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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11년전 그 편의점에서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4.03 08:24조회 수 1536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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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코끝이 시린 추위가 느껴지는 
 시기가 되면 늘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1년전 제가 야간알바를 하던 여대생 때의 일입니다.

 


그 편의점은 늘 손님이 많았다. 
건물 지하나 바로 옆건물이 나이트나 단란주점이라 
 새벽 4-5시전까진 정신없이 바빴다. 
그날 역시 5시 넘어서야 조금 한가해져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아주머니 
 두명이 들어왔다.

지금도 눈감으면 떠오르는 강렬한 의상. 
핑크색 비닐 점퍼에 쫙 달라붙는 얼룩무늬 쫄바지.
다른 한분도 비슷한 의상이라 난 한눈에 알아봤다.

 '아줌마 두 명이 카바레 가려고 벼르셨군.'

하지만 지친 표정에 두 사람은 헌팅이 잘 안되었는지 
 눈쌀을 찌푸리며 던힐 두갑을 주문했다. 지폐를 주는 
 손에선 짙은 화장품 냄새와 술 냄새, 담배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4천원입니다."

잔돈을 받아든 아주머니 두명은 한 갑씩 나누더니 
 어두운 길거리로 나섰고 마치 두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서있던 흰색 소나타 택시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원래 저 위치엔 택시가 잘 안서는데 
 일행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그렇게 몇주가 흘렀을까. 
출근해서 앞치마 입고 인수받고 있는데 못보던
 전단지가 매대앞에 있었다. 경찰서에서 보낸 
 공문 같았다.

 "이게 뭐야?"
 "아, 언니. 아까 경찰분들이 신원미상 시신인데 
 목격자 찾는다고 붙혀달래요. 근데 좀 징그러워서.."
 "음?"

전단지엔 화성에서 발견된 사체 한구인데 지갑과 
 신분증이 없어 택시 강도 피해자로 추정되나

신원을 알 수 없다는 간략한 문구와 함께 시신의

얼굴, 옆모습 그리고 입고있던 옷사진이 나란히 있었다.

 "헉..."

얼굴은 누구에게 맞은듯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부어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옷 만큼은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흙이 잔뜩 묻어있는 분홍 점퍼와
 얼룩말무늬 쫄바지... 그 아줌마였다.

순간 머리가 뭐에 맞은듯 어지러워지면서 속이 미식거려서

그 자리에 덜썩 주저앉아버렸다. 
전단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택시 강도가 의심스럽다면
 내가 봤던 그 흰색 소나타가 그 범인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몸이 너무 떨려왔다.

결국 며칠 후 경찰에 신고했고 그 날 일을 다 털어놨지만
 시간이 지나 너무 지나 이미 그 날 편의점 cctv 영상은

삭제된지 오래였고

(주인이 구두쇠라 테잎 3개를 돌아가면서 녹화를 했었다)

내가 택시 번호를 기억 못하는 이상

더 이상의 단서는 찾기 힘들거 같다는 내용만 들었다.

결국 미제로 끝났단 얘기를 듣고 난 알바를 그만뒀다.

학업 문제로 둘러댔지만 사실은

만약 그날 택시 번호라도 봤다면 억울한 아줌마의 
 한을 풀수 있을지도 몰랐을텐데라는 죄책감과


 어쩌면 범인이 내가 이 곳에 일하면서 자신을
 봤다고 착각, 해코지할 수도 있겠다라는 무서움
 때문에 더이상 그 곳에서 일 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1년이 흘러 이젠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가끔 난 꿈을 꾸곤 한다.


그 날, 담밸 사고 나가는 두 아줌마를 
 밖에 택시가 이상하니 다른거 타고 가시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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