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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코짱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5.08 11:32조회 수 87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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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있어 

 

희망에 가득 찬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지만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어쩐지 불안해서 진정이 안 된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고요한 잠이 손짓하는 계절이다.

 

한밤중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천장을 바라볼 때,

 

혹은 이렇게 마루에 앉아서 벚꽃이 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괜스레 옛날 일이 떠오른다.

 

무심코 저편 공기에 맞추어 숨을 쉬고 있다.

 

위험하다고 깨닫고 이성을 찾자 심하게 소모된 나 자신을 발견한다.

 

 

 

 

 

 

 

 

 

 

 

 

 

 

 

 

 

분명 토시코쨩, 이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 외가는 도쿄 변두리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했고,

 

다이쇼 시절에는 황국에도 생선을 진상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게 구조는 그리 크지 않다.

 

1층이 점포, 2층이 주거지로 되어 있으며 그 위에 또 3층이 있었다.

 

3층이라고 해도 이불을 넣어두는 창고와 2평 반쯤 되는 작은 방이 하나 있을 뿐이다.

 

토시코쨩은 전쟁 전에 그 방에서 살며 일을 하던 도우미였다.

 

본가에는 가족도 많았기에 딱히 도우미를 들일 필요도 없었지만

 

지인이 간절하게 부탁하여 맡게 되었다고 들었다.

 

태어난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어디든 도쿄에서는 상당히 먼 곳이지 않을까.

 

다들 토시코쨩, 혹은 토시쨩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나이는 그 당시 벌써 40살을 넘었었다고 했다.

 

장애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지능이 떨어지고, 입도 불편했다.

 

매년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는데 무엇이 그리 기쁜지 

 

언제나 생글생글 웃으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 요리와 술병을 나르는 등, 바쁘게 일하였다.

 

하지만 토시코쨩이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거나, 

 

어른들 얘기에 질린 우리와 같이 놀았던 기억은 없다.

 

 

 

 

 

 

 

 

 

 

 

 

 

 

 

 

 

 

 

 

내가 8살인가 9살쯤이지 않았을까.

 

토시코쨩이 죽었다.

 

3일 정도 앓아눕는가 싶더니 

 

30분 정도 신음하고 괴로워한 끝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장례식에는 어머니만 갔다.

 

유골은 고향에 가져 간 건지, 아니면 고향에서 누가 가지러 온 건지,

 

여하튼 본가 공동묘지에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1년쯤 지나, 그날은 봄 *피안 때는 아니었지만 

 

나도 어머니와 함께 갔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피안 : 춘분이나 추분의 전후 각 3일간을 합한 7일간

 

 

 

 

 

나는 어머니 옆에 앉아 이모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차려진 초밥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도중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복도 끝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있었던 것 같다.

 

메이지 초기에 세워진 상당히 오래된 집이라서 

 

복도는 좁고 어두우며 바닥은 황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볼일을 다 본 후 다시 복도 끝까지 돌아가면, 정면에 좁고 어두운 계단이 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상당히 가파르고 불이 달려 있는건지 달려있지 않은 건지,

 

맨 위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반보다 조금 높은 곳에 토시코쨩이 서 있었다.

 

평소처럼 그 생글거리는 얼굴로 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무섭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아직 3층에 올라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옛날부터 어쩐지 올라가선 안 되는 분위기가 감돌았던 것 같다.

 

호기심을 먼저 느낀 건지 나는 한 계단 위에 발을 얹었다.

 

 

 

[가면 안 돼!]

 

 

 

그때 나를 꾸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증조할머니가 서 있었다.

 

상당히 장수한 분으로 99살까지 사셨다. 

 

이때는 80살쯤 되셨지 않았을까.

 

남편을 일찍 여의고 여자 혼자 힘으로 가게를 번성시킨 매우 다부지고 엄한 분이기도 했다.

 

그 사람도 얼른 이리로 오라며 내게 손짓을 했다.

 

다시 계단을 올려다보니 역시 증조할머니만은 무서운지 

 

토시코쨩은 내게 등을 보이고 천천히 어두운 3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 모습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증조할머니는 내 옆, 계단 밑까지 오시더니 

 

무서운 얼굴로 

 

 

 

 

그렇게 잘해줬건만, 장난을 치지 말거라. 

 

 

 

 

위를 향해 이런 뜻을 담은 말을 하셨다.

 

 

나중에 이모가 얘기하길,

 

본가에는 남자 사촌이 세 명 사는데 셋 다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어른들이 있을 땐 나타나지 않는다던가.

 

만약에 그대로 3층으로 올라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3층에는 뭐가 있었을까, 끝내 알지 못한 채

 

외갓집은 어느새 콘크리트 2세대 주택으로 개축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증조할머니도 이모도 이미 저세상 사람이다.

 

봄은 저세상과 이세상의 경계가 조금 애매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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