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서울 방배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저는 대학 신입생이었는데,
갑자기 숙제와 기말고사 대비가 겹쳐서
밤새도록 자취 방에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방 한쪽 벽에서
쿵, 쿵, 쿵 하고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평소에도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얇은 벽으로 된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소리가 너무나 오래 들려 왔고,
약해졌다 강해졌다하며 끊임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공부하던 중에 너무나 신경이 쓰여 참지 못하고,
화가 나서 제 쪽에서 벽을 세게 두들겨버렸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숙제를 끝내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웅성거리는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듣자하니,
경찰과 형사들이 모여 있고,
옆 방에서 부부싸움 도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나 남편이 아내를 죽여버렸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경찰에 자수 했기 때문에 경찰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현장에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어제 들었던 소리와 그 시각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은 한 형사는 어딘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습니다.
"그런데, 벽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은 시각이 11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저희가 남편이 자수한 것을 접수한 뒤 거든요.
부검결과 죽은 아내의 사망 추정시각도 10시 이전으로 나오는데..."
그 말을 듣자,
저는 도대체 무엇이,
그날 밤에 벽을 두드린 것인지 상상이 되어 오싹한 생각에 한동안 멍했습니다.
후일담입니다만,
군대에서 야간 근무 중에 고참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 소리 말이다.
차라리 귀신이 낸 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낫지 않냐?
혹시라도 부검이 잘못된 거고,
그 아줌마가 그때까지 살아 있어서 살려달라고 벽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두드렸던 거라면...
그 아줌마가,
널 얼마나 원망하면서 죽어갔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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