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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호의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2015.05.22 11:21조회 수 69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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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는 서른을 앞둔 성인 여성입니다. 지금 투고할 이야기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겪은 일입니다. 

1.
저희 가족은 고향을 떠나면서 이사를 자주해왔습니다. 처음엔 울산으로 가서 몇 달을 살다 최종적으론 포항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포항에서 살면서도 자주 이사를 했습니다. 특히 제가 중학교에서 고교를 다닐 시점에 중점적으로요. 

전세나 월세의 형태로 집을 전전해오던 저희 가족은 저의 중학교 생활 때문에 되도록 학교와 가까운 주택에 세를 급히 들었습니다. 주택은 1층으로 이루어진, 한 지붕 2세대 주택이었어요. 

처음 이사를 와선 1년 정도 잘 살았습니다. 그 무렵의 소녀들이 그렇듯 가위도 눌려보고 악몽에도 시달렸습니다만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겐 그렇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흔희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고, 수면마비라거나 스트레스성이라거나 이런 저런 핑계거리가 풍부한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헌데, 사건은 제가 중2가 되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주인집 댁이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어 주가 되는 주택의 안채가 비게 된 것이죠. 헌데, 신기하게도 주인집 아저씨는 그 비어있는 안채에 저희 가족을 싼 가격의 전세에 살게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가족은 싼 가격에 좁은 집에서 넓은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뜻밖의 기회에 주인집 아저씨의 호의를 받아 안채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저는 거실이 넒은 집은 난생 처음이어서 굉장히 들뜬 마음이었어요. 안방은 부모님과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남동생이, 작은 방은 저와 저의 여동생이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계절이 여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복을 입고 있던 기억이 있으니, 여름이 분명해요.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뭔가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면이 좁은 것으로 둔탁한 시멘트벽을 긁어내리는 소리였습니다.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처음엔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정도로 방향성이 없었던 데다, 소리도 미약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밖이나, 다른 집에서 내는 소음이라고 생각하고는 잠결에 뜬 눈을 다시 감으며 잠을 청하려 했죠. 그런데, 그 소리가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겁니다. 

누군가가 계속 손톱으로 벽을 긁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날이 밝으면 다시 등교를 해야 하는데, 벽 긁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가 없자 짜증이 나더군요. 그 와중에 여동생은 무사태평한 얼굴로 자고 있으니 더 짜증이 나서 이불을 걷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의 불을 켰습니다.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죠.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4방의 벽을 돌아가며 귀를 대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소리가 책상이 붙은 벽. 주방과 마주한 벽에서 소름끼치게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맞은 편 벽에서 누군가 정말 벽을 긁어내는 소리였습니다. 

그제야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어요, 잠은 자야했기 때문에 방문을 열고 나와 거실을 걸어 바로 옆인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컴컴한 주방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불을 켜니 아무 것도 없었죠. 이상하다싶어 작은 방과 마주한 벽에 다시 귀를 대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방에서 죽치고 있어봤자, 나오는 것도 없었기에 전 다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절 괴롭히던 그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더군요. 마음이 너무 불안했지만, 너무 긴장해서 피곤했던 나머지 눕자마자 잠들었던 거 같네요.

그리고 날은 밝았지요. 

하지만 그 일은 그날 하루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또는 며칠을 걸러서 그그극- 하고 벽을 긁어내리는 소리는 절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그저 소리만 들렸던 거라, 하루 이틀 계속 지나가 무시할 만한 신경이 되더군요. 헌데, 어느 순간 벽 긁는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대신, 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그런데 이번엔 침대 밑에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잠이 확 깨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순간 심장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로 누군가 침대 매트를 받친 나무판을 쳐올렸습니다. 

쾅-! 

하고 베개를 통과한 둔탁한 소리가 귀로 파고들었습니다. 전 혼비백산해서 비명을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제 비명 소리에 놀란 부모님께서 안방에서 튀어 나오셨고, 자고 있던 여동생도 잠에서 깨어났을 정도였습니다. 놀라서 우는 저를 안아 주신 엄마에게 ''누가 침대 밑에서 주먹으로 쳤어!''라고 횡설수설하며 매달리자, 제가 악몽을 꾸다 놀라 그러신 줄 알고 달래 주시더군요. 부모님께서 침대 밑을 확인해보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밤중에 한참을 부산스레 움직이다 조금 진정이 돌듯 보이자, 절 방에 보내시곤 부모님은 다시 안방으로 가셨습니다. 전 침대에 누워 정말 꿈이었던 건지, 가위로 헛소릴 들었던 건지 긴가민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불 꺼진 방안은 다시 잠든 여동생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전 잠이 오지 않아서 가만히 누워 베개에 귀를 대었죠. 조용했습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던지 잠이 솔솔 오더군요. 그리고 선잠이 들었습니다. 헌데, 다시 귓가에 손톱으로 뭔가 긁어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반사적으로 눈이 번쩍 뜨였죠. 온 신경을 집중에서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그 소리가 이번엔 여자의 기니 손톱으로 나뭇결이 거친 나무판을 긁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전 천천히 베개를 치워 매트에 귀를 대었습니다. 매트 전체를 울리듯이 귓가로 파고는 드는 소리는 나무판을 긁어내는 소리였습니다. 

침대 밑에 뭔가 있다. 그런 직감이 들었습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을 휘젓더군요. 공포때문인지 귀도 멍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하게 침대 밑에서 들려온 소리에 전 퍼뜩 일어나 불을 켰죠. 그리고 한참을 침대 밑의 어두운 곳을 노려만 보았습니다. 

저 밑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 무서워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었어요. 하지만, 공포물이 늘 그렇듯이 확인하려하면 아무 것도 없어 사람 놀리는 기분이 들게 하지 않습니까. 
큰마음 먹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침대 밑으로 눈을 댄 저의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날부터 자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가위에는 눌리지 않았지만 멀쩡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들리는 괴상한 소리는 겨우 중2 소녀였던 저를 불면증이 걸릴 정도로 몰아세웠습니다. 

밤엔 집에서 시달리다가 잠은 늘 학교에서 자다보니 수업 중에 혼나기 일 수였습니다. 결국 하교하자마자 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했죠. 그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 하며 무서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그랬더니 저희 어머니께서 그런 경험을 하셨다는 겁니다. 

모두 아버지를 일터에,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집에 혼자 있으면 헛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분명 혼자 있는 집안에서 누군가 거실을 다다 소리가 날 정도로 뛰어 다니거나, 어린 남동색의 블록 장난감이 든 바구니를 뒤엎는 소리.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세차게 내려가는 소리. 

처음에 이런 소릴 들었을 때는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답니다. 그래서 거실이 소란스러워지자 남동생이 벌써 하교해서 집에 왔나보다 하고는 "**야, 왔어?" 라며 거실로 나오니 아무도 없더랍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공포에 떠는 모습은 없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선 귀신이 있다고 믿는 분이셨고, 무엇보다 외할머니께서 무속에 관련된 분이셔서 그런지, 저의 어머니께선 집안에서 일어나는 괴상한 일에 왠지 무덤덤하게 반응하셨습니다. 

저도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신기할 만큼 안심이 되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신경 쓰지 않게 된 후부터 작은 방에서 밤마다 절 괴롭혔던 괴 소음을 차츰차츰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덤덤하시던 저희 어머니를 행동하게 만든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2.
원인은 저에게 있었죠. 전 교우관계가 꽤 원만한 학생이었습니다. 불량학생도 아니었고, 친구도 많았으며, 아직 싸운 일도 크게 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따라 학교에 가기가 싫더군요. 네, 사실 학교가고 싶은 날이 없었지만, 그날처럼 학교가기 싫은 날이 없었습니다.

저희 집과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겨우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란 굉장히 쉬웠습니다. 하지만 학교 정문을 몇 걸음 앞두고 전 생전 처음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등교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학교에는 가야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었던 터라 학교를 등지면서도 매우 불안했습니다. 한참을 집과 학교 주변만 어슬렁거리다가 1교시의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전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집엔 어머니께서 계셨지 때문에 걸리면 혼난다는 기분에 몸을 숨겨 보일러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전 등교만 하려고 하면 학교를 눈앞에 두고 가고 싶지 않아져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죠.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어머니께서 그 날 아침, 절 주시하셨나 봅니다. 또 보일러실 앞에 숨어 있는데, 어머니께서 오시더군요. 

어머니는 화내지 않으셨어요. 그냥 조용히. "일어나.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라면 절 데리고 안방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며, 왜 학교 안 갔냐고 물으셨습니다. 하지만 전 대답해 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따돌림 당한 것도 아니고, 친구와 싸운 것도 아니고, 담임이 싫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만 뚝뚝 흘리면 모르겠다고 하니, 어머닌 알았다 하시며 오늘까진 집에서 쉬어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내일 부턴 꼭 학교에 가는 거다. 하면서 절 다독여 주셨어요.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의 배웅을 집 대문 앞까지 받으면서 전 등굣길에 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문 앞까지 잘 왔습니다. 들어가면 담임선생님께 혼나는 게 당연한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들떴습니다. 

며칠 만에 학교에 오니 좀 기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교실에 가자마자 반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왜 학교 오지 않았냐며 묻자. 전 핑계거리로 좀 아팠다고 둘러 댔습니다.  담임선생님께 불려가서 한동안 걱정스런 설교를 듣고 복도로 나오는데,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날. 수업을 마치고 화색이 돈 얼굴로 어머니에게 가서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죠. 

하지만 어머니에게 학교가지 않은 걸 걸린 날 제가 몰랐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선 친분이 있는 무속인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제가 학교로 다니는 길목에 잡귀들이 둘러싸서 제가 학교 옷가게 막고 있더래요. 이 잡귀를 달래서 쫒아내면 제가 다시 학교 다닐 수 있게 될 거라면서 어떤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는데, 지금 제가 기억을 하고 있는 건 어머니께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 저의 등교 길에 뿌려두셨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고나서 밤에 꿈을 꾸셨는데, 잡귀들이 오랜만에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가더래요. 그 후 제가 정말 아무 말 없이 학교에 잘 갔다는 겁니다. 

어머니 이야길 듣던 중에 꺼림칙한 것이 하나 있더군요. 무속인의 말에 따르면, 집에 웬 할머니께서 칼을 쥐시고는 무서운 얼굴로 식구들에게 나가라고 외치며 배회한다고 합니다.

그 전이라면 어머니께서도 이런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무속인께서 제가 학교가지 않았던 일을 해결하는 바람에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결국 저희 가족은 집 주인의 호의로 받은 전세를 물리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답니다. 그 뒤로 집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투고] 김선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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