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갑순이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2015.05.22 11:22조회 수 639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이건 어디까지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아닌 '괴담'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1994년에 국어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국어선생님께서 대학생이셨던 70년대. 대한민국은 아직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입양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입양은 체계적인 방식이 아니라서 각종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현재 그 시절 입양 보낸 자녀를 찾거나 혹은 입양된 아이들이 부모를 찾고 있지만 기록이 워낙 조악하여 

누가 어디로 입양되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런 시절에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고 합니다.


갑순이라는 여자아이는 여섯 형제의 막내였습니다.

갑순이의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날품팔이를 하고 계셨습니다만 여섯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가장 어렸던 막내를 입양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면서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렸겠지요.


한동안 보육시설에 맡겨졌던 아이는 해외의 잘 사는 집으로 입양을 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따뜻하고 푸근한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갑순이는 행복했을까요.


그 집에는 갑순이보다 두 살 많은 딸이 있었습니다.

금발에 창백한 피부의, 병약해 보이는 아이는 두 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갑순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습니다. 

아마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고.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갑순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두 살 위의 언니는 점점 병색이 짙어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어느 봄날에. 갑순이의 양부모는 갑순이와 언니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

갑순이가 겪은 태어나서 두 번째 여행. 첫 번째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멋진 검은색 자동차를 타고 가족이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여행입니다. 갑순이는 즐거웠을까요.


며칠을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한적한 시골길의 끝에 나타난 것은 크고 하얀 병원 건물이었습니다. 

넓은 병실이 몇 개나 있고 침대마다 회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었습니다.


아픈 언니는 이제 나을 수 있을까요?


갑순이가 새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고 일 년 뒤.

갑순이의 양부모와 두 살 위의 금발 언니는 밝게 웃으며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갑순이는 거기 없었습니다.


일 년 전 어느 날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병원 뒷문으로 먼저 나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저씨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야기에서 뭔가 닮은 부분을 찾으시겠지요.

 이 이야기는 분명히 픽션이며 절대로 실화에 근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정도라면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해도 사회적 파장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괴담이 돌아다녔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입양에 관해 부끄러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입양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공개입양을 꺼리는 이유도 그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안타까웠던 시절의 씁쓸한 괴담입니다.


[투고] 미요릉님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9748 실화 교통사고를 당하고... 지박령이라는 게 있는 걸까? title: 메딕셱스피어 474 0
9747 사건/사고 80년대 일본 열도를 뒤집어놓은 콘크리트 살인사건4 Baitor 568 1
9746 실화 나주 흉가 체험 22 한량이 650 1
9745 실화 나주 흉가 체험 1 한량이 1220 1
9744 기타 1년간 여기 갇혀있다가 나오면 500억 jpg5 잇힝e 1254 0
9743 기묘한 3분짜리 단편 독립 호러물3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595 1
9742 실화 이제 추억이 되버린 이야기입니다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950 0
9741 실화 신내림을 받지않는 우리가족-미신을거부하는분의 이야기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870 0
9740 실화 신내림을 받지않는 우리가족-아파트 복도에서생긴 실화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791 0
9739 실화 신내림을 받지않는 우리가족-비구니스님이야기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895 0
9738 실화 신내림을 받지않는 우리가족-무당집(신당)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142 0
9737 실화 신내림을 받지않는 우리가족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339 0
9736 실화 낚시를 즐기다 겪은 실화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3407 0
9735 실화 저도 제 경험담을..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614 0
9734 실화 기가 쎈 울 누나의 희안한 꿈얘기 (예지몽 ?) -2탄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524 0
9733 실화 고등학교 시절 실화 - 산길 하교중에 만난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668 0
9732 실화 기가 쎈 울 누나의 희안한 꿈얘기 (예지몽 ?)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643 0
9731 실화 저는 친구에게 죽을뻔했습니다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152 0
9730 실화 공사장에서 노는 꼬마아이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585 0
9729 혐오 최근에 오픈한 탈코르셋 온라인 쇼핑몰4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896 3
첨부 (0)