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백년 가까이 된 목욕탕

title: 잉여킹냠냠냠냠2018.03.27 11:40조회 수 1211댓글 1

    • 글자 크기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 우리 집 근처에는 백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작은 목욕탕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가게라고는 해도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손님들이 그리 많이 찾아오는 곳은 아니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 목욕탕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같이 그 목욕탕에 다니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셨던 것 같다.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지만,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목욕탕에 갔었으니.

 

어느 주말 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

 

옷을 벗고 힘차게 욕실 문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다.

 

 

 

언제나 파리나 날리고 있던 목욕탕이, 어찌 된 일인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욕탕 안에도 사람투성이고, 씻는 곳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내 뒤를 따라 온 아버지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래서는 못 들어가겠네. 좀 기다릴까?]

 

아버지는 맥주를,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고 탈의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목욕 전에 아이스크림을 먹다니, 평소와는 완전 차례가 반대라 나는 어쩐지 즐거웠다.

 

 

 

한동안 기다렸지만 나오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가 가서 지금은 어떤지 좀 보라고 해, 나는 다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또 놀랐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혼잡하던 목욕탕이었는데, 지금 보니 손님은 2, 3명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던데다 나온 사람도 없었는데...

 

아버지도 깜짝 놀란 듯 했지만, 원래 사람이 사소한 건 신경쓰지 않는 분이라 아무 일 없었던 듯 평소처럼 목욕이나 했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카운터 옆에 붙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럴수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닫는다는 것이었다.

 

고작 1주일 가량 남았는데.

 

 

 

문득 깨달았다.

 

아직 어린 나이였는데도, 왠지 아까 그렇게 손님이 많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게가 문 닫는 게 아쉬워서, 먼 옛날부터 이 목욕탕을 찾았던 단골 손님들이 마지막으로 죄다 놀러왔던 거겠지.

 

 

 

아버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지, [할아버지도 분명 계셨을텐데 말이야. 기껏 아들이랑 손자가 같이 왔는데 인사라도 해주지 참.] 이라며 중얼거리셨다.

 

나와 아버지는 그대로 아무 말 않고 손잡고 집에 돌아왔다.

 

목욕탕이 문 닫는 날, 다시 한 번 아버지와 목욕을 하러 갔지만, 그날은 평소처럼 한산할 뿐이었다.

 

 

 

목욕탕이 가득 찬 걸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맛있당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7631 실화 방안에 흐르는 피1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748 1
7630 실화 방안에 흐르는 피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718 1
7629 혐오 방어회7 구이 1873 1
7628 사건/사고 방에서 실종됐는데 9일 뒤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3 title: 하트햄찌녀 501 1
7627 실화 방울소리 이야기)실화 6탄 - 방울소리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142 1
7626 실화 방탈출 알바했을 때 소소하게 소름끼쳤던 일들 title: 잉여킹가지볶음 1992 1
7625 실화 방황 하던때 겪은 경험담 1화2 title: 이뻥익명_f2e934 1319 1
7624 실화 방황 하던때 겪은 경험담 2화 짧은 이야기1 title: 이뻥익명_ed63dc 1303 1
7623 2CH 배고파1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4516 1
7622 실화 배달 몰카 매니아 1530 0
7621 2CH 배달 아르바이트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918 1
7620 실화 배달부2 내이름은유난떨고있죠 3513 2
7619 실화 배달부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666 0
7618 사건/사고 배를 뚫고 들어오는 파도5 title: 하트햄찌녀 6134 2
7617 실화 배봉산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341 1
7616 단편 배부른 시체는 강을 거슬러 오른다. 굴요긔 1069 1
7615 2CH 배수관의 점검 여고생너무해ᕙ(•̀‸•́‶)ᕗ 543 1
7614 혐오 배에 버섯같은 종양이 난 여자아이1 title: 연예인13오뎅끼데스까 929 0
7613 실화 배우 문정희씨가 겪은일2 도네이션 513 1
7612 실화 배우 문채원씨의 실화1 도네이션 532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