀 기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교실에 가자마자 반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왜
학교 오지 않았냐며 묻자. 전 핑계거리로 좀 아팠다고 둘러 댔습니다.  담임선생님께 불려가서 한
동안 걱정스런 설교를 듣고 복도로 나오는데,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
습니다.
 
그 날. 수업을 마치고 화색이 돈 얼굴로 어머니에게 가서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죠.
 
하지만 어머니에게 학교가지 않은 걸 걸린 날 제가 몰랐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선 친분이 있는 무속인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제가
학교로 다니는 길목에 잡귀들이 둘러싸서 제가 학교 옷가게 막고 있더래요. 이 잡귀를 달래서 쫒아
내면 제가 다시 학교 다닐 수 있게 될 거라면서 어떤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는데, 지금 제가 기억을
하고 있는 건 어머니께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 저의 등교 길에 뿌려두셨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고나서 밤에 꿈을 꾸셨는데, 잡귀들이 오랜만에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가더래요. 그
후 제가 정말 아무 말 없이 학교에 잘 갔다는 겁니다.
 
어머니 이야길 듣던 중에 꺼림칙한 것이 하나 있더군요. 무속인의 말에 따르면, 집에 웬 할머니께
서 칼을 쥐시고는 무서운 얼굴로 식구들에게 나가라고 외치며 배회한다고 합니다.
 
그 전이라면 어머니께서도 이런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무속인께서 제가 학교가지 않았던
일을 해결하는 바람에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결국 저희 가족은 집 주인의 호의로 받은 전세를 물리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답니다. 그 뒤로 집
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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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내려오는 길

 
 
 
 
 
 
 
 
고등학교 때 친구가 겪은 일입니다.
 
저희 집 뒷산에는 절이 있는 데, 동네사람 대부분은 절에 다니셨습니다. 물론 앞으로 언급할 기묘
한 체험을 했던 친구도 다녔습니다.
 
절에 가기 위해 산을 오르다보면 산 중턱에 무덤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사람이 사는 곳처럼 사람
어깨 정도 되는 담이 둘러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무덤과 비석, 그리고 동물모양의 석상이 몇 개 있
습니다. 평소에는 들어가는 일이 없이 무심코 지나치던 곳. 하지만 석가탄신일이었던 그 날은 달랐
다고 합니다.
 

 
절실한
 
불교신자이셨던 친구 어머니와 친구는 그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절에 올라가 등 만들어 다는 것도
돕고 비빔밥이며 산채음식을 만드는 등, 절을 찾는 분들의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초저녁이 되서 손전등을 얻어 집으로 내려오려 하는데 절에 주지스님(워낙 작은 절이라 스
님이 같이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이 갑자기 가는 길을 말리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아들
(제 친구)이 학교에 가야하니까 내려가야 한다고 고집을 굽히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결국 스님께서는 정 가셔야하면 손전등 대신 등을 줄 테니 꼭 가져가라 하셨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괜찮다고 하시면서 손전등을 가지고 내려오셨다고 합니다.(등에 한문을 써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경문이었다고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친구랑 친구 어머니는 사찰음식으로 뭘 해서 먹을지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무서운 기분을 떨치며 내려오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무덤 담벼락을 지나가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갑자기 어머니가 걸음을 딱 멈추시더니 담을 향해 몸을 숙이신 체 비명을
지르시더랍니다.
 
친구는 그런 엄마 모습이 무섭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 몰라 엄마만 부르며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
렇게 얼마 동안 있었을까요? 친구가 사람살려달라고 울고불고 소리치는데, 저기 위쪽에서 불빛 하
나가 빠르게 내려오더랍니다. 불빛의 정체는 바로 주지스님. 주지스님께서 등을 들고 큰 소리로 염
불을 외시면서 오신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친구어머니께서 앞으로 푹 쓰러지시더니 벌떡 일어나 친구 손을 잡고 스님이 들고 계신 등
을 빼앗아서 미친 듯이 산 아래로 뛰어 가시더랍니다(그 산은 그렇게 높지 않아 뛰어 오르내리기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좀 더 내려가면 시멘트로 진입로를 만들어 뒀죠)
 
친구는 영문도 모르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눈 깜짝할 사이에 집에 도착하게 됐는데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기절할 뻔했답니다.
 
어머니왈, 그 무덤주변을 지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담벼락에서 손이 나와 어머니의 뒷머리를 움켜
잡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말했다고 합니다.
 
어딜 지나가…….
어딜 지나가…….
어딜 지나가…….
 
계속 어딜 지나가……. 라고 앙칼지게 소릴 지르며 더 심하게 머리를 잡아 올렸고, 그렇게 한참을
머리채를 잡혀 있는데 머리채를 잡은 손에서 느낌이 오더랍니다. 이제 진짜 잡았다하는 만족감과
희열감이…….
 
다행히도 그때 마침, 뒤에서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들릴 때쯤, 그 손이 아쉬움과 분노로 더 힘 있게
머리채를 당기더니 곧 포기하고 어머니의 머리를 앞으로 휙 던지듯 밀더랍니다. 어머니는 머리채
가 노여나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친구 손목만 잡고 뛰었다고 합니다.
 
사실 어머니께선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셨는지 잘 생각이 안 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님이 가지
고 계시던 등을 뺏어 달린 것마저도.
 
친구가 어머니 말씀만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이윽고 어머니께서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내리시는 데, 어머니 손에 빠진 머리가 한 움큼 잡히고, 머리가 빠진 어머니의 뒷머리는 두피 밑이
파여서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제야 친구는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고, 친구랑 친구 어머
니는 공포에 밤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절에서 스님이 찾아오셨는데 그날 걱정이 되서 등을 가져가라 했는데 왜 안 가져갔냐고 야
단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말씀하시길, 몇 년 전 절에서 요양하던 젊은 여자가 죽었는데 죽을
때 이승에 한을 남기고 죽은 터라, 집으로 시신을 돌려보내지 못하고(시신을 보내면 귀신도 간다고
합니다) 절 가까이 묻고 스님이 그 무덤을 돌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스님께서 친구 어머니를 보니 귀신이 장난칠 운이어서 그걸 막으려고 못가게 했던 것
이고, 만약 가시더라도 그럼 부적을 써 줄 테니 가져가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사양하셔서 그런 장난
에 걸려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절에 오시지 말라고 하셨고, 부처님은 마음으로 모시
는 거니까 집에서 수양하시라고 하셨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친구 어머니께서 그날 이후로 몸이 아프셔서 절에 다시 가게 됐는데
스님왈, 원래 어머니께서 귀신한테 급살 맞을 운이었는데 한번 넘긴 거라고 하셨답니다. 지금도 그
귀신이 어머니 목숨에 미련을 못 버려 어머니가 아프신 거니 절대 여기 오지 말고 무덤 지날 때도
모른척하고 지나가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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