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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설화

호랑이 처녀의 비련 - 경주 호원사 전설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8.03.30 21:09조회 수 195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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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읽을거리입니다.

우리나라의 곳곳에 있는 전설들 중에 재미난 것들이 많아요.

심심하면 한번 죽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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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처녀의 비련

<경주·호원사>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사월 초파일. 청년 김 현은 영험 있기로 소문난 흥륜사 앞뜰 5층탑에서 밤이 깊도록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얼마 동안 탑을 돌다가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가려던 김 현은 걸음을 멈칫했다.

 

 

『아니, 이 밤에….』

 

 

뒤를 돌아다본 김 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리따운 여인이 자기 뒤를 좇아 탑돌이를 하는 것이었다.

 

성 안에서 처음 보는 미녀였다.

 

김 현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으나 그 모습이 어찌나 근엄하고 정결했던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음, 내일밤 다시 와야지.』

 

 

다음날 밤, 삼경의 인경이 울리자 김 현은 흥륜사 경내로 들어섰다.

 

그녀는 벌서부터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김 현도 따라서 돌기 시작했다 .

 

그는 기도보다는 낭자의 뒷모습에 온 정신을 다 팔고 있었다.

 

얼마 후 그녀가 삼배를 올리고 탑을 뜨려 하자 김 현은 급히 쫓아갔다.

 

 

『낭자.』

 

『…….』 

 

『실례지만 나는 성안에 사는 김 현이라는 사람이오. 낭자는 뉘시길래 밤마다 탑돌이를 하시는지….』

 

『아사미라 하옵니다.』

 

 

여인은 방긋 웃으며 이름만을 말하고는 그냥 발길을 옮겼다.

 

 

『낭자-.』

 

 

김 현은 여인의 팔을 잡고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낭자, 나는 어젯밤 낭자를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낭자 생각으로 가득하오.』

 

 

그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어 말을 이었다.

 

 

『한번 얼굴을 보는 것도 인연인데, 이는 필시 하늘이 준 연분인가 보오. 낭자 사랑하오.』

 

『이 몸은 낭군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옵니다.』 

 

『그대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나는 오늘 그대를 따라가리다.』

 

『아니 되옵니다. 소녀의 집은 가난하고 병석에 누운 어머니가 계셔 모실 곳이 못 되옵니다.』

 

『낭자, 내 마음을 거절하지 마시오. 낭자.』

 

 

아사미는 어느새 김 현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리하여 산을 몇 구비 돌아, 삼경이 넘어 조그만 촌막에 이르렀다.

 

 

『낭군님, 잠깐 계시와요. 안에 들어가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나오겠어요.』

 

 

잠시 후 방문이 방긋이 열리며 소녀가 나왔다. 뒤에는 그녀의 어머니인 듯한 노파가 밖을 내다본다.

 

 

『낭군님, 소녀의 어미예요.』

 

『갑자기 찾아와 실례가 많습니다. 낭자의 고운 자태에 그만 불문곡직하고 찾아왔습니다.』

 

『이왕 오셨으니 안으로 모셔야겠으나 성질이 포악한 아사미의 세오라비가 곧 돌아와 해칠지 모르니 어서 몸을 피하시지요.』

 

 

노파는 근심스런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니 아사미는 그만 질겁을 했다.

 

 

『에그머니…. 낭군님,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그녀는 김 현을 헛간에 숨겼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앗-』

 

헛간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던 김 현은 자기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초막 앞에는 남자가 아닌 커다란 호랑이 세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지 않은가.

 

 

「저놈들이 사람 냄새를 맡고 있구나. 이거 야단났네.」

 

 

그때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안돼요, 그쪽으로 가면….』

 

 

소녀는 호랑이 앞을 가로막았다.

 

 

『제발, 사람은 없으니까 방에 들어가 쉬세요.』

 

 

호랑이 세 마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해괴한 광경을 숨어서 본 김 현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깊었다.

 

 김 현이 인기척에 놀라 눈을 떠 보니 소녀가 옆에 와 있었다.

 

 

『오ㅡ 낭자-.』

 

 

『낭군님.』

 

 

두 사람은 그밤을 함께 지냈다.

 

 날이 훤히 밝자 소녀는 살며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호랑이 세 마리가 문앞에 도사리고 앉아 소녀를 해칠 듯했다.

 

김 현은 그만, 『앗!』소리를 치며 헛간 밖으로 나와 소녀를 등뒤로 감췄다.

 

호랑이는 적을 만난 듯 몸을 일으키더니 산이 울릴 듯 큰소리로 울었다.

 

김 현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을 뿐 속수무책이었다.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위엄스런 음성이 들려왔다. 

 

 

 

『이놈들, 삼배야(호랑이 형제 이름). 내가 너의 형제를 세상에 내보낼 때 산중을 평정하라고 했거늘, 어찌 포악과 횡포를 일삼고 있느냐. 벌받아 마땅한 일이니 어서 석 물러가거라.』 

 

 

추상 같은 이 호령에 호랑이들은 어깨가 떨어뜨리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에 아연했던 김 현은 얼마만에 정신을 차려 소녀에게 입을 열었다.

 

 

『낭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낭군님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김 현은 구슬피 우는 소녀를 달래다가 후일을 기약하고 성안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성중은 발칵 뒤집혔다.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성안에 나타나 사람과 가축을 해쳐 인심이 흉흉해졌다.

 

큰 변괴가 날 거라는 유언비어가 떠돌자 경주부중에선 「호랑이를 잡는 사람에게 벼슬과 상금을 후하게 내린다」는 방을 붙였다. 

 

김 현은 급히 말을 몰아 아사미의 초막으로 달려갔다.

 

 

『낭자-.』

 

『….』

 

『낭자-.』

 

 

몇 번인가 급히 부르자 방문이 열리고 소녀가 나왔다.

 

 

『어머나, 낭군님.』

 

 

소녀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낭군님, 소녀는 죄 많은 계집입니다. 어서 소녀를 죽이시고 벼슬과 상을 받으십시오. 소녀 하룻밤 낭군님 정을 받은 몸이니, 낭군님 위해 죽으렵니다.』

 

 

말을 마친 소녀는 갑자기 김 현의 칼을 뽑아 자기의 배를 찌르고 쓰러졌다.

 

 

『낭자-.』

 

 

쓰러진 소녀는 큰 호랑이로 변했다.

 

 

『아니…? 이게 무슨 변인고.』

 

 

순간 김 현은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호랑이가 둔갑한 것이요, 오빠의 죄를 대신해서 자신을 찔러 목숨을 끊음으로써 김 현에게 벼슬을 받게 한 것이었다.

 

 김 현은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큰 벼슬을 받았다.

 

그 후 김 현은 호랑이의 원을 풀어주기 위해 절을 세우고 큰 재를 지냈다. 그 절이 바로 경주에 있던 호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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