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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온천 여관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5.08 11:34조회 수 1319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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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현 어느 온천마을에 갔을 때 이야기다.

 

여자친구네 집에 큰 제사가 있다길래, 온천여행도 할 겸 따라가기로 했다.

 

근처에 어느 온천마을이 있었거든.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히다보니 숙소도 겨우 잡았다.

 

저녁과 아침 식사를 합해서 1박에 26,000엔.

 

인터넷으로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간 거라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안내 받은 방은 뜻밖에도 크고 훌륭한 곳이라 깜짝 놀랐다.

 

 

 

거실이 다다미 12장 넓이에, 따로 문으로 구별된 다다미 8장 넓이 침실도 있었다.

 

방에 딸려있는 목욕탕도 노송나무 욕조로 된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엄청 싸게 잡았다. 방도 고풍스럽고 위엄 있어서 멋있는데!]

 

 

 

우리는 당장 대욕장으로 달려가 한가히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어 저녁식사가 나왔다.

 

방으로 대령된 식사는 무척이나 호화스러웠다.

 

 

 

신선한 생선회에 소고기 철판구이, 곁들여서 술도 몇병 나왔다.

 

[여기 진짜 좋다. 완전 좋은 방을 잡았어. 대성공이네.]

 

둘이서 신나서 연회를 벌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 둘이서 욕조에 들어가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방문 안쪽 침실로 들어가, 늘어선 이불에 누워 불을 끈 채 TV를 봤다.

 

그러는 사이 여자친구도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졌고, 나도 TV를 보다 어느샌가 잠들고 말았다.

 

 

 

문득 눈을 떴다.

 

아마 한밤 중이리라.

 

문 창호지를 통해 어스름한 달빛이 비칠 뿐, 주변은 거의 어둠 속이다.

 

 

 

어라?

 

꺼짐 예약을 해뒀던 것도 아닌데, TV가 꺼져 있었다.

 

여자친구가 끈 걸까?

 

 

 

지금 몇시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머리맡을 더듬었다.

 

무슨 소리일까, [훅, 훅!] 하고 거친 숨결 같은 게 들렸다.

 

 

 

여자친구가 코라도 고는 걸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집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2시 조금 넘은 무렵이었다.

 

아직 잘 때구나 생각하며, 휴대폰에 비친 여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자친구는 일어나 있었다.

 

휴대폰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 얼굴.

 

눈을 부릅뜬 채, 이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아까 그 거친 숨결은 이 사이로 샌 그녀의 숨소리였다.

 

나는 여자친구가 왜 그러나 싶어, 패닉에 빠졌다.

 

겨우 [괜찮아? 왜 그래?] 하고 말을 걸려 하는데, 여자친구가 움직였다.

 

 

 

얼굴은 나를 바라보는 채,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목만 천천히 그쪽으로 돌려보니, 어느새 문이 열려 있었다.

 

거실이 더 안쪽에 있기에, 문 너머는 더욱 어두웠다.

 

 

 

여자친구가 가리킨 쪽으로 휴대폰 불빛을 비추자, 천장에서 유카타 띠 같은 게 고리 형태를 하고 드리워져 있었다.

 

이게 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머릿 속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따라가지 못해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여전히 눈을 번뜩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 그대로, 입만 움직여 말하기 시작했다.

 

작은 목소리로.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나는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잠시 뒤, 희미하게 들리는 아침방송 진행자 목소리에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몹시 두려웠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꿈 같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고, 천장에는 띠도 드리워 있지 않았다.

 

TV도 그대로 켜져 있고.

 

 

 

역시 꿈이겠지.

 

여자친구는 아직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잔뜩 구겨진 채다.

 

 

 

나는 여자친구를 흔들어 깨웠다.

 

화들짝 일어난 여자친구는, 두려움과 불신이 섞인 듯한 시선으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왜 그래? 괜찮아?] 하고 묻자, 조심스레 여자친구는 입을 열었다.

 

 

 

[어젯밤, 너무 무섭고 이상한 꿈을 꿨어...]

 

밤중에 문득 눈을 떴더니 내가 없더란다.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켜봤더니, 어두운 방 안, 내가 천장에서 드리운 띠에 목을 걸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목을 맬 준비를 하듯.

 

여자친구가 놀라서 [뭐하는거야?] 라고 물었더니, 내가 쓱 돌아보며 말하더란다.

 

[봐, 준비 다 됐어. 이걸 쓰면 돼.]

 

 

 

그 말을 듣고 나는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하지만 굳이 내 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둘이서 같은 꿈을 꾸었다는 걸 알면, 뭔가 주술적인 힘이 작용해 그게 진짜 일어나기라도 할까봐 두려웠으니까.

 

 

 

여자친구를 애써 달래고, 일단 아침식사를 하러 방을 나섰다.

 

둘 다 이상한 꿈 때문에 입맛이 없어 깨작대다 식당을 나섰다.

 

나는 도중에 카운터에 들러 물었다.

 

 

 

[실례지만 저희가 묵는 방에서 누가 목 매달아 자살한 적 있지 않습니까?]

 

종업원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았지만, 체크 아웃 때 확인해보니 숙박료가 6,000엔 깎여 있었다.

 

여러분도 시즈오카현 온천마을을 찾을 때, 멋진 방으로 안내 받으면 억지로 자살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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