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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32조회 수 605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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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침인가, 밤인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 방에서는 그것조차 알 수 없다.

어두운 눈을 한 채, 나는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떨군다.

 

[똑똑.]

[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식기가 부딪혀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나는 지난 2년간,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이 계기였다.

 

지금은 그 이유조차 떠올릴 수 없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들었던 것 같지만, 무슨 말이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방에 틀어 박혀 있기 시작했고, 이윽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끔 초조해질 때도 있지만, 솔직히 현실적인 위기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멍하니 눈 앞의 사실들만을 받아들이자 이렇게 되었다.

 

뒤에서 접시가 놓여지고 나서 몇 분 뒤, 나는 문을 열어 준비된 식사를 가져 왔다.

별로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매일 나를 위해서 어머니가 직접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그다지 식욕이 없지만, 남기지 않고 먹기로 했다.

 

집에 이렇게 박혀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내가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는 식사를 남기지 않고 먹는 것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집을 나서서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기분이 생기지 않는 것은, 이 어두운 방에서의 생활이 곧 나 자신의 본성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래, 나는 처음부터 이런 인간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음식 접시 옆에 신문을 두고 갔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단순한 신문이다.

어째서 두고 가신걸까?

 

설마 이것을 읽으라는 것일까.

신문은 읽어서 어디다 쓰라는 걸까?

어차피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스스로 검색하면 될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신문을 손에 들고, 별 생각 없이 대충 훑어 보았다.

원래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신문지를 펼치자 마른 종이와 잉크의 냄새가 난다.

 

이 방과는 다른 냄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마치 사회의 냄새 같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만원 전철에서 힘들어 하며 야근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바로 던져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대충 흥미가 있는 섹션만 읽어 보기로 했다.

다음날도 어머니는 신문을 놓고 가셨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매일 같이.

점차 나도 신문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어머니는 신문이 도착하자마자 그것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 덕에 나도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신문을 받아 가장 먼저 펼쳐보는 곳은 TV 편성표였다.

내 방에 TV는 없었지만 이렇게 오늘 어떤 프로그램이 하는지 보고 있으면 점점 요일이라는 것의 감각이 돌아온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자연스레 일어나고, 신문을 읽는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진짜 [사회인] 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문을 읽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점점 나의 생활은 규칙적으로 변해갔다.

 

밤을 새는 일도 줄어들었고, 아침이 되면 머리가 맑고 식욕도 생겼다.

식사를 하면 온 몸에 기운이 가득 차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인간은 원래 시간 감각에 따라 활동하는 생물이다.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하면, 자연히 심신의 기능이 돌아오는 것이다.

신문 안의 광고를 볼 때면, 내 안에서 조금씩 충동이 생겨 나곤 한다.

밖에, 나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 날은 평소와 달랐다.

뭐랄까, 명확하지 않은 동기에 자극을 받았다.

 

어머니가 현관을 나서고 잠시 뒤, 나는 방을 나와서 집을 맴돌았다.

거울을 보면 잔뜩 자란 머리카락과, 오랜만에 보는 내 얼굴이 있었다.

우선 대충 몸가짐을 정돈하고 나는 문고리에 손을 댔다.

 

햇빛에 눈이 따갑다.

신문 구멍에는 아직 꺼내지 않은 신문이 있다.

분명 오늘도 내 방에는 신문이 왔는데...?

 

날자를 보니 2005년 4월 8일 신문이다.

지금부터 2년 전인가?

대단히 낡은 신문이었다.

 

1면에는 자살 사건이 대문짝하게 실려 있다.

그리고 그 기사에, 내 시선이 박혔다.

[나카야마 시즈코(51), 사망.]

 

나카야마 시즈코...

어머니의 이름이다.

혹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었지만, 신문에 있는 사진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방에 돌아와서 나는 몇번이나 신문을 다시 읽었다.

하지만 몇 번을 봐도 거기 써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고, 신문을 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철컥.]

 

현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웅크렸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점점 그 소리는 커져서, 내 방 문 앞에서 멈췄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2달이 지났다.

신문이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일어나는 것은 여전하지만, 나는 이불 속에서 숨을 죽인다.

 

아직도 나는 이 동거인이 누구인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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