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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51조회 수 82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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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은 상당히 벽지여서 TV 전파가 끊길 때도 있고, 광케이블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버스도 1시간에 1대가 겨우 오는 시골이다.

하지만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나는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62년 전에 할아버지가 지으신 집이다.

그렇게 낡은 집이기 때문일까, 우리 집에는 정체 모를 것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내 방 앞을 왔다 갔다 하는 소복을 입은 여자라던가, 복도 끝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머리카락, 몇 번을 닫아도 잠시 후에는 반쯤 열려 있는 우물, 익사한 것 같은 사람의 뒷모습...

 

하지만 그런 이상한 것들 중에도 무서운 것과 무섭지 않은 것은 명확히 나눠진다.

익사한 사람의 모습은 몹시 무서웠지만, 방 앞을 지나가는 여자나 머리카락은 그닥 무섭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무서운 것을 넘어 기분이 가장 나빴던 체험이다.

 

그 사건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났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어느 날 밤, 나는 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목욕을 하게 되었다.

아마 새벽 1시 정도였을 것이다.

 

몸을 씻은 뒤 머리를 감았다.

눈을 감고 별 생각 없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등 뒤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기분 탓이라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계속 머리를 감았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우리 집에 나타나는 것들은 그리 무섭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것은 딱히 없기에, 그리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머리의 거품을 물로 씻어 내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거울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보였다.


다리.jpg [펌] 다리

 


내 1.5m 정도 뒤에 있는 10cm 정도 높이의 선반에 그것이 서 있었다.

검은 소년의 다리가 하나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거울로 보이는 것은 무릎에서 조금 위쪽까지여서 성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직감적으로 소년의 다리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리는 상처와 진흙 투성이였다.

나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울 속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다리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에 붙은 무수한 상처들이 곪기 시작하더니 구더기 같은 작은 벌레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역겨움을 참을 수 없어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거울 속의 다리가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살점과 피부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이었다.

평소 고어 영화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도저히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토했다.

욕실에 위액의 신 냄새가 풍겼지만, 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기 전까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토하는 것이 멈추자마자 다리가 있던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며 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그 다리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 뒤 할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더니, 할머니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옛날 이 근처는 석회암이 많이 나서 광산이 많았단다. 너희 할아버지도 광산에서 일을 하셨지. 그런데 할아버지 동료 중에 굴착용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서 죽은 사람이 있었어. 어쩌면 그 다리는 그 사람 다리일지도 모르겠구나...]

 

그 다리가 왜 내 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보게 된다면 부디 성불하기를 빌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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