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A road Kill.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5.04.29 14:35조회 수 1012추천 수 1댓글 3

    • 글자 크기


출처 : 오늘의 유머- 얼짱몬스터 님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맥주 한 캔을 절반 정도 마셨을 때, 부고를 받았다. 피우던 담배를 맥주캔에 비벼 끄고, 차 키를 챙겨 길을 나섰다. 


춘천은 꽤 멀기도 멀었지만, 가는 길은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이었고, 이 순간만큼은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나메크별에서 배워 온 순간이동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내일 출근 할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상황을 봐서 연차라도 써야지.

가는 길에 몇 번이고 죽은 동물의 시체를 마주쳤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불규칙하게 그려진 검붉은 선혈 자국이, 묘하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춘천에 도착해 병원에서 조문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육개장에 소주를 마셨다. 언제 먹어도 장례식장 육개장은 익숙해지질 않았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가는 길은 대리 불러서 가."

친구가 흰 봉투를 내밀었다. 

"됐다. 가다 보면 깰 거다."

그리고 운전해서 가는 길에 술이 깨지는 않았다. 다만 새벽 5시를 넘어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이미 아침 6시가 넘어 있었다. 잠이 들었다가는 일어날 수도 없을 것 같았기에 하릴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먹다 남긴 반쯤 남은 맥주캔 위에, 담뱃재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 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새벽에 무슨 일이지? 

전화기를 확인하자, 발신자 표시 제한이었다. 심상찮은 시간에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 다시금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XX씨입니까?

"그런데요?"

-아. 강서구 경찰서 교통계 형사 유OO입니다. 몇가지 협조를 요청드릴 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요....

그리고 요지는 비교적 간단했다. 요 이틀 이내 내 차가 주차되어 있는 주변에서 교통사고 사건이 있었고, 내 블랙박스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엇..제 차 블랙박스 없는데요."
-아. 그러세요? 이상하다..있는 것 같았는데. 잘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새벽에 전화를 하기도 하나? 어쨌던 내가 술에 취해 과속으로 운전을 하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메모리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일단 메모리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귀찮지만 차에서 메모리를 가져와 휴대폰에 연결하고 재생해 보았다. 주차되어 있는 곳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을 찾아 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 춘천으로 가던 길의 블랙박스 동영상에까지 도달했다. 중간 중간을 되짚어 가던 중에, 운전 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라이트에 반짝이는 물체가 찍힌 것을 보게 되었다. 

"...어? 저게 뭐지?"

처음에는 빛이 너무 강하게 반사되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으나, 빛의 각도가 옅어지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그것은, 나무를 자를 때나 쓸 것 같은, 커다란 톱이었다. 

"어..?"

동영상을 멈추고, 화면을 드래그해 조금 크게 확대해 보았다. 그것은, 톱이 분명했고, 사람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검붉은 음영 같은 것이 있었다. 

"...뭐지..."

화면을 조금 앞으로 돌려서 다시 보았다. 바닥에는, 예의 그...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와, 불규칙하게 그려진 선혈 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 바깥쪽에는, 예의 그 빛나는 톱을 든 사람이 있었다. 

"..맙소사."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 마냥,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동영상 재생을 끄고, 방금 전화를 받은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발신자 표시 제한이었다. 어떻게 하지? 아. 경찰서는 112지.

112에 전화를 걸었다. 불과 2번 전화벨이 울리기 전에, 달칵, 하고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네. 강서구 XX 지구대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교통사고 관련해서 블랙박스 메모리를 확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러던 와중에 확인해보니 살인 사건이 찍힌 것 같다고. 전화를 받은 경찰은 침착하라며 구체적인 사항을 문의하고는, 

-교통 사고 관련해서는 어떤 분이 전화 주셨죠?

라고 물었다. 기억을 더듬어 유OO이었다고 말했고, 전화기 너머로는 갸웃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 강서구 경찰서 교통과에는 그런 이름 가진 분은 안 계신데요...잘못 들으신 거겠죠. 유□□ 형사 아니에요?

분명 그런 이름이 아니었다.

그 때부터는 어떻게 전화가 마무리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곧 경찰서로 메모리를 가지고 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내 전화기에는,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오고 있다.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5785 실화 15년전 절에서 겪었던 신기했던 일3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354 2
5784 실화 중국여행에서 겪은 실화3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972 2
5783 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 131 title: 유벤댕댕도이치휠레 1226 2
5782 실화 [무서운얘기] 미술실 귀신.txt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2091 2
5781 실화 귀신보는 친구 & 귀신 붙는 나 43 title: 섹시익명_23bc4e 2675 2
5780 실화 어릴때 들었던 친구의 기묘한 경험담 (그림판 有)2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765 2
5779 실화 저수지에 빠져 죽을뻔한 썰.jpg2 미친강아지 554 2
5778 실화 [실화괴담] 단편 모음 12 최악의 사이비집단 백백교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2040 2
5777 실화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있었던 일1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 3446 2
5776 실화 여행가서 만난 분 실화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2071 2
5775 실화 후배의 방문4 개팬더 1103 2
5774 실화 어제자 물어보살 소름 쫙 돋았던 공포 썰2 냥이사모 1624 2
5773 실화 가곡동 용두교 괴담3 클라우드9 2612 2
5772 실화 귀신 보는 이야기1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226 2
5771 실화 포항 M 아파트 이야기5 여고생 2053 2
5770 실화 사촌오빠 친구의 아버지3 도비는자유에오 1083 2
5769 실화 유치원때 죽을뻔 했던 일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137 2
5768 실화 오싹하면서도 슬픈 실화3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075 2
5767 실화 익숙한 목소리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597 2
5766 실화 고등학교 2학년때 눈을뜬 나 4화3 title: 섹시익명_40dcc5 1720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