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현관 앞의 꽃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13 00:44조회 수 744댓글 0

    • 글자 크기



 
옛날, 좋아했던 여자아이 집 현관에 꽃을 가져도 두었던 적이 있다.

 

꽃은 근처의 정원이 근사한 집에서 꺾어다가.

 

사촌의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도왔을 때였으니, 아직 어슴푸레한 이른 아침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여자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그 땐 그렇게 꽃도 놓고 가고 했었는데... 넌 어떻게 생각했었어?] 라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내 가슴팍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거, 네가 한 짓이야? 당장 그만둬!] 라고 절규하면서.

 

어떻게든 겨우 그녀를 안정시키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직도 매일 꽃이 놓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가족들도 [널 짝사랑하는 누군가가 가져다 놨나 봐~] 라면서 장난을 쳤다고 한다.

 

 

 

정작 내가 꽃을 가져다 놓은 것은 고작 2, 3일에 한 번 정도였지만, 언제부터인지 매일, 비가 오던 태풍이 오던 포장에 싸인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무렵에도.

 

[그만둬 주세요.] 라고 벽보를 붙여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도 범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고, 경찰에게 순찰을 부탁해도 [어느새인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라는 식으로 꽃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가족 전체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여서, 당연히 그녀의 집에 찾아간 나는 격렬하게 항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선물로 가져간 과자를 곁에 두고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그리고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집에서 하루 묵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역시나 왔다.

 

 

 

그녀의 남동생이 [또 꽃이 있잖아!] 라며 나한테 꽃다발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어?

 

[이봐, 너 현관문도 안 열고 어떻게 그걸 가져왔어?]

 

 

 

그랬다.

 

진실은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었다.

 

남동생이 스토커였다니.

 

 

 

나는 그 날 내 눈 앞에서 한 가정이 붕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남동생을 죽어라 두들겨 패는 아버지.

 

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

 

 

 

울면서 쓰러진 그녀.

 

그 와중에 남동생은 실실 웃고 있었다 - 다만, 나에게만은 혀를 차며 무척 째려보았다.

 

결국 그 사건이 남동생의 비뚤어진 애정에서 나온 것인지, 단순히 짖궂은 장난이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 후 그 집과의 연락은 끊겼다.

 

소식도 없이 그대로 이사를 가 버렸고, 그 이후의 일은 나도 모른다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5491 실화 내 심령현상과 자각몽썰1 가위왕핑킹 472 2
5490 단편 착귀갑사 3화1 익명할거임 477 1
5489 실화 고양이와 새우깡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878 1
5488 실화 군복무때 버스괴담썰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082 1
5487 기묘한 여러가지 현상의 명칭들1 아리가리똥 1509 3
5486 전설/설화 고려의 무신 이의민이 섬긴 나무 귀신1 아리가리똥 3514 1
5485 실화 심야괴담회-잡아 당기지 마세요, 발목 귀신1 title: 투츠키71일12깡 474 1
5484 실화 예비 시엄마는 스님~☆ 사진(有)편1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2780 1
5483 미스테리 [미스터리] 비밀결사조직 프리메이슨 1 미숫테리 1500 0
5482 실화 어뜨의 실화5탄 - 숨바꼭질1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7906 2
5481 전설/설화 미국의 도시전설1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안구정화죽돌이 1720 0
5480 2CH 영감이 있는 누나1 title: 잉여킹냠냠냠냠 929 0
5479 사건/사고 믿을 수 없는 자살 사건1 title: 토낑도나짜응 1131 1
5478 실화 저희 어머니이야기 지옥에관해서1 title: 풍산개루돌프가슴뽕은 124 1
5477 2CH 썩은물의 저주1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084 1
5476 실화 혼자 노는 아이1 title: 투츠키71일12깡 469 1
5475 기묘한 버스에서 이상한 노트 아저씨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416 0
5474 Reddit 독심술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203 1
5473 실화 강원도 양구군1 도네이션 1149 2
5472 실화 3대흉가 영덕폐가에서 있었던일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550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