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공포카페 망년회에서

title: 잉여킹냠냠냠냠2018.07.13 18:37조회 수 901댓글 2

    • 글자 크기


"어이, 김형민씨. 그 망년회 준비는 다 되가는 거야?"

형민이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차과장이 급하게 물었다.

"예? 어떤 망년회요?"

차과장의 말을 잘 못알아 들어 다시 묻는 형민에게 혀를 끌끌차며 대답
했다.

"어이구, 저렇게 정신없는 사람이 무슨 이벤트 회사 기획을 담당한다고.. 
기억안나? 그제 내가 맡긴 '공포클럽' 망년회 행사 준비 말이야."

형민은 그제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았다. 형민의 회사는 각종 이벤
트를 기획하고 행사 준비를 하는 회사인데 요즈음 같이 연말이 되면 각
종 모임에서 망년회 행사를 준비해 달라는 일거리가 많이 들어오는 터
였다.

그중에 '공포클럽'이라는 무슨 통신 동호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12월 31
일 자정에 망년회를 기획해달라고 주문을 한 것이었다. 듣기로는 그 '공
포클럽'이 생긴 후 매년 같은 날에 있는 정기모임 겸 망년회라는 것이었
다.

"아하. 그 건은 준비 다 됐어요. 그 동호회 시삽이 말한 그 별장에 음산
하고 괴기스럽게 실내 장식도 끝냈구요..."
"그래? 그럼 다행이구만. 여러번 e-mail로 연락이 왔었거든? 행사에 차
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이야."

형민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과장님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준비했으니까요. 이따가 그 동호
회 시삽이 e-mail로 진행 스케줄을 보낸다고 했으니 제가 그곳에 가서 
원하는 대로 마무리만하면 끝난다고요."
"알았어. 그럼, 그 건은 자네가 알아서 하고... 어이, 이대리!"

차과장은 예의 그러듯 혼자 바쁜 척 하며 사무실을 누볐다. 형민은 
자신의 책상에 앉으며 습관적으로 통신에 접속을 했다. 요즈음 형민은 
자신의 회사 광고를 주로 통신상에서 하기 때문에 통신을 하는 횟수가 
많았다.

"어디... 또 다른 행사를 의뢰한 사람이 있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자 수신된 메일이 1통 있었다. 형민은 무심코 
클릭을 해서 편지를 읽었다.


[김형민씨께...

당신이 오늘 '공포클럽' 망년회 행사를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점에 관해 몇가지 알려 드릴 것이 있어 편지를 보냅니다.

'공포클럽'이라는 동호회는 명칭만 그럴 뿐 사실 무서운 단체랍니다. 
'공포'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고마는 동호회인데... 회원들 
상호간에 얼굴은 물론 직업도 모를뿐더러 그 동호회 회원들은 인육을 
즐겨 먹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대화방에서 그들과 채팅시 너무나도 끔찍한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생략
하고요....)

저도 멋모르고 그 통신 동호회에 들었다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얼마전
에 탈퇴를 했습니다... 어쨌든... 제 정보에 의하면 오늘 망년회는 그들
의 평소 지론대로 살아있는 사람 한명을 제물로 쓸 예정이랍니다. 
모쪼록 몸 조심하시기를......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설마.."

형민은 깜짝 놀라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을 가느다랗게 떨었다.

"왜 그래? 형민아?"

한참을 멍하니 있는 형민의 어깨를 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상규가 다가
와 다정히 치며 물었다.

"아... 아니 이것 좀 읽어봐."
"뭔데?"

상규가 허리를 숙여 모니터를 보려는 순간 컴퓨터가 다운이 되었다. 형
민은 다급히 컴퓨터를 재부팅하고는 다시 통신에 접속을 했다. 그러나 
잠시 전 자신이 본 메일은 지워지고 없었다.

"젠장... 저장을 하지 않아 날라가 버렸나 본데?"
"도대체 무슨 편지였는데 그래?"

형민은 대충 자신이 받은 메일을 설명해 주고는 물었다.

"상규야. 너도 통신을 많이 하니까... 묻겠는데... 혹시 알아? '공포클럽'
이라는 동호회가 뭐하는 곳인지?"

상규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글쎄... 나는 워낙 그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한번 통신으로 들어가봐. 
게시판 같은 데를 살펴 보면 대충 알 수 있잖아?"
"흠... 그렇구나."

형민과 상규는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검색을 해서 '공포클럽'의 주소
를 알아냈다. 'go'명령어를 치고 잠시 기다리자 하얗게 해골화면이 뜨고 
잠시 후 여러 게시판이 나타났다.

그러나 어디를 들어가려해도 '회원이 아닌 분은 가입 후 이용'하라는 말
만 뜰 뿐 아무 곳에서도 본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제길... 들어가지질 않잖아?"

상규는 잔뜩 긴장한 형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얘기했다.

"형민아. 너무 신경 쓰지마. 장난 메일일 수도 있잖아. 요새 세상에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그런 모임이 있겠니?"
"하지만... 기분이 좀...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고 차과장에게 말할까?"
"글쎄... 나도 그런 메일을 받으면 찜찜하긴 하겠다만... 어쩔 수 있니?
네가 그 행사를 안한다면 차과장이 펄펄 뛸텐데..."

형민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제길... 요새 같이 바쁜 때에 한적한 곳에서 일 핑계대고 하루 신나게 
공짜로 놀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상규가 싱긋이 웃었다.

"정 뭐하면 이따가 내가 같이 가줄까? 오늘 나 일이 없는데..."
"그럴래? 네가 같이 가면 나야 좋지..."

밝아지는 형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규가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해가 저문지는 오래 되었고 12월의 그믐달이 밤하늘 높이 떴다.
간간히 밤새의 지저귐이 들려왔고 스산한 겨울 밤바람이 열려진 차의
창문 사이로 불어 들어왔다.

"어디야? 그곳이?"

침착하게 차를 운전하는 형민에게 상규가 물었다.

"다 와가. 저기 산 모퉁이를 돌아서 한 십분 쯤 산으로 올라가면 별장
이 있거든? 거기야."

상규는 형민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너 아까보다 얼굴이 더 어두워 졌는데... 왜 그래?"

형민은 달리던 차를 잠시 멈추더니 품속에서 프린트 된 종이를 꺼내 
상규에게 건냈다.

"뭐야? 이게?"
"출발하기 조금 전에 내게 메일로 온 오늘 스케줄이야."

상규는 실내등을 켜더니 그 종이를 읽었다.


[김형민씨께...

오늘 있을 행사의 스케줄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질이 없게 만반의 준비
를 바랍니다.

1. 개 회 사
2. 회원들 출석 확인.
- 회원들은 신상의 비밀을 위해 가면을 쓰고 입장
3. '공포클럽' 정기 회의
- 탈퇴회원에 관한 단죄 규정 마련
4. '공포클럽' 이벤트
- 활동이 저조한 회원들의 처벌
5. 만 찬
- 평소에 맛보지 못했던 음식의 향연
6. 폐 회 사

'공포클럽' 운영진 올림]


"그런데... 뭐 특별한 얘기는 없잖아?"
"단순히 그냥 보아 넘기면 그렇긴 한데... 씌어진 내용대로 정말로 
한다면 끔찍하지 않아? 무슨 동호회에서 '단죄'니 '처벌'이니 이런 말을
쓰고... 더구나 '만찬'에 나올 음식이 어떤 건지... 정말로 내게 온 메일
처럼 인육이라면..."

상규는 너털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형민아, 네가 너무 예민해져 있는 것 같아. 나는 이 메일을 보니까 조금 
안심이 되는 걸? 뻔해... 아마도 젊은 애들 몇몇이서 만든 동호회야. 
그냥 장난식으로 이러는 거라구. 괜히 이런 단어를 쓰면 무서울까 하고... 
후. 후. 후."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형민은 아직도 기분이 좋지 않아 씁쓸하게 말하며 다시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저기야. 보이지? 빨간 등불로 치장한 통나무 집."
"응, 보이는데? 저거... 네가 장식한 거니?"
"내부 장식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했고..."

형민은 별장의 너른 마당에 차를 주차시키고는 뒷자리에서 가면을 하나
꺼내 상규에게 주었다.

"이게 뭐냐?"
"아까 못 봤어? 오늘 너는 초대를 받은게 아니니... 너도 회원처럼 가면
을 쓰고 들어가야 한다고. 마침 서로들 얼굴은 모르는 것 같으니 잘된 
일이지."
"아니, 출석을 확인한다며?"
"전부 다 오지는 않을 거 아냐? 한두명이라도 빠지겠지. 출석을 확인할 
때 오늘 여기 안 온 사람의 이름을 빌려 네가 그 사람이라고 하란 말이
야."

상규는 심드렁히 웃으며 말했다.

"짜식, 많이도 생각했구나. 머리가 잘 도는데?"

상규는 아무말 없이 가면을 쓰고는 주위를 살피며 차에서 내렸다.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넌 이 모임 회원처럼 정각에 들어와. 아직 
한 삼십분은 남았으니..."
"알았어. 이거 재미있겠는 걸?"

형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 상규는 별장 옆의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가 시간이 흐른 후 가면을 쓴 회원들이 나타나 
하나, 둘 문으로 들어가자 태연하게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별장 안은 형민이 꽤 신경을 쓴 듯 그야말로 무서운 장식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중세 시대에서나 볼 수 있던 커다랗고 까만 
양철 냄비가 벽난로에서 걸려 있었고 벽에는 온통 시체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그리고 천장에는 찢어지고 일그러진 귀신 모양의 인형들도 메달려 있었
으며 바닥에는 일부러 그랬는지 미끌미끌한 액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잠시후 벽난로 옆에 있는 낡은 괘종 시계가 12시를 알리는 종을 치자 
20여명정도 모여 있던 회원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형민이는 어디 있는 거지?'

상규가 눈에 힘을 주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형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
다. 다만 가면을 쓴 회원들만이 음침한 눈빛으로 멀뚱히 서 있을 뿐이
었다.

'혹시... 형민이도 가면을 썼나?'

목을 길게 빼고 중얼거리는데 그중 덩치가 큰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가
며 박수를 두어번 치고는 말했다.

"자, 지금부터 '공포클럽'의 정기모임 겸 망년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
다. 일단 모여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요... 흠, 이제부터 출석을
확인할테니... 설마 회원이 아니신 분이 이곳에 계시지는 않겠죠?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가십시오. 거짓말을 했다가는 처절한 응징이 있을
테니..."

가면을 쓴 사람들은 서로서로 마주 보았다. 상규는 속으로 뜨끔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

"자, 그럼 출석을 부르도록 하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조용히 손만 
드십시오."

덩치가 큰 남자가 천천히 호명을 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묵묵히 손을 들
었다. 상규는 오지 않은 회원을 호명할 때를 기다렸다.

"진한... 진한님 안오셨나요?"

몇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상규는 이때다 싶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덩
치 큰 남자는 매서운 눈초리로 상규를 노려보다가 이죽거렸다.

"진한님... 빨리 손을 드셔야죠. 경고 한번입니다."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보통 모임에서라면 웃음이 튀어나올 법한 내
용이었는데 이곳은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상규는 다시 한번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자, 대충 호명이 끝났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죠. 원래는 정기회의가 
먼저였지만 아무래도 오늘 만찬의 재료를 보여드리고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어... 자, 오늘 만찬의 재료는..."

덩치가 큰 남자는 말을 하며 어두운 구석으로 다가가 하얀천에 쌓인 휠
체어를 밀고 나왔다.

"자, 오늘 이 행사를 준비하셨던 분인데... 마지막으로 만찬의 재료가 
되주셨습니다."

덩치가 큰 남자가 흰천을 '휙'하고 벗기자 온 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형민이가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싱긋이
웃더니 능숙한 솜씨로, 옆에 놓인 커다란 도끼를 높이 쳐들어 형민을 
향해 내리쳤다.

"읍...!!!"

잠시 후 가슴에 커다란 도끼가 꽂힌 형민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오~~"
"대단해..."
"맛있겠는 걸?"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다. 상규는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으
며 중얼거렸다.

'세... 세상에... 진짜로 형민의 말대로... 이거 어쩌지? 이런...'

그곳에 모인 회원들은 온통 죽어가는 형민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도망가야되.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이들은 미쳤어. 어서 도망을 
가서... 신고를...'

상규는 옆자리에 모인 회원들을 둘러보며 눈치를 살폈다. 마침 그들은 
신음 소리를 내는 형민에게만 관심을 보일 뿐 아무도 상규에게는 신경
을 쓰지 않았다. 상규는 뒷걸음으로 별장의 문쪽으로 가더니 슬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냅다 달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산속을 달려 내려가다가 문득 두고 온 형민이 생각이 났다. 
지금쯤이면 그들의 입속으로 들어갔을 걸 생각하니 왠지 모를 허탈함과
무능한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그때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아, 그래... 핸드폰! 이걸로 신고하면 될 것을 가지고... 그나저나 이
밤중에 누가 전화를..."

상규가 천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플립을 열고는 떨리는 목소리
로 말했다.

"여... 여보세요?"
"나. 쁜. 놈..."
"헉... 이 목소리는..."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형민의 목소리였다. 상규는 후들거
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야...?"
"믿었던 네 놈이 나를 버리고..."
"그... 그게 아니라... 난..."

한동안 '우걱우걱'하고 뼈가 씹히는 소리가 들렸다. 상규는 소름끼치는 
그 소리를 애써 피했다.

"아... 악!!! 사.. 상규야... 그 놈들이 나를 먹고 있어. 아파... 너무
아파. 아... 아프단 말이야... 제발 도와줘. 어서..."

상규는 처절한 형민의 목소리를 듣고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핸드폰의 
플립을 닫아 버렸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다시 핸드폰을 들고는 112를 눌렀다.

"여... 여보... 세요. 사... 살인이예요. 어서 여기로..."

간신히 경찰에 신고를 하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죽은 줄 알았던 형민이가 전화를 건건 
뭐고... 또..."

하늘에 떠있던 그믐달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자 주위는 온통 암흑이 
되버렸다.

"안되겠어. 다시 그곳으로 가서... 어떻게 해서든 경찰이 올 때까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멀
리 보이는 별장의 불빛을 향해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별장 
앞에 다가오자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아직도 망년회가 계속 되고 있는지 조용하지만 엄숙한 분위기에서 회원
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상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천천히 그들 
사이로 들어갔다.

무대에 있던 휠체어에는 검붉은 핏자욱만 남긴 채 형민의 시신은 온데 
간데 없었다. 다만 벽난로 위에 양철 냄비만이 심한 노린내와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끓고 있을 뿐...

상규는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살인의 흔적이 있나 살펴보
았다. 그러나 휠체어 위의 핏자국 외에는 아무 것도 발견을 할 수가 없
었다. 상규가 막 체념을 할 때쯤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경찰이다.'

상규는 조심스럽게 구석으로 물러나 벽에 붙었다. 조금 있으면 그렇게도 
바라던 경찰들이 들이 닥칠테고 여기에 있는 모든 회원들은 잡혀가리라 
생각을 하니 안도의 한숨까지 나왔다.

잠시후 '우당탕'하고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 살았다.'

상규는 가면을 쓴 회원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경찰에게로 다가가 숨을 
고르며 조용하게 말했다.

"시... 신고는 제가 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미들 
같아요. 제 친구를 조금 전에 죽였고... 아마... 인육까지 먹은 것 
같은데..."

그런데 경찰은 이상하다는 듯 상규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 들이라뇨? 여기에 당신말고 또 누가 있다는 말이요?"
"예?"

상규는 깜짝 놀라 별장 안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가면을 쓴 회원들 20여
명이 있었는데 경찰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아니... 여기 있잖아요? 안 보이세요?"

경찰관중 한명이 머리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자신의 동료에게 나직이 말
했다.

"꼭 이날만 되면 여기서 이런 신고가 들어온다네. 3년전인가? 이곳에서 
어떤 통신 동호회 모임이 있었는데 불이 나서 모두 타 죽었거든? 참 처
참했지... 그들은 한결같이 누군지 못알아 볼 정도로 얼굴들이 흉칙하게 
타버렸단 말이야. 아, 저기 낡은 벽난로 보이지? 저곳에서 불이 번진건
데... 그 위에 있던 양철 냄비 속에 푹 삶아진 사람의 머리가 발견 되었
고... 알고 보니 무슨 의식을 하면서... 서로들 싸우다가... 그 후로 오
늘만 되면... 이런 신고가..."

상규의 머리가 갑자기 멍해졌다.

'아니... 그럼... 이들은 지금... 모두... 그... 그럼 형민이는...? 
세... 세상에...'

여전히 상규 주위에는 가면을 쓴 회원들이 맴돌며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며 얘기하고 있었다. 그중 한명이 얼굴이 
가려운 듯 가면 사이로 손을 넣어 긁적이는 순간 '툭'하고 가면이 떨어
졌다. 그 속에는 온통 화상으로 일그러져 눈, 코, 입이 분간이 가지 않는 
흉칙한 한 여자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일년 후 상규는 회사에서 숙직을 하다가 문득 팩스 한통이 들어오는 것
을 보았다.


[상규에게...

올해 망년회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내 추천으로 '공포클럽'에 네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가 됐거든? 가입인사는 알지? 나처럼 몸을 바치면 
되는데... 네 덕분에 모처럼 맛있는 만찬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어쨌든... 조금 있으면 회원들이 널 데리러 갈꺼야. 나는 그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이따가 보자. 아, 이번에는 나도 가면을 쓰고 있을
꺼야. 작년 그날... 얼굴이 너무 처참하게 찢겨지고 삶아져서... 후. 후.
후.

너의 친구 형민이가...]


상규는 읽던 팩스 종이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
시켰다. 그때 목에서 한기가 느껴져 섬뜩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가면을 쓴 회원들이 손에 도끼를 들고 삐죽이 웃으며.......



맛있당

    • 글자 크기
귀신의 복수 (by 냠냠냠냠) 포르노에서 아는 사람을 봤어요 (by 엉덩일흔드록봐)
댓글 2

댓글 달기


이전 1... 4 5 6 7 8 9 10 11 12 13 ... 3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