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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분이 넘치는 땅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8.03.20 15:48조회 수 1198추천 수 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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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나 놀리는거지."

론은 이를 악문채 애써 웃으며 말했다.
계보학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책상 위에 손을 올렸지만 차마 론의 눈은 쳐다볼 수 없었다.

"유전자 검사는 믿을 만 합니다."

우리 남편인 론은 입양아다.
가족계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임신할 때 문제가 생기자 몇 가지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럴 리 없어.. 야!! 양아치 건달새끼야!!! 검사 다시 해봐!!"

론은 과학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가 손가락질을 해댔다.
우리 남편은 인종차별적인 면이 좀 있다. 보통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귓속말을 해오곤 했다.
농담이라고 하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바보같이 사랑의 힘으로 남편을 바꿀 수 있을거라 믿고 있었다.

과학자는 용기를 내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결과를 보면 당신은 흑인의 혈통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에게 문제가 된다니 유감입니다만 사실이에요. 바꿀 수도 없구요."

론은 약간 피부가 까무잡잡 했었는데 나는 햇빛에 타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뒷뜰에서 정원을 가꾸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편이기 때문이다.
자식이라도 되는 마냥 정원을 무척이나 아꼈다.
난초랑 해바라기, 백합을 심으며 언제나 물도 듬뿍 주고 거름도 충분히 줬다.
뻣뻣한 성격이었는데 정원을 가꾸며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니까 지금 우리 와이프가 까만 피부를 가진 애를 낳을 수도 있다는거네??"
"당신은 그렇게까지 싫은거야?"

나는 눈물이 났다.
론은 욱하며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째려보더니 애써 화를 삼키며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동차 바퀴에서 탄 내가 날 정도로 차를 급히 몰아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집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에 가보니 론은 정원에 있었다.
잔뜩 성이 나서는 식물들을 마구 뽑아 여기저기에 던지고 있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론! 진짜 왜 이래?"

남편의 팔을 붙들고 울면서 말렸다.

"왜 그렇게 싫은건데?"

이제는 남편마저도 눈물을 흘렸다.

"여태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도 미워해 본 적이 없는데."
"근데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

론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전처가 흑인이랑 바람이 났었어."

남편이 결혼을 했었다는 얘기는 처음들었다.
나와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나보다.
론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근데 아마 맞을거야. 절대 아니라고는 했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왜?"
"흑인 아기를 낳았거든."
"애가 있었어?"

나한테 그런 사실을 숨기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 그런거야? 애기는 지금 어디있어?"

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만신창이가 된 채 정원만을 응시했다.
구석에는 론이 묻어놓은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infertile([땅이] 메마른, 불모의;생식력이없는, 불임의; 무정란의)
이라는 제목을 보고 글 중간까지는 남자가 불임인가 했었는데 요고를 묘하게 번역을 못하겠어서..
글쓴이도 fertility로 제목을 바꾸고 싶다는 댓글을 남겨서 임의로 제목을 달았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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