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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수박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5.05.03 06:33조회 수 991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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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여름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아버님 후배 분께서 밤 10시쯤에 놀란 얼굴로 뛰어들듯 저희 집 문을 들어섰습니다. 그분께서는 마음을 쉽게 진정하지 못하시고, 털썩 주저앉아 말씀을 이어나가셨습니다.



그날 저녁. 그 분께서는 새로 차를 구입해 저녁 드라이브를 나가셨다고 합니다. 새 차로 기분 좋게 한참을 드라이브하는데, 도로에 커다란 수박이 하나 굴러들어와 있더랍니다.



그 분은 차를 몰아 터뜨려버릴까 하는 생각에 수박 근처로 차를 몰다가, 터뜨리는 쾌감 대신 누군가가 주워가겠지 싶어서, 수박 근처에서 급히 핸들을 돌리고 백미러로 뒤를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미러 뒤에는 술에 취한 한 남자가 인도에 몸을 걸치고 상체만 도로로 엎드린 채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2.

문득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술상을 준비하는 어머니 곁에서 저도 생각나는 기억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학교 하굣길에 버스에 올라 집에 오는 도중이었습니다.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용케 좌석을 잡아 앉을 수 있어 멋진 기분이었습니다. 



운전기사의 반대쪽 첫 좌석에 앉아, 지금은 없어진 교회 옆 도로를 지날 때 도로 반대편에서 지그재그로 춤추듯 오토바이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했는지 빠른 속도로 넘어질듯 곡예를 하는 오토바이에 운전기사도 놀라 [중앙선을 침범할까 두려웠는지] 속도를 늦추는 운전기사 옆 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승객들은 모두 흥미롭게 곡예운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버스 곁으로 다가온 오토바이 아저씨는 긴 머리에 붉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도로 옆 전신주를 들이받았습니다.



몇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오토바이 아저씨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 깨어지듯이 바닥에 넙적하게 죽 퍼졌습니다. 마치 피자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달린 피자처럼.



[투고] 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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