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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울엄마 이야기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2015.03.31 23:46조회 수 1105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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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울엄마가 수십번 리바이벌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울 오빠가 갖난쟁이였을때 이야기니까 1968년 쯤이고, 저는 태어나기 한참 전이네요.

 


울 가족은 지지리 가난하고 낙후된 포항 용흥동 100번지 초가집에 살았답니다.

 


그시절 이야기하면 울 엄마는 진저리를 쳐요.

 


얼음물에 빨래하며 살얼음에 손 베었던 이야기,

 


한여름에 샤워한번 하려면 여러번 물을 길어다가

 


장독대 뒤에서 한바가지 끼얹는데 그럼 시멘트도 없는 흙바닥에서

 


흙탕물이 허벅지까지 튀어 오른다던 이야기...

 


그만큼 현대문명의 혜택이 비켜간 곳이었답니다.

 


그때 울 아버지는 돈 벌어 오겠다고 객지로 떠돌고 있었고

 


열아홉살 먹은 우리엄마랑 갖난 우리 오빠랑 시집살이 지대로 시키던 우리 할매랑

 


이렇게 세명이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살고 있었다네요.

 


어느날 초저녁이었답니다.

 


조그만 방 한 가운데 오빠를 뉘고 할머니랑 엄마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날따라 두분은 말이 없었데요.

 


왜냐면 마당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마당에는 덩치가 아주 큰 똥개 누렁이가 있었는데요,

 


평소 순해빠지고 개으르던 누렁이가  해질무렵부터 행동이 이상했답니다.

 


마치  미친것 처럼 마당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해서 거의 두시간을 그러더랍니다.

 


그냥 뛰는게 아니라 코너마다 온 몸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말이죠.

 


짖지도 않고 으르릉 거리지도 않고 그저 숨소리랑, 발톱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구석 코너돌때 속도가 떨어질까봐 후다닥 슬라이딩하는 소리만 들렸데요.

 


우리 할머니가 평소 힘이 장골이시고 겁없기로 소문나신 분이라

 


뭔가 이상하면 소매걷고 뛰쳐나가 맞장을 뜨시는 성격이신데

 


할머니도 뭔가 이상해서 방으로 건너가시지 않고 엄마랑 있었던 거였어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느낌에 "뭔가 무서운게 왔다." 는 건 알았데요.

 


그러기를 두어시간, 결국 할머니가 결심하신듯 벌떡 일어나셨데요.

 


"저놈의 강아지가 와 저 지랄이고. 지풀에 숨차서 죽겠데이."

 


할머니는 방구석에 있던 검고 길다란 우산을 단단히 거머쥐시고

 


방문을 여시는데....

 


방문이 미쳐 5센티도 열리기 전에 누렁이가 벼락처럼 튀어들어와 방 제일 아랫목에

 


몸을 숨기고 오줌을 한강처럼 싸대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미쳐 달리는 동안, 눈은 계속 주인이 있는 방만 바라보고 있었나봅니다.

 


방 깊이가 딱 우리아부지 키만 했다던 그 작은 방에

 


들어와 이불이 다 젖도록 오줌을 싸니 우리 엄마는 갖난쟁이 오빠를

 


얼른 안아 올렸답니다.

 


그리고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어머니를 향해 무섭게 호령했답니다.

 


"개 좀 내보내이소! "

 


개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개를 지키면 아기가 위험해질 것만 같았답니다.

 


누군가 희생되어야 끝날 일이라면 그건 미안하지만 개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답니다.

 


그리고, 우리 엄니, 평생 우리 할머니에게 구박당하고 살면서도 싫은 내색 한번 안하던 사람입니다.

 


울 오빠, 나 둘 다 집에서 낳았고 병원 한번 못갔고, 그 뒷상처가 남아 오래 힘들어 했습니다.

 


내 기억 속에 우리 엄마 치료받게 산부인과 한번 간다고 했다가 할머니가 노발대발해서

 


무릎끓고 저녁 내내 사죄드리는 걸 봤습니다.

 


할머니 본인은 집에서 아들 다섯 낳고도 해산하면 바로 밭일했다고

 


병원은 무슨 병원이냐고 밥상 엎고 난리치시는 걸 제 눈으로 봤어요.

 


우리 엄마랑 할머니 관계가 그런 상하관계인데,

 


우리 엄마가 평생 그 한 순간 할머니에게 호통을 친거죠.

 


" 개 좀 내 보내이소!"

 


그런데 말입니다.

 


할머니가 뭐라 대꾸하시기도 전에

 


누렁이는 채념한 듯 천천히 일어나 방문으로 나갔답니다.

 


캄캄한 어둠 속으로 조용히 나간 후 할머니는 방문을 숟가락으로 잠궜고

 


다음날 아침까지 마당은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정적이 이어졌답니다.

 

 

 

 


다음날 아침, 마당은 누렁이가 밤새 공포로 닦아둔 한줄기 길만 있을 뿐

 


누렁이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답니다.

 


동네 아저씨들이 주변 산으로 들로 다 찾아나서고

 


읍네 개장수까지 다 수소문 했지만 누렁이는 찾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찾은 흔적이 하나 있는데,

 


마당 중간에 딱 하나

 


흙담 위에 딱 하나 어른 손바닥만한 짐승 발자국이 찍혀 있었답니다.

 


그게 무슨 동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엄마는 호랑이나 표범 같은 커다란 고양이과 동물이었을거라고

 


믿고 계십니다.

 


발자국도 그렇지만,

 


그날 밤의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살기, 그리고 공포는

 


호랑이 정도 되지 않고는 뿜어낼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늘 그 이야기를 하실때 마다

 


체념한 듯 걸어나가던 누렁이에게 미안해하십니다.

 


"불쌍해도 우짜노. 얇은 종이문 밖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게 분명한데...

 


짐승 앞에서는 나도 새끼 지키는 애미 아이가. 내 새끼부터 지켜야된다는 생각밖에 안나드라."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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