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자기가 어떻게 죽게 될지 알았던 걸까?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4.11 12:40조회 수 1122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20년 하고도 약간 지난 일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이야기야

요 며칠간 비가 오니까 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글을 적어볼게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시절에 살던 집의 앞집에 살던 언니 이야기야

 

울동네 집들이 다 고만고만한 집인데 그 언니네 집은 유독 좋은 집이었단 말이지

 

약간 오바 좀 보태서 드라마 보면 나올만한 그런 집.

 

이층짜리 단독주택에 마당 딸려있고 내부도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우리집은 낡고 오래됐기 때문에 어린마음에도 이렇게 이질감이 드는 집이 근처에 있다는게 신기했

 

거의 대부분의 집들은 우리집과 비슷했거든.

 

실제로 그 언니네 집이 정말 잘 살았어. 어린 나냔에게 있어선 부럽기만한 아이템들도 많았지 ㅠㅠ

 

 

각설하고 당시 7살 이었고, 이 언니가 고등학생이었으니 나이차가 상당하지

 

근데 이 언니는 성격이 참 어두웠어

 

아니 어둡다고 해야하나 과묵하다고 해야하나

 

그 나이대 여자애들에게 있는 싹싹함이나 붙임성도 없고 애들도 별로 안좋아했어

 

근데도 이상하게 나를 참 좋아하고 이뻐해줬단 말이지

 

나이차가 그리 나는데도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했구 (만화책같은거 ㅎㅎ)

 

동네 애들중에 나하고만 잘 놀아주고 집에서도 자주 재워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하여튼 다른 애들보다 특별히 대해준다는게 피부로 느껴졌지

 

그래서 나도 그 언니를 잘 따랐고, 언니네 집에 놀러가서 같이 밥 먹고 자는게 거의 생활화 돼 있었

 

 

 


 

우리 부모님이 참 고마워하시는게 언니가 휴일이면 날 데리고 근처 공원이나 놀이공원도 가줬거든

 

근데 이상한게 있는데, 냔이가 그 당시에 수영교실을 다녔어

 

그래서 여름방학때 근처 풀장 놀러가고 싶어서 가자고 했는데 이 언니가 끝까지 안간다고 하는거

 

별다른 약속이 있는것도 아니야 (첨엔 약속 핑계대서 몇번이나 약속날짜를 번복했는데 그때마다

싫다고 함)

 

그냥 가기 싫다는거야.

 

대신에 놀이공원가자. 어디 다른데 놀러가자 이러는거 보면 외출이 싫은것도 아니고

 

이때만 해도 나랑 잘만 놀아주고 여기저기 같이 다녀주면서 유독 수영장에 같이 안가려는 언니가

좀 야속했어

 

그래서 풀장은 부모님이랑 갔었지

 

 

 


 

근데 또 이상한게 이 언니가 집에서도 물을 만지길 싫어하는거야

 

집안일도 잘 도맡아 했는데, 설거지는 절대 안하고

 

방청소도 기껏 다하고서 수건질을 안해. 왠지 알아? 수건 빨기 싫다고;;;

 

여자애가 돼서 고양이 세수만 한다고 그 집 아줌마가 맨날 뭐라 하는걸 나도 다 들었지;

 

목욕 안한다고 등짝 스매싱 맞는것도 본적이 있다;

 

평소에 똑 부러지고 야무진 언니라 그런 모습이 컬쳐쇼크였어

 

그뿐 아니라 한강이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친한 이웃들끼리 놀러가곤 했는데 그 언니만 빠졌어

 

단편적인 일들이라 당시에는 이것들이 연결지어지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해보니까 혹시나..하는 생

각이 드는거야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언니와의 사이가 어느 순간 틀어지게 됐어

 

어느 토요일 밤이었던 걸로 기억해. 나냔은 그날도 여느 주말처럼 언니네에서 자기로 했었어

 

이때 이상한 경험을 한거야

 

바로 앞집이니까 우리집 대문 나와서 같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엄마가 언니한테 뭣 좀 부탁하더라고

 

울집 마당에 나와있는 물건 정리하면서 몇개만 들어달라는 거였어

 

언니가 도와주는 동안 난 대문 앞에 서서 멀뚱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느낌이 이상한거야.

 

골목 끝을 휙 돌아보니까 누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어

 

멀고 어두워서 가로등 불빛을 후광으로 하고 걸어오니 꺼멓게 형체만 보였는데

 

한발 한발 다가올수록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어

 

근데 그 형상이 가까워질수록 얼어붙어서 움직이질 못했어

 

사람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인간이라고 할수가 없는 존재였거든

 

 

 


 

일단 몸뚱아리는 사람인데 거적데기같은 걸 걸치고 있었고

 

한손엔 지팡이인지 자루였는지 이상한 걸 질질 끌고 오고, 머리는 미역마냥 산발을 하고 뿔 같은게

삐죽하니 솟아 있었어

 

거기다 온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한발자국씩 내딛으며 다가올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난 너무 무서워서 고개도 못돌리고 눈 동그랗게 뜨고 보고만 있었어

 

조금씩 이쪽으로 오는데 저게 나한테 오면 무슨짓이 벌어지는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1~2m쯤 앞으로 다가온 순간 대문 안에서 누가 날 집안으로 확 끌어들였어

 

그덕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 뭐에 홀린것마냥 있었으니까

 

날 잡아 끈건 언니였어. 언니가 무표정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면서 "가자" 이러는거야

 

그리고 내 손목을 잡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더라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골목길엔 아까 본 형테는 없었어

 

중간에 빠져나갈 길이 없었기에 어디 숨을데도 없었는데.. 말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진거지

 

언니네 집에 들어갈때까지도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어

 

 

 


 

언니방에서 단둘이 있게 되고서 슬쩍 말을 걸었어

 

"언니 나 아까 이상한거 봤다?" 이렇게 운을 의웠는데 아무말도 안하드라

 

"아까 도깨비같은거 봤어. 머리에 뿔도 달리고 이상하게 생긴게 막 오는거야"

 

계속 책상앞에 등돌리고 앉아있던 언니가 뒤를 돌아보는데 난 그때까지 언니가 그런 얼굴을 한거

처음 봤어

 

솔직하게 말해서 방금전에 본 그 괴물같은 것보다 더 무서웠어

 

눈빛과 표정이 정말... 그렇게 싸늘하고 무서울 수가 없는거야

 

그러더니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너한테 간게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언니 눈빛이 정말 무서워서 더 물어볼 엄두도 못 내고 입 다물고 만화책 꺼내 보고 있다가

 

언니가 보드게임 하자길래 그거 하다가 그냥 잤다.

 

 

 


 

바로 그 뒤부터였어. 언니가 날 의도적으로 피한게

 

그 이후로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집에서 재워주지도 않는거야

 

점점 그렇게 교류가 적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턴 얼굴도 못 마주치게 된거야

 

넘 속상해서 엉엉 울었는데, 엄마가 언니는 고등학생이라 공부도 해야하고 자기 친구도 만나야 하

는거라며 날 달래셨어

 

결국 그 뒤로 제대로 말 한마디 못 해본 채 우리 집은 이사를 가버렸어

 

그래도 언니네집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꾸준히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계셨기에 이사하고서도

 

연락 자주 하고 가끔씩 만나던데, 나는 언니와 연락도 못했지...

 

엄마아빠가 아저씨 아줌마랑 저녁식사 하고 오시면 전해듣는 이야기가 고작이었어

 

 

 

 

 


 

뭐, 결국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도 점차 잊혀져 갔고 나냔이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시기에

 

그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어....

 

너무 실감이 안나더라고

 

사실 근 10여년을 아예 잊다시피하고 살아온 사람이라 남의 일 같기까지 했다.

 

장례식엔 엄마만 다녀오셨는데 전해들은 이야기가 조금 충격적이었어

 

 

 


 

그 언니가 친구 자취집에 놀러갔다가 저녁에 혼자 집을 나섰는데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는지 3층

높이에서 떨어진거야

 

계단이 복도식이 아니라 야외에 나와있는 계단 있지? 그런 거였대.

 

그래서 바로 바닥에 추락했는데 하필 그때 비가 많이 왔던 날이라 움푹 패인 바닥에 물이 잔뜩 고

인 곳으로 떨어졌대

 

바로 발견 됐으면 가망이 있었는데, 떨어지고서도 살아있었다고 하더라구...

 

근데 내가 소름이 돋은게... 그 물웅덩이가 꽤 깊고 컸던 데다 얼굴이 거기 박힌 채로 움직이질 못

해서 폐에 물이 가득 차있었었대....

 

결정적인 사인이 뭐였는진 모르지만, 결국 익사한건가 싶어서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 언니가 유독 물을 싫어한게 그 때문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너무 끼워맞추는거 같기도 하다

 

 

 


 

그때서야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인데, 그 언니는 그 집 친딸이 아니라 입양된 딸이었대

 

그 이후로 안타깝게도 언니네 집은 아저씨가 돌아가시고서 가세가 기울더니

 

아줌마 혼자 장사 하면서 사셨는데.. 글쎄 동업자한테 살해당하셨다.....

 

우리엄마가 제일 꾸준히 연락 해온 오래된 친구라 경찰서도 다녀오시고 그랬어;

 

우리 엄마도 너무 상처받고 슬퍼하셔서 그 이후로 그 집안 이야긴 꺼내보지도 못했는데...

 

그때 내가 본 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자주 하고,

 

그날 본 언니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언니가 생각나....

 

너무 안타깝기도 하고.. 부디 다들 좋은 곳으로 가셨길 ㅠㅠ

 

 

 

 

 

 

 

 



    • 글자 크기
살인방법 (by 오바쟁이) 자기가 어떻게 죽게 될지 알았던 걸까? (by 라면먹고갈래?)
댓글 2

댓글 달기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