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다리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51조회 수 828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상당히 벽지여서 TV 전파가 끊길 때도 있고, 광케이블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버스도 1시간에 1대가 겨우 오는 시골이다.

하지만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나는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62년 전에 할아버지가 지으신 집이다.

그렇게 낡은 집이기 때문일까, 우리 집에는 정체 모를 것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내 방 앞을 왔다 갔다 하는 소복을 입은 여자라던가, 복도 끝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머리카락, 몇 번을 닫아도 잠시 후에는 반쯤 열려 있는 우물, 익사한 것 같은 사람의 뒷모습...

 

하지만 그런 이상한 것들 중에도 무서운 것과 무섭지 않은 것은 명확히 나눠진다.

익사한 사람의 모습은 몹시 무서웠지만, 방 앞을 지나가는 여자나 머리카락은 그닥 무섭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무서운 것을 넘어 기분이 가장 나빴던 체험이다.

 

그 사건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났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어느 날 밤, 나는 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목욕을 하게 되었다.

아마 새벽 1시 정도였을 것이다.

 

몸을 씻은 뒤 머리를 감았다.

눈을 감고 별 생각 없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등 뒤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기분 탓이라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계속 머리를 감았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우리 집에 나타나는 것들은 그리 무섭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것은 딱히 없기에, 그리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머리의 거품을 물로 씻어 내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거울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보였다.


다리.jpg [펌] 다리

 


내 1.5m 정도 뒤에 있는 10cm 정도 높이의 선반에 그것이 서 있었다.

검은 소년의 다리가 하나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거울로 보이는 것은 무릎에서 조금 위쪽까지여서 성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직감적으로 소년의 다리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리는 상처와 진흙 투성이였다.

나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울 속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다리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에 붙은 무수한 상처들이 곪기 시작하더니 구더기 같은 작은 벌레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역겨움을 참을 수 없어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거울 속의 다리가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살점과 피부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이었다.

평소 고어 영화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도저히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토했다.

욕실에 위액의 신 냄새가 풍겼지만, 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기 전까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토하는 것이 멈추자마자 다리가 있던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며 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그 다리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 뒤 할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더니, 할머니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옛날 이 근처는 석회암이 많이 나서 광산이 많았단다. 너희 할아버지도 광산에서 일을 하셨지. 그런데 할아버지 동료 중에 굴착용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서 죽은 사람이 있었어. 어쩌면 그 다리는 그 사람 다리일지도 모르겠구나...]

 

그 다리가 왜 내 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보게 된다면 부디 성불하기를 빌어주어야겠다.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8472 실화 누구지..?2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839 1
8471 실화 가끔 들리는 그이름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299 1
8470 전설/설화 영덕에 유명한 폐가!!!(실화임)1 스사노웅 5023 1
8469 혐오 [혐]키즈카페 구더기사건을 분석해본 DC곤충갤러5 아리가리똥 1917 1
8468 실화 원한령과의 동거, 한 맺힌 여자 귀신2 title: 메딕제임스오디 490 1
8467 실화 아궁이 물귀신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948 1
8466 기묘한 [기묘한 이야기] 새벽2시의 초인종5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529 1
8465 실화 죽은 친구가 옆에 있어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087 1
8464 실화 디씨레전드 조기괴담2 title: 하트햄찌녀 3875 1
8463 전설/설화 유령선의 전설1 돈들어손내놔 91 1
8462 실화 살면서 겪고 들은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들3탄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143 1
8461 실화 울고 있는 아줌마1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850 1
8460 전설/설화 조선시대 괴담 염매(魘魅)1 익명할거임 646 1
8459 2CH 아케미3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2 1
8458 실화 군대에서 겪은일1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870 1
8457 실화 귀신과 함께 살고있는 나 15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838 1
8456 실화 누나에게 들은 누나 친구 새엄마이야기3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883 1
8455 미스테리 지구상에서 가장 미스테리한곳. [51구역]4 형슈뉴 1591 1
8454 실화 친구와 여자아이.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835 1
8453 실화 이상한 타로카드집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942 1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