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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심야의 주유소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8.05.25 13:08조회 수 1160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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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나는 24시간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주유소는 손님이 직접 기름을 넣은 후, 영수증을 가져오면 사무실에서 정산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심야에는 두 명이 같이 일을 하는데, 한 명은 아르바이트생이고 다른 한 명은 주유소 사장 부부가 하루씩 교대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사장네 집은 주유소 맞은편에 있어서, 한밤 중에는 사실 집에 들어가 자는 일이 많았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심야에는 나 혼자 주유소를 보는 셈이었습니다.

 

그 동네는 한밤 중이 되면 폭주족들이 몰려오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밤 중 주유소를 찾는 손님들은 대개 남자 혼자 스포츠카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밤 중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기에, 나는 사무실에 앉아 대학 논문을 쓰며 시간을 때우곤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주 가량 지났을 무렵, 한 남자 손님이 왔습니다.

 

 

 

그 남자는 우리 주유소 단골로,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호리호리한 사람이었습니다.

 

매번 같은 푸른 스포츠카를 타고 오곤 했죠.

 

나는 별 생각없이 주유하고 있는 남자를 사무실 창문 너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갑자기 자기 목 뒤를 왼손으로 벅벅 긁기 시작했습니다.

 

10초 정도 지나자 긁는 것도 멈췄지만, 주유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 남자가 사무실로 오자 아까 전처럼 목 뒤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모기라도 물렸나 싶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금발의 20대 남자가 왔습니다.

 

이 남자도 심야 단골로, 튜닝한 흰 스포츠카를 타고 다닙니다.

 

그야말로 폭주족의 전형이라고 할 느낌이었죠.

 

 

 

남자가 주유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 사람도 어제 왔던 남자처럼 가끔 목 뒤를 긁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 날부터 나는 웬지 신경이 쓰여, 손님이 올 때마다 손님의 행동을 섬세하게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목 뒤를 긁는 건 폭주족 남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다만 알아차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하루하루 시간만 흘렀지만요.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1주일 정도를 남겨 둔 어느밤, 나는 무서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밤 역시, 단골인 30대 남성이 푸른 스포츠카를 타고 주유를 하러 온 터였습니다.

 

나는 논문도 다 썼겠다, 딱히 할 것도 없어 평상시엔 눈길도 안 주던 CCTV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주유기마다 하나씩 달려 있고, 손님이 주유기를 조작하면 얼굴 정면을 비스듬이 비추는 형태였습니다.

 

나는 남자가 찍히고 있는 CC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모니터에는 남자의 정면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어깨 뒤에, 축구볼 정도 크기의 검고 둥근 덩어리 같은 게 찍히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긴 머리를 한 여자의 얼굴이었습니다.

 

 

 

여자는 공허한 눈을 한 채, 입을 헤벌레 반쯤 벌리고 있었습니다.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 얼굴입니다.

 

그런 꼴을 한 채 남자 어깨 뒤에 찰싹 붙어 있는 것입니다.

 

 

 

남자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유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여자는 남자 목 뒤로 얼굴을 가져가더니 입을 모아 입김을 내뿜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자기 목 뒤를 오른손으로 긁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조금씩 진동시켜 낄낄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었습니다.

 

나는 이전에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가 이것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몸을 감싸는 공포에 벌벌 떨었습니다.

 

 

 

한동안 나는 못이 박힌 듯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무실 입구 자동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는 차임벨이 울리고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 남자가 계산을 하러 이리로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남자의 어깨를 유심히 봤지만,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못 봤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계산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거스름돈을 꺼내려는 순간, 남자는 다시 자기 목 뒤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저기 있구나, 있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저 남자 어깨에 여자 얼굴이 붙어 있는거야! 그리고 지금도 낄낄대며 웃고 있는거야!]

 

나는 마음 속으로 절규했습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남자는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계산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 주유소를 떠났습니다.

 

남자가 주유소를 떠난 후에도, 나는 여자의 기분 나쁜 미소가 계속 생각나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벌벌 떨면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차마 CCTV 모니터를 볼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아침까지 다른 손님은 오지 않았기에, 아무 일 없이 날이 밝았습니다.

 

그 후 나는 남아있는 일정 내내 병을 핑계로 일을 쉬었고,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그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습니다.

 

 

 

 

출처 : http://vkepitaph.tistory.com/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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