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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마시면 힘이 강해지는 신비의 샘물

title: 메딕셱스피어2018.05.10 15:41조회 수 1638추천 수 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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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한 샘물에 얽힌 전설들은 많습니다.
16세기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한창 탐험하고 다녔던 시절, 지금의 미국 플로리다에는 샘의 물을 마시면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된다는 ‘청춘의 샘’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마시는 사람의 힘이 평소 때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샘물에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들이 전해져 옵니다.

 

먼저 소개할 경상남도 통영시(統營市)에서는 장군수(將軍水)라는 샘물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통영시 현금산(顯錦山)의 절인 천택사(天澤寺)에는 '장군수'라고 불렸던 샘물이 있었는데, 천택사의 승려들은 이 샘물을 마시고 바닷가에서 천택사까지 쌀이 든 가마니를 겨드랑이 양 옆에 낀 채로 달려갈 정도로 힘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힘이 강해진 승려들이 불도(佛道)를 닦고 수양을 할 생각은 안 하고, 천택사 주변 마을들에 나타나서 백성들을 상대로 “우리한테 돈을 바치든가, 아니면 술과 음식이라도 내놔라!”는 식으로 윽박질렀으며, 백성들이 그 요구를 거부하면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걷어차 백성들을 다치게 하거나 집을 부수는 식의 난폭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었습니다.
 

 

승려들의 횡포에 화가 난 백성들이 관아에 연락을 해서 포졸들을 데려와도 승려들의 힘이 워낙 강해서 활과 창과 칼 같은 무기를 갖춘 포졸들조차 승려들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도망쳐 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장군수를 마시고 강한 힘을 가진 승려들은 백성들을 못살게 굴고 공권력마저 우습게 여기면서 마음껏 날뛰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승려들의 난폭함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마을을 들른 어느 도사한테 백성들이 찾아가 “천택사의 못된 승려들한테 벌을 내려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고, 도사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천택사의 승려들은 도사가 왔다는 소문을 접하고는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도사한테 “당신은 도사이니 풍수지리(風水地理)를 알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렇다면 천택사의 풍수지리도 한 번 봐주시오. 어떻게 풍수지리를 해야 천택사가 예전보다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도사는 백성들을 통해 천택사의 승려들이 얼마나 못된 짓을 일삼는 자들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뻔뻔스러운 부탁을 듣고 무척 괘씸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천택사 승려들을 응징할 수 있기에, 그들한테 “현금산 서쪽 고개를 깊이 파헤치면 천택사로 들어가는 땅의 기운이 강해져서 앞으로 천택사와 여러분은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라고 속였습니다.
천택사의 승려들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서 도사한테 많은 돈을 주었고, 도사는 황급히 마을에서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도사의 말을 그대로 믿은 천택사의 승려들은 산 서쪽 고개를 사흘 동안 계속 파헤쳤는데, 사흘이 되던 날 갑자기 땅속에서 사람의 피 같은 시뻘건 물이 높이 터져 나오더니 장군수가 말라버렸고, 사람을 쏘는 해충인 빈대들이 갑자기 천택사를 가득 메울 만큼 창궐하였습니다.
 

 

제아무리 힘이 센 승려들도 끝없이 불어나며 사람을 쏘아대어 아프게 하는 빈대들에게는 당할 수가 없어서, 결국 절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천택사 승려들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경상북도 영덕군(盈德郡)에 전해 내려오는 장군수 전설도 천택사의 전설과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옛날 조선 시대에 영덕군에는 위장사(葦長寺)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의 뒤편에는 천택사처럼 장군수라는 샘물이 있었는데, 위장사의 승려인 ‘가개도치’는 그 장군수를 매일 마시고 힘이 강해져서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못된 짓을 일삼았는데, 정담(鄭湛 ?~1592년)이라는 장군이 가개도치의 포악함을 미워하여 자기도 장군수를 마시고 힘을 길러서 가개도치와 싸우다가 그가 휘두르는 철퇴를 빼앗아 가개도치를 때려 죽였다고 합니다.

 

저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조선 시대의 야담집인 파수록(罷睡錄)에서도 장군수와 비슷한 샘물이 나옵니다.
경상남도 합천군의 해인사(海印寺)에는 가라암(伽羅菴)이라는 암자가 딸려 있었는데, 그 가라암에는 샘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해인사의 승려 한 명이 그 가라암의 샘물을 10년 동안 마시자 힘이 어찌나 강해졌는지 한 번에 3만 근(斤 1.8톤)의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들어 올렸으며, 화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승려는 자신의 힘을 믿고 강도가 되어 온갖 행패를 일삼다가, 어느 선비한테 붙잡혀 두 귀가 찢어지는 벌을 받고는 그 후로 마음을 고쳐먹고 더 이상 횡포를 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웡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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