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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흉가의 인형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5.05.17 17:58조회 수 1136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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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는 근처에 큰 공터가 있었습니다. 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는지, 그 공터에는 많은 건축 부자재들이 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어째서인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공터는 어느덧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소문난 말괄량이이자 장난꾸러기였던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공터의 중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가 있었습니다. 사실 공사가 진행되지 전에는 가까이 하지 않던 곳이라 그 집에 사람이 언제부터 살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사가 진행될 즈음에는 이미 빈 집이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사는 채로 공사가 진행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작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집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 아직도 의문입니다. 더욱 의문인 것은, 그 공터에 존재하는 집은 그 집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 주위에는 아무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저와 오빠와 동네 남자아이, 그렇게 셋이서 흉가를 탐험하기로 했습니다. 공사가 진행된 흔적인지, 흉가는 사방이 흙으로 둘러싸여있는 모양새였습니다. 집 안에도 흙이 가득했지요. 

다 무너져가는 흉가인탓인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집을 탐험하던 저의 눈에, 너무도 예쁜 바비인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째서 이런 흉가에 이렇게 예쁜 바비인형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이 집에는 제 또래의 여자아이가 살았나봅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바비인형. 너무도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 바비인형이 마음에 든 저는, 바비인형을 품에 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우리 세 사람은 다시 그 흉가로 향했습니다. 

한 겨울, 저는 아이들과 종종 불장난을 즐기곤 했습니다. 집에서 각각 감자나 고구마, 밤 등을 가져와 구워먹고는 했지요. 어릴 적에는 왜 그렇게 불장난을 좋아 했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흉가로 향한 이유도, 역시 불장난을 즐기기 위해서 이었습니다. 무너져가는 흉가 안에서 불장난을 하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어른들에게 혼나는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흙먼지가 가득한 바닥에서 우리는 나뭇가지와 신문지를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따뜻한 불이 피어오르자 저희는 신나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서 붙인 불이 갑자기 활활 타오르며 크게 번지더니 벽지로 옮겨 붙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가구도 없는 빈 방인데, 다른 곳으로 불이 옮겨 붙다니… 상식 밖의 일이었지만, 그것은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들은 너무도 놀라서 흙을 가득 집어던져 불을 끄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하지만 불은 꺼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크게 타올랐습니다. 

온 집안이 활활 타오르자, 저희는 두려운 마음에 흉가를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서 언덕 위까지 달렸습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흉가는 마치 지옥불에 빠진 듯,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몇 분 뒤, 신고를 받았는지 몇 대의 소방차가 도착했고, 불은 이내 꺼졌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간 우리는 밖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샘솟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어느 샌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흉가에 대한 일을 잊어갈 즈음, 어느 날은 낮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났고, 눈을 뜬 저는 몸을 일으키려했습니다. 

그러나 눈꺼풀을 제외한 모든 곳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내 몸이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묘한 기분. 저는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던 '가위'라는 것이라는 것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가위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맡에서부터 뻗어오는 하얀 손이었습니다. 너무 무서웠던 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던 저는 어머니에게 발견되어 깨어났지만, 그 이후로도 악몽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꿈의 내용 중 기억나는 것은, 여자아이의 미소와 빨간 원피스, 그리고 하얀 손뿐.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얀 손은 언제나 저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어느 날, 방 청소를 하시던 어머니가 저를 불렀습니다. 
 
"침대 머리랑 벽 사이에 이런 게 끼어있더라. 그런데 우리 집에 이런 게 있던가?" 

어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흉가에서 가져온 바비인형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던 그 인형. 아마도 침대 사이에 떨어져 끼어있던 모양입니다. 

"아, 그거……." 

인형을 바라본 순간 제 머리에서 강렬한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꿈 속에서 나타나던 여자아이, 그리고 빨간 원피스, 무엇보다도 언제나 머리맡에서 뻗어져오던 하얀 손……. 

저는 갑자기 무서워져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어머니를 뒤로 하고 인형을 손에 든 채, 저는 흉가… 아니, 이미 잿더미가 되어버린 그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잿더미위에 인형을 올려두고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돌아가 주세요. 저한테 오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울면서 빌었습니다. 

다행히 그 뒤로는 가위에 눌리는 일도, 악몽을 꾸는 일도, 빨간 원피스의 여자아이가 찾아오는 일도 없었습니다. 저의 진심어린 사과에 마음이 동한 것인지, 아니면 제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로 가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투고] 익명희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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