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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게 좋은것도 있다.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30조회 수 991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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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시골의 친가에 돌아가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아버지였다.

[오, 그래. 무슨 일이냐?]

 

[내일이랑 모레에 갑자기 휴가가 나와서 집에 좀 가려구요.]

[알았다. 어머니한테 말해두마. 조심해서 오거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기쁜 듯 들떠있었다.

 

내 친가는 세 방향이 산에 둘러싸인 곳이어서, 차로 가도 1시간 반은 걸리는 곳이다.

마을 입구까지 왔을 무렵, 그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함께 놀던 친구다.

 

[야, 오래간만이네. 돌아온거야?]

[오랜만에 휴가가 나와서. 너희 집은 이 근처였나? 어서 타.]

[이야, 고마워. 신세 좀 질게.]

 

마을 입구에서 집까지는 5분 정도 거리였지만, 그 사이에 친구와 여러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나온 것은 아버지였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무표정하시다.

그리고 시선을 나에게 맞추지 않는다.

 

[잘 왔다. 마침 산의 광장에서 축제를 하고 있으니 다녀 오거라. 친구도 함께.]

억양 없이 말하는 아버지가 어딘가 이상했지만, 친구가 계속 [가자, 가자.] 하고 떠들어 대서 끌려가게 되었다.

어라? 그렇지만 그 광장은 어릴 때부터 [들어가면 안된다!] 고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느새 나는 산기슭에 도착해 있었다.

친구는 산을 내달려 올라갔고, 나도 뒤를 쫓았다.

그리고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숲이 열린 것 같은 장소였고, 가장 안 쪽에서는 신사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근처는 대단히 조용했고, 마침 해도 지기 시작해서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축제는 안 하나?] 라고 말하자 눈 앞의 신사에서 신주가 나왔다.

 

그리고 신주는 눈을 감고 큰 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읊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이나 피리 소리도 들려 왔다.

그리고 나무 그림자 사이에서 우르르 사람의 그림자가 몰려 온다.

 

모두 기묘한 기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몸에 걸치고 있다.

그 녀석들은 우리를 둘러싸서 원을 이룬 뒤, 횃불에 불을 붙이고 춤추기 시작했다.

마치 비디오를 빨리 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기묘한 춤이었다.

 

눈 앞의 이상한 광경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에게 [야, 돌아가자!] 라고 소리쳤지만 친구는 눈을 빛내며 춤을 즐거운 듯 볼 뿐이었다.

나는 두리번거리다 원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친구에게 [야, 달리자!] 라고 소리치고 그 곳을 목표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 쏜살 같이 달려, 간신히 마을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친구는... 따라오지 않았다...

 

도저히 다시 그 곳에 갈 엄두가 안 나서, 나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집으로 달렸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현관 앞에 서 계셨다.

[아버지! 큰 일이에요! 그 녀석이, 그 녀석이!]

 

그러나 아버지는 웃으며 [아무래도 무사히 끝난 모양이구나.] 라고 말하셨다.

[...네? ...뭐가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물었다.

 

[그 녀석의 이름이 뭔지 말할 수 있겠냐?]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뿐 아니라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도,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이 땅에 옛날부터 깃들어 있는 신 같은 것이다. 내가 금방 전 보았을 때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지. 아까 너에게 말할 때는 필사적으로 태연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자식 일이다 보니 부자연스러워지더구나. 그 신은 기본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너같이 바깥에서 마을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씌여버린단다.]

 

아버지는 계속 말했다.

[그 놈이 해를 끼치는 조건은 2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홀린 사람이 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이 마을 자체가 결계 같은 구조라더구나. 그래서 그 둘 중 하나를 하면 신이 다른 세계로 그 사람을 데려가 평생 친구로 삼는다는거야.]

아버지는 내가 신에게 홀렸다고 생각해서 광장으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신주에게 전화를 해서 의식의 준비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 신주 집안은 대대로 거기서 너처럼 홀린 사람들은 도와줬던다. 그 양반은 그걸 꽤 무서워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서 눈을 감고 의식을 했던 거군요.]

 

[그 신은 축제나 떠들썩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북이나 피리 소리를 내서 현혹시키는 거지.]

[그 기묘한 가면 쓴 사람들은 어디서 데려온 거에요?]

[가면을 쓴 사람들? 거기에는 신주 양반 한 명 뿐이었을텐데...]

 

나는 아버지에게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아마 그 가면을 쓴 자들은 놀러 나온 신을 데리러 온 거였을게다. 어찌 되었건 몰라도 좋은 일도 있지. 신주 양반에게는 비밀로 해두자꾸나. 아마 들으면 놀라 자빠질거야. 하하하...]

다음날 나는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친구] 를 만났던 마을 입구에는 작은 지장 보살이 놓여 있었다.

어제 그 일 탓이었을까?

왠지 지장 보살의 얼굴이 짓궂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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