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극기훈련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5.05.03 16:18조회 수 844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제가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거의 매년 다녔습니다. 특히 첫날밤에는 담력훈련이라고 해서, 밤 12시 이후에 혼자 아니면 친구 한 명과 같이 앝은 산을 넘어오는 걸 했었죠.


앝은 산이라곤 하지만 매년 장소를 달리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길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무마다 휴지를 묶어 길을 알려주거나 줄을 묶어[등산로를 따라 길에서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안전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선생님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곳곳에 숨어 학생들을 놀래키거나 길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앞에 몇 팀이 지나가고 드디어 저와 좀 겁이 많았던 친구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출발하라는 소리에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길을 잘못 들어 숨어있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방향을 잡고 갔습니다만, 맨처음에만 갈림길이 있었고 그 뒤로는 계속 이어진 길이어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나무들은 울창했고 휴지로 표시한 것도 없어, 바닥이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길을 줄에 의지해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 채 친구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사방이 컴컴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길조차 구분이 안가는 상태였으니 불안과 공포는 커져갔습니다. 이러다 산 속에서 조난당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죠.


다급한 마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러자 조금 앞 쪽에 본래대로라면 줄이 있어야 할 곳의 약간 바깥쪽에 희끄무리한 게 보였습니다.


저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곧장 달려가 길을 물어보려 했지만, 같이 있던 친구가 어딜 가냐며 저를 붙잡았습니다.


[멀리 가지마. 나 무서워]


그래서 친구와 선생님의 중간쯤에 서서 길을 물어봤습니다. 선생님은 하얀 두건[옛날 시골 할머니들께서 밭일을 하실 때 햇빛을 막기 위해 쓰는 것과 같은]과 흰 소복을 입고 계셨습니다. 두건 때문에 얼굴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풀에 가려서인지 무릎 아래론 보이지 않았지만 그 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이 쪽으로 쭉 가면 되나요?]


큰 소리로 선생님에게 외치자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뜩 겁을 먹은 친구를 데리고 가까스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 집합장소로 가는 도중에 친구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 아까 누구한테 물어본 거야?]


선생님을 못봤나? 하고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하도 어두워서 친구가 선생님을 못봤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에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저와 친구가 갔던 길은 다른 애들이 갔던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길을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잘못들은 길의 오른쪽은 산사태로 깎여 내려가 거의 절벽과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반이 약해 땅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길이라 막아놨던 길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선생님이 계실리가 없던 겁니다.


도대체 막아놨던 길을 어떻게 들어갔던 건지도 의문이지만 거기 서 있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게다가 그 때 친구가 멀리 가지 말라는 말을 안듣고 선생님께 가까이 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투고] Y君님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0348 실화 실존하는 장신귀[長身鬼](대구 모아파트 4년전 100%실화)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867 2
10347 미스테리 남극해 괴생물체 닝겐2 미소테리 1867 0
10346 실화 귀신과 함께 살고있는 나 12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867 1
10345 Reddit 피로 가득 찬 욕조2 파랴라 1866 1
10344 실화 청운고 괴담1 title: 한승연1도발적인늑대 1865 1
10343 전설/설화 안동 귀신나무5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865 0
10342 경험담. 호국로를 지나면서3 title: 토낑도나짜응 1865 1
10341 혐오 방어회7 구이 1864 1
10340 사건/사고 대한민국 최연소 사형수 장재진10 title: 고양이3티끌모아티끌 1864 3
10339 미스테리 6탄 지구종결자 눈호강시켜드릴 감탄★미스테리포함4 형슈뉴 1864 1
10338 실화 삼풍백화점1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863 2
10337 실화 검정고시 학원에서 겪은 일1 title: 하트햄찌녀 1862 1
10336 실화 아는 분이 겪은 실화24 지혜로운바보 1862 5
10335 실화 랜덤채팅방에서 만난 그녀4 개팬더 1862 3
10334 단편 구멍가게 할아버지1 title: 병아리커피우유 1861 1
10333 실화 도깨비가 살려준 이야기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861 3
10332 실화 장례식 갔다오는길에 겪은 실화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861 2
10331 실화 펌]울산 노래방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861 1
10330 실화 배우 이다인씨가 겪은 실화1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1860 2
10329 실화 죽전 이마트6 title: 하트햄찌녀 1860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