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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형슈뉴2015.04.24 14:52조회 수 97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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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어릴 적, 부모님이 사주신 작은 곰인형은 등에 지퍼가 붙어 있어서 안에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저는 학교에 그 인형을 자주 가지고 다니며 놀곤 했습니다만···.

어느 날, 급식 반찬 속에 당근이 요리 속에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편식이 심했었고 당근도
먹지 않았기에 당연히 남겼지만 담임 선생님은「남기지 말고 모두 먹으세요」라며 애들의
편식을 엄하게 지도하는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곰 봉제인형의 지퍼를 재빠르게 
열고 곰의 등 속에 당근을 숨겼습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당근으로부터 해방된 안도감과 급식 후의 만복감으로 조금 기분이 느슨해졌습니다. 
방과 후 곰인형 속의 당근따위는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저는 봉제인형에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6월의 어느 후덥지근한 날, 왠지 갑자기 방 구석에 널려있는 곰 인형에 눈길이 갔습니다. 
벽 쪽을 바라보고 있는, 마치 죽은 듯이 누워있는 곰인형.

그 곰이 지금 확실히 움직였습니다. 아니, 움직였다기 보다는 움찔했다고나 할까. 
등 부분이. 그리고 그 순간, 급식 사건이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소름이 온 몸에
돋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태우자」하고 결심했습니다.

신문지를 몇 장 구긴 후 그 위에 봉제인형을 올려두었습다. 신문지에 불을 붙인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봉제인형이 서서히 불타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안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시커먼 무언가가.

처음에는 솜이 탄 재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아하니 크고 작은 바퀴벌레와 쥐며느리,
구더기 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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