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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다리 위 에서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2015.05.16 05:33조회 수 521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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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



 

누구나 이런 문자를 받으면 나 같은 기분이 될까? 나는 깜짝 놀라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너머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심장을 자유낙하 상태처럼 덜컥 하게 만들었다.


-오빠….


“어디냐?”


-마포대교….


“기다려. 지금 갈게. 전화 끊지 마.”


마음이 급했지만, 복장을 점검했다. 잠옷은 좀 심한 듯 하니 청바지로 갈아 입고, 모자를 눌러쓰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급하게 문단속을 하면서도, 입은 쉴 새 없이 그녀에게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잠시간 잊을 수 있도록 떠들어 댔다. 물론 그녀가 하는 말에 ‘진짜? 힘들었겠구나’ 등의 감탄사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시가 급한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경청의 기술들이 도움이 된다. 표면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임시방편적인 기술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다.


 -그래서…이제 뛰어내리려고..


 “엄마는? 엄마도 생각해 봤어?”


 다급한 마음에 가족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그녀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게시판에 그녀가 남긴 글이, 끝을 암시하는 글이었고 그래서 위로해주는 식으로 덧글을 남겼고…하는 식으로 친해졌었다.


 -기억 못하는구나. 나 엄마 없는데.


 아차. 고아였었나?


 “그랬었지…그럼 힘들 때는 누구랑 얘기해?”


그렇게 대화를 끌어가며 차에 도착해 스피커 폰으로 바꾸고 마포대교를 향해 차를 운전해 갔다. 누군가 그녀를 발견하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깊은 밤이라 차는 막히지 않겠지만, 초조한 마음이 먼저 달려나가고 있었다.


 -힘들 때? 오빠랑 이야기하지. 매번 전화 받아줘서 고마웠어.


 “완료형으로 이야기 하지 마.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어?”


 -아니. 사실 많아.


 그리고 전화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었다. 그녀를 달래줄 만한 멋진 말들을 떠올리기에 생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전화 너머의 오열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기구했다고 한다. 뭐 다들 그 쯤은 힘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좌절이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하니까.


 -오빠..듣고 있어?


 “응. 말해.”


 이제 마포대교가 보이고 있었다. 곧 도착이다.


 -오빠는…나를 어떻게 생각해?


 “그, 글쎄…”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화제다. 물론 임기응변으로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지만, 질문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난 오빠가, 내 친오빠 같아.


 난,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쩌면, 그런 염원을 가진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그런 염원.


 잠시 생각하는 동안, 물리적으로도 마포대교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강한 맞바람에 머리칼을 뒤로 날리며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하나 있었다. 그 옆에다 차를 댔다.


 “괜찮아?”


 “응..오빠. 왔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마스카라 때문인지 길고 진해 보이는 속눈썹에 가볍게 그려진 갈색 아이라인. 내가 늘 좋아했던 그녀의 눈이었다. 우유처럼 뽀얀 볼에는 가볍게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도끼병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나를 반기고 있었다.


 바닥에 이질적인 물건이 눈에 띄었다. 돌로 꼭 눌러놓은, 곱게 접힌 종이 또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바보 같은 생각 하지 마!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그것을 주머니에 구겨지지 않게 잘 집어넣었다. 그렇지.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자리 좀 옮기자. 얘기 좀 나누게. 뭐 마실래? 술이나..”


 “아. 나 술 있어.”


 그녀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맥주를 꺼냈다. 미지근해진 맥주는, 몇 번 바닥에 떨어뜨렸었는지 뚜껑 부분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맥주를 내게 건네고, 또 한 캔 맥주를 꺼냈다. 그리고 경쾌하게 뚜껑을 따더니 그대로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죽을 기세라서 일까. 그녀는 단숨에 한 캔의 맥주를 비워버렸다.


 “아. 나는 술은 좀..운전도 해야 하고.”


 “그래? 그럼 그것도 나한테 줘.”


 “아냐. 차에 두고 어디 실내에 가면 마시지 뭐.”


 나는 맥주를 자동차의 컵홀더에 끼워넣고,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가 조수석에 앉을 수 있도록, 

조수석에 올려두었던 짐들을 뒷좌석으로 치웠다.


 그녀가 차에 올랐다.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른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드디어 염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자살로 위장해 죽이고, 유서를 그 옆에 두면 완벽하다. 그녀가 죽고 싶다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부터, 계속해서 기다렸던 그 날이 오늘이다.


 

 “오빠. 이 맥주 내가 마셔도 돼?”


 “어? 응. 마음대로 해.”


 되는 대로 대답을 했다. 이미 맥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달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녀는 컵홀더에 다시 맥주캔을 끼워 놓았다. 잠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가방에서 꺼낸 작은 병에 들어 있는 것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제서야 꿈을 이루게 되었네.”


 “무, 무슨 말이야?”


 차 안에서는 뭔가 수상한, 달달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맥주캔에서 나는 냄새인 것 같았다. 

의식이 점차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히 차를 멈췄다.


 “난, 친오빠를 죽이는 게 꿈이었거든.”


 그녀의 입가에 붉은 미소가 번졌다.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 찾는 게 그리 힘들진 않았어. 죽고 싶다는 말을 했더니 바로 공감적 경청 기술을 쓰더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었다.


 “지문은 안 나와.....손 끝에 투명 매니큐어를 발랐어. 그 맥주캔에는......입도 안 댔지. CCTV도 없고.....

아. 지금 차에서 나는 냄새는…뭐. 맡을 수 있으려나? 청산가리 냄새야.”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청각이 가장 마지막에 사라진다더니…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녀는 차 밖에서 기침을 연신 해대고 있었다.


 “나도 괴로워. 속효성 해독제를 먹어도 꽤 힘드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오빠 유서는 내가 잘 써줬으니까 걱정하지 마.”


 


 ♥♥같이. 나는 내 유서를 집어들어 내 주머니에 넣었던 것이다. 그녀의 희디 희었던 얼굴이 떠올랐다. 

신발. 전화 너머로 우는 소리를 들었으면 마스카라가 안 번졌다는 걸 의심했어야 하는데. 





출처 : 오늘의 유머  얼짱몬스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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