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의심(疑心)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9.01.05 19:47조회 수 1414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봉천동에 위치한 오래 된 원룸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원룸에는 유독 대학생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 중 같은 동향(同鄕)이라는 이유로 태우라는 녀석과 유독 친했다.

더욱이 바이러스 가득한 컴퓨터를 말끔하게 고쳐줘서 

급한 업무를 처리 할 수 있었던 나는 태우를 친동생처럼 생각했다.

 

어느 날 밤...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들어왔다.

당장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깠다.

쉬지도 않고 그것을 벌컥벌컥 마시고 침대에 누워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가 현관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누.. 누구십니까?”

 

 

문 밖에서 태우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얼떨결에 문을 열어주자 녀석은 귀신이라도 본 듯 온 몸을 떨고 있었다.

호흡도 불안정하고 동공이 심하게 요동치는데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 진정 시키기 위해 물 한잔을 건네었다.

녀석은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심호흡을 했다.

사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떨리는 손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태우야, 무슨 일 있나? 안 좋은 일 생긴거가?”

 

 

녀석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까지 더듬으며

죽은 누나에게 방금 전 전화가 왔었다고 했다.

태우의 누나는 3년 전에 자살을 했다.

그런 누나를 잊지 못해서 번호를 지우지 않았는데

무려 3년 만에 죽은 누나로부터 전화가 와서 무서웠다고 했다.

당연히 믿지 않았다.

혹시 술이라도 마시고 헛소리를 하나? 또는 새끼... 혹시 약에 손댄 것은 아닐까?

온갖 걱정과 잡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태우는 대뜸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하더니 통화내역을 보여줬다.

통화내역에는 ‘누나’라고 적힌 글자가 또렷하게 표기되어 있었고

시간도 조금 전이 틀림었다.

그래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에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면 다시 전화를 걸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전화기를 뺏어서 걸었는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하고 걸어 주십시...”

 

 

그제야 정신이 번쩍하고 들며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누나’라고 저장 된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 틀림없었고

심지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였다.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나 또한 귀신에 홀린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잠시 후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태우의 누나였다.

태우는 경악을 하며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심 때문에 내가 그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수화기 속에서 이명을 일으킬 정도로 잡음이 심하게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말을 걸고 있었다.

통화음을 최대로 올리고 전파음 같은 것을 참아 내며 목소리에 집중했다.

 

 

“치지지직... 삐이이잉... 저.. 저는... 자.. 자살.. 하지.. 치지직... 삐이이이잉...

자.. 자살하지 않았... 어.. 요.. 치지지직... 삐이잉...

저... 저..를 .... 치지직... 저를 죽인 건... 다름 아닌... 치지직... 동생이에요...”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태우라는 것을 말이다. 순식간에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태우에게 보이기 싫어서

기계음만 들린다며 푸념하는 척 전화를 끊어버렸다.

 

 

녀석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다.

겨우 믿거나말거나 하는 부류의 귀신인지 뭔지도 모를 말을 듣고

녀석을 혐오스럽게 생각했다.

불안해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출근을 핑계로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혼자 잡생각을 하다가 그냥 자버렸다.

 

 

이후 자연스럽게 녀석과 멀어졌는데,

집 계약이 다되었기도 하고 회사도 그만둬버려서 나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한 때는 형님동생하며 친하게 지냈는데 간다는 말도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내 머릿속 쟁점은...

'정말 녀석이 자신의 누나를 죽였을까?' 하는 의심이다.

과연 귀신의 말만 듣고 태우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나는 믿었던 것 일까?

그것은 절대적으로 증거가 될 수 없는데 말이다...

 

의심 完

 

출처 백도씨끓는물 님 글



    • 글자 크기
공군 훈련소 괴담 4탄 : 휠체어 귀신 (by 나는굿이다) 인생최악의 휴가... (by 강남이강남콩)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3564 실화 야간알바하다가 생긴 일..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410 0
3563 실화 바다요괴신2 말찬휘 1410 1
3562 실화 직접경험한 이상한 사건들..1편2 화성인잼 1410 1
3561 실화 우리 고모부가 꾼 기이한 꿈 썰.ssul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410 1
3560 실화 10년지기 내 수호령 2화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410 1
3559 실화 과일트럭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411 1
3558 실화 미국 지하철 실화.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411 1
3557 실화 미용실의 머리카락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412 2
3556 실화 강령술 나홀로 숨바꼭질 후기..1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413 1
3555 실화 공군 훈련소 괴담 4탄 : 휠체어 귀신2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414 1
실화 의심(疑心)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414 1
3553 실화 인생최악의 휴가...2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414 1
3552 실화 무서운 채팅녀6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1414 3
3551 실화 제주도 의경시절 겪은 일1 (요즘 실화 쓰는게 유행이거같아 써봅니다)5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415 5
3550 실화 아파트 주차장에 대한 무서운 기억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415 1
3549 실화 중국 묘족의 고술 썰1-단고(蛋蠱)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415 1
3548 실화 예전에 광주갔을때5 title: 하트햄찌녀 1415 3
3547 실화 짧은 실화 "연예인들의 꿈이야기"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415 2
3546 실화 무당의 집 - 3 title: 연예인13오뎅끼데스까 1415 0
3545 실화 수련회3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416 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