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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안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49조회 수 844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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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영감도 없고 지금까지 귀신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딱 한 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것은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5교시 때 갑자기 같은 반 남자아이 중 한 명이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왜 그러냐며 달려왔지만, 울고 있던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뒤 원인이 밝혀졌다.

 

그 아이를 중심으로 악취가 감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용변을 본 것 같았다.

[빨리 화장실에 다녀오렴.]

 

선생님은 아이를 걱정한 것인지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아이들은 [냄새 나!], [더러워!] 하고 소란이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놀려 먹기 딱 좋은 일이었으니, 교실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도저히 그런 비난들을 참지 못한 것인지 그 아이는 울면서 교실을 뛰쳐 나갔다.

 

당분간 교실은 시끄러웠지만, 선생님이 화를 내자 금새 조용해졌다.

수업을 재개하고 10분 정도가 지났지만, 화장실로 간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너희가 놀려대니까 교실로 돌아올 생각이 안 나는 거잖아. 화장실에 가서 사과하고 오렴.]

 

선생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한 남자 5명이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은 교실 바로 옆에 있었기에 안을 들여다 보았다.

2개 있는 칸 중 하나의 문이 잠겨 있기에, 당연히 그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이제 안 놀릴테니까 어서 나와.]

데리러 간 친구들이 각자 말했다.

 

몇 번이고 말해도 대답은 없었다.

점점 귀찮아졌지만, 그렇다고 교실에 데려오지 않을 수도 없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싫어!]

 

그러자 간신히 대답이 들렸다.

데리러 온 우리들은 [귀찮네...] 라고 한숨을 쉬며 계속 설득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까?

 

화장실 안에서는 또 대답이 없었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한 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했다.

한 명이 문 틈으로 천천히 걸쇠를 올리고, 그 사이 나머지 4명은 계속 설득을 했다.

 

그리고 걸쇠를 치우고 문을 연 순간, 우리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재래식 변기 양 옆에 슬리퍼가 한 짝씩 놓여 있었다.

 

우리들은 당분간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혹시 위쪽으로 다른 칸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도망친 것은 아닌지...

하지만 그 중 어느 곳에도 녀석은 없었다.

 

우리는 우선 교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 녀석이 화장실에서 조금 떨어진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 어디서 오는거야?]

 

[이 화장실에 있던 거 아니야?]

[체육관 화장실에 있었어...]

체육관은 교실과는 완전히 다른 건물이었고, 교실은 3층에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우리들 이상으로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네 목소리를 이 화장실에서 들었어. 안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문을 열었는데도 아무도 없었어...] 말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나도 체육관 화장실에서 너희가 계속 나오라고 하는 목소리를 들어서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어... 체육관 안에 아무도 없었길래 무서워서 돌아온거야.]

 

당분간 우리들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 후 화장실과 체육관에서 소리가 통하는지 여러번 시험해 봤지만 도저히 불가능했다.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불가사의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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