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고갯마루의 토째비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19 12:01조회 수 856추천 수 1댓글 1

    • 글자 크기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개의 뿔에 가시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퍼트린 일본귀신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니고

 

집에 눌러앉아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데
(각주: 가마솥 뚜껑이 솥 안으로 넣어져있다던가, 황소가 지붕위에 올라가 있다던가 하는 현상)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도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어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 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한다며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데간데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출처] 잠밤기 투고글

           법왕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212 실화 안녕, 미미 title: 잉여킹가지볶음 1328 0
2211 실화 시체닦기 알바중 생긴일 3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7499 0
2210 실화 인어 여고생너무해ᕙ(•̀‸•́‶)ᕗ 1658 0
2209 전설/설화 러프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의 신들을 알아보자 와우장인 1770 0
2208 혐오 독일 동물원 북극곰 안톤의 사망원인 아리가리똥 848 0
2207 실화 친절 하지마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633 1
2206 실화 한밤중의 시신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163 0
2205 미스테리 쿠네쿠네 title: 하트햄찌녀 1106 2
2204 실화 실제 경험했던 짧은 이야기 몇개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904 1
2203 전설/설화 아시아의 버뮤다 용의 삼각지대 익명_8b5dea 1687 2
2202 2CH [2ch괴담][번역괴담] 한밤 중, 창밖의 여인 여고생너무해ᕙ(•̀‸•́‶)ᕗ 655 0
2201 사건/사고 과자공장 22살 직원 자살사건4 title: 하트햄찌녀 522 1
2200 2CH [번역괴담][2ch괴담]꿈에서 본 광경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785 2
2199 기묘한 Who's Hungry? 가위왕핑킹 473 0
2198 실화 재수 없는 집에서 살았던 후기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 2810 0
2197 2CH 썩어가던 것 아리가리똥 1156 0
2196 실화 위자보드 후기모음 4 title: 하트햄찌녀 3931 0
2195 실화 - 위병근무의 환영 여고생너무해ᕙ(•̀‸•́‶)ᕗ 476 0
2194 실화 민박집 여고생너무해ᕙ(•̀‸•́‶)ᕗ 650 0
2193 기묘한 실제 방송중 찍힌 유령 동영상~!! 미미미미치 2734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