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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도망칠 곳이 없다

title: 연예인1오바쟁이2015.04.28 12:41조회 수 838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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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의 기억입니다.

당시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고 계셔서,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학교 안에 있는 보육원 같은 곳에서 머무르곤 했습니다.

방과후학교라는 것이지요.



평소에는 거기 모여서 간식을 먹거나, 숙제를 하고 놀곤 했습니다.

그리고 5시가 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 하던 놀이가 질렸을 뿐더러, 우연히 모인 아이들도 드문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친구 A, B와 함께 셋이서 학교를 빠져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이른바 '큐피 하우스' 라고 불리던 심령 스폿이었습니다.

그 곳은 인근 석공 작업실 옆에 있는 집으로, 오랫동안 주인이 돌아오지 않아 폐가가 되어버린 집이었습니다.



그 집에는 차고 같은 곳이 있는데, 셔터 틈 사이로 보이는 집안은 망가진 의자나 인형 같은 게 마구 널려져 있어 무척 무서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시간은 3시 반.

우리는 옆에 있는 석공 할아버지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집 부지로 숨어 들었습니다.



화단을 타고 담을 넘어, 베란다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다행히도 창문은 열려 있어,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 안은 황무지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A는 겁에 질려, [돌아가자. 선생님한테 혼날거야.] 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나와 B는 모험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취해, 점점 안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우리는 2층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방은 모두 3개 있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들어간 방은 아무래도 여자 방인 듯 했습니다.

웬지 모르게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장식품 같은 게 놓여 있었습니다.



그 다음 방은 아기 침대가 놓여있고, 아기들이 좋아할법한 장난감이 엄청나게 흩어져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큐피 인형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장난감은 다들 허름하고, 무언지 알 수 없는 거무스름한 액체가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은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방이었습니다.

곧이어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거실은 분위기 있는 서양식으로, 멋진 소파가 놓여있었습니다.



아마 이 집에는 아기가 있었던 거겠죠.

아기용 책상이나 의자, 식기 같은 게 바닥에 마구 널려있었습니다.

나와 B는 신나서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고 있었지만, A는 B의 뒤에 달라붙어 떨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서재, 화장실, 부엌...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딱히 이상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럼 슬슬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마지막으로 목욕탕을 보고 현관으로 나가자. 다음에 또 놀러오면 되지.]



그리하여 우리는 목욕탕을 보러 갔습니다.

욕조 앞 탈의실에 이르자, B가 [혹시 모르니까 현관문은 열어놓고 오자!] 라고 말했습니다.

현관은 바로 근처였기에 우리는 문을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바깥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그 집에는 시계가 없었기에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목욕탕에 들어서자 무언가가 썩은 것 같은 지독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과일이나 야채 같은 게 아니라, 무슨 동물 사체가 썩은 것 같은 냄새였습니다.

토할 것 같이 심한 냄새였습니다만, 무서운 걸 찾아온 터였던 나와 B는 어째서인지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나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영웅대접 받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 이 중 누군가 죽어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A는 너무 무섭고 냄새도 난다며, 목욕탕에 들어올 생각을 않았습니다.

기묘하게도 고작 한 걸음 차이인데, 목욕탕 밖에 있는 A는 나오니까 아무 냄새가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욕조에는 뚜껑이 덮여있었습니다.

원래는 흰색 플라스틱 뚜껑이었을테지만...

이미 검은색으로 변색되었다고 할까, 2층에서 봤던 검은 액체 같은 게 묻어 있었습니다.



나는 B와 힘을 합쳐 열어보려고 애를 썼지만, 너무도 무거워 쉬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뚜껑은 2개가 있었지만, 양 쪽 모두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손가락을 뚜껑과 욕조 사이에 밀어 넣으려고 하는 순간, 내 손톱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기분 나쁜 나머지 손을 빼보니, 가늘고 짧은 머리카락과 긴 머리카락, 2가닥이 중지 손톱 밑에 꽂혀있었습니다.

그걸 보자 나와 B는 무서워져 도망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이는 건 부끄럽다는 생각에, 우리는 애써 태연한 척 했습니다.



[이제 슬슬 질려가네.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돌아가자!]

하지만 분명 열려 있었던 목욕탕 문이 어느새인가 닫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A의 장난일거라 생각해서 문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야! A! 이런 장난은 그만 둬!]

[너 선생님한테 이른다!]

하지만 A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목욕탕은 흐린 유리로 되어 있어서, 사람이 밖에 있으면 실루엣이 보여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 밖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진심으로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엉엉 울며 문을 두드리고, A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결국 힘이 빠진 우리는, 여기 있다보면 누가 와서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욕조에 등을 기댄 채, 문을 바라보며 기다렸습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B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린 틀렸다느니, 죽을 거라느니, A도 벌써 죽어버린게 틀림 없다느니 부정적인 말들을 마구 늘어놓았습니다.

그 순간, 등 뒤 욕조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다시 소리가 납니다.

젖은 천을 비비는 것 같은 소리.



쓰윽... 쓰윽...

나는 큰맘 먹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분명 닫혀 있던 뚜껑 중 한 쪽이 열려있었습니다.



우리는 겁에 질려 다시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응답도 없었습니다.

소리는 계속 들려옵니다.



뚜껑이 열려 있는 탓에, 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했습니다.

B는 고개를 숙인채, 중얼중얼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B의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B의 목소리는 여자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낮고 흐린 목소리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문에 등을 댄 채, 욕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 온 걸 진심으로 후회했습니다.

집에 돌아가게 된다면 엄마와 선생님한테 사과하자.



머릿 속에는 그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 들려옵니다.

욕조를 바라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순간 작은 손, 아기 손 같은 게 열린 뚜껑 틈새로 보이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무심코 토해버리고 말았습니다.

B는 아직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야! B! 도망치자! 응? 정신 차려!]

나는 B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지만 B의 눈에는 초점이 없고 입에서는 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욕조에서는 지금까지 들려오던 것과는 달리, 신음 소리 같은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우리를 도우러 와 준 것이라 생각한 나는, 기뻐서 문 쪽을 바라봤습니다.



거기에는 흐릿한 유리에 얼굴과 손을 꽉 붙인 여자의 실루엣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앞머리를 5:5 가르마로 나눈 단발머리의 여자가, 입을 크게 벌리고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꽉 붙이고 있었기에, 표정까지 확실히 눈에 들어옵니다.



곧이어 여자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는 듯 했습니다.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내용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눈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양손을 천천히, 무겁게 들어올리더니 엄청난 힘으로 문을 쾅하고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자 우리 집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 나 혼자 있었습니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방에서 나오니, 거실에는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울면서 나를 꼭 껴안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주셨습니다.

내 기억에 나는 그 집에 1, 2시간 가량 있었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틀 가까이 그 집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A는 우리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지만, 다음날 학교에 나랑 B가 나오질 않았다는 겁니다.

그 날은 무서워서 선생님에게 말도 못 꺼냈지만, 집에 돌아간 후 A는 자기 부모님에게 우리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했을 무렵, 나는 목욕탕 안에서 기절한 채였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왼쪽 장딴지에는 무척 작은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울면서 물었습니다.

[B는? B, 이상하게 되서 막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자 어머니는 [B군은 지금 병원에 있어. B군을 만나고 싶니?]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만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내일 만나러 가자. 하지만 B군을 봐도 울면 안 돼. 큰 소리도 지르면 안 돼. 알았지? 약속하는거다?]



다음날 B를 만나러 가자, 아니나다를까 B는 그 모습 그대로, 이상한 말을 침대에 앉아 지껄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무서워서 B를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A와는 아직 연락이 닿고 있지만, B에 관한 이야기는 서로 꺼름칙한 탓에 꺼리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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